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 중일 지지 요구 즐기는 듯…협상력 강화돼"

中, 日과 '美지지 확보' 신경전…관영지 "미중 소통 매우 중요"

NYT "트럼프, 중일 지지 요구 즐기는 듯…협상력 강화돼"

미중일 정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카이치 일본 총리(왼쪽부터) [타스·AP·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중국과 일본이 대만 문제와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확보를 둘러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6일 사설에서 "특정 국가에 의해 전후(戰後) 질서가 도전받는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전화통화가 국제 여론의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는 두 정상의 전략적 지도 아래 중미(미중) 소통과 핵심 원칙에 대한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을 미중이 함께 직면한 전후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지난 24일 미중 정상 간 통화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핵심 원칙' 합의의 일환으로 이뤄졌음을 피력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24일 통화에서 시 주석은 대만의 중국 복귀에 대한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대만 문제가 중국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구시보는 특히 일본을 국제 질서를 망치는 위험 요소로 배척하는 동시에 중국과 미국은 '2차 대선 승전국', '대국'이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로 묶었다.

사설은 "일본 정부가 대만 문제로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장해 지역 평화의 위험 요소가 됐다"면서 "일본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어하는' 정책을 추진하면 미국의 환심을 살 수 있다고 여기지만, 이는 명백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우익이 도전한 것은 14억 중국 인민의 국가 주권과 영토 수호 의지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2차 대전 승전국들이 함께 구축하고 수호해 온 전후 질서"라며 "주요 대국들은 힘을 모아 어렵게 얻은 전후 질서를 지켜야 하며, 역사를 부정하려는 행위에 고도의 경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미중 정상 통화 이후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시 주석과의 통화 내용을 공유하고 "언제든 전화하라"고 말했다며 확고한 양국 동맹을 과시했다.

다만 미일 양측 모두 이날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대만 관련 문제가 언급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일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메시지를 발신했고, 이 때문에 일본 측이 상세한 통화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하는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미일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확실한 압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며 "그의 눈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미국 외교 전략 전반에 간섭하는 '문제아'로 비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뚜렷하게 한 쪽 입장을 공개 옹호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악화한 중일 관계를 이용해 다양한 현안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관세를 놓고 미국과 수개월간 불화를 빚어온 중국과 일본은 이제 대만 문제에 대한 각자의 입장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원하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을 강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미국산 대두 구매와 희토류 공급,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재정·산업적 지원 제한 등을 중국에 요청했다"면서 "그는 일본과 중국이 자신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을 즐기는 듯 보인다"고 덧붙였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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