"이란, 후티에 통제력 상실…'저항의 축' 유지에 고군분투"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열린 후티 반군 지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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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중동 내 이란의 대리 세력 중 하나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최근 이탈 조짐을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란, 후티 반군에 통제력 상실'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이란이 중동에 남아있는 '저항의 축'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항의 축'은 이란의 주도로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중동 내 다양한 무장단체와 정치세력을 가리킨다.

시아파 이슬람 맹주 이란은 한때 이라크 민병대, 시리아의 옛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를 구축해 강력한 영향력을 떨쳤지만 최근에는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이란이 지원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년여에 걸친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스라엘에 궤멸당하다시피 했고, 헤즈볼라 지휘부 주요 인사도 이스라엘에 사살됐다. 여기에 작년 12월 아사드가 시리아에서 반군에 축출된 것이 결정타를 날렸다.

이에 이란에서 멀리 떨어진 예멘의 후티가 '저항의 축' 가운데 잔존한 유일한 주요 세력이 됐지만, 후티마저 이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란의 한 고위 관리는 텔레그래프에 "후티가 이제 정말로 '반군'이 돼버렸다"며 "예전처럼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지난 4월 미국이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홍해에서 선박들을 공격하던 후티를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는데, 이때 이란이 미국과 직접 갈등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나머지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후티와 관계에 균열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에 후티는 이란의 지원을 끊어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동맹 세력과 무기 공급망 확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예멘 현지 매체에서도 후티 반군 내 이상 기류를 짚는 보도를 내기 시작했고, 이란은 이에 대응하고자 지난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의 압돌레자 샤흐라이 장군을 후티로 긴급히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샤흐라이 장군은 과거에도 예멘에서 후티를 직접 지휘하며 깊은 관계를 맺은 인물이다. 그는 이란 곁에 남은 마지막 세력인 후티를 최대한 협조적으로 다룬다는 방침이라고 한 이란 관계자가 설명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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