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받는 이란 핵과학자들 기업 '英부품 사용' 홍보"

이란 테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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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이란의 핵 개발과 연관성을 이유로 미국 제재를 받는 이란 핵 과학자들이 운영하는 기업이 영국 등 서방의 부품을 사용한다고 홍보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제재 대상인 이란 방어혁신연구기구(SPND) 고위 임원들이 테헤란에 기반을 두고 운영하는 한 핵 검사·진단 회사는 런던에 기반을 둔 센트로닉이 제조한 가이거-뮬러 방사선 계수기를 사용한 장비를 판매 중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센트로닉은 영국 국방부에도 납품하는 업체로, 영국 정부는 이 기업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영국 정부는 국가안보투자법에 따라 프랑스 엑소센스의 센트로닉 인수를 승인했다.

SPND는 미국 정부가 지난달 이란의 2004년 이전 핵무기 프로그램을 직접 승계한 기관이라며 제재를 부과한 기관이다. 이스라엘군은 올해 6월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벌이면서 SPND 본부도 타격했다.

이란 당국에 제출된 기업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멘 고스타르 라만 키시'라는 이란 기업은 SPND 고위 임원인 모하마드 레자 자레 자그할치가 회장을, SPND 연구 책임자인 알리 풀라드반드가 부회장을 맡고 있다. 두 명 모두 미국 제재 대상에 올랐다. 또한 호세인 알리 아그하 다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군은 전 최고경영자(CEO)다.

현 CEO는 자바드 가세미로, 지난해 SPND 대표단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 기업의 자료에는 센트로닉 외에 자사 장비에 다른 유럽·미국산 부품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텍사스에 있는 엘젠 테크놀로지가 만든 부품, 엑소센스의 다른 브랜드가 만든 부품 등이다.

실제로 이같은 부품들이 사용된 것이라면 이란의 과학 및 공급망이 서방의 오랜 제재에도 서방 기술과 계속 연계됐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FT는 짚었다. 방사선 계수기 같은 기술 부품이 꼭 군사용인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란의 방위 관련 핵 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의심하는 연구에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센트로닉은 이란 기업과 거래, 상업적 관계를 맺은 기록이 전혀 없고 잠재적 고객의 재수출 위험에 대해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 사안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엘젠은 이 매체의 코멘트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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