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4남매 사망' 또 없도록…안산에 다문화 의용소방대
'나이지리아 4남매 사망' 또 없도록…안산에 다문화 의용소방대
  • 김인유
  • 승인 2023.06.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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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국 17명으로 구성…외국인 가정에 소화기 설치 임무 등 수행

'나이지리아 4남매 사망' 또 없도록…안산에 다문화 의용소방대

10개국 17명으로 구성…외국인 가정에 소화기 설치 임무 등 수행

(안산=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소화기를 벽이나 바닥에 설치한 뒤 인쇄된 자국어 소화기 사용법 안내문을 부착하면 됩니다. 아셨죠?"

"소화기 사용법은 이렇게"
[촬영 김인유]

지난 15일 오후 3시 경기 안산시 안산소방서 3층 회의실.

다문화인이 많이 사는 안산 지역에 '보이는 소화기 설치사업'을 안내하는 소방관의 설명을 듣는 다문화인 7명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들은 지난 2일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안산소방서에서 발대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간 다문화전문 의용소방대원들이다.

다문화전문 의용소방대는 말 그대로 외국인으로 구성된 의용소방대다.

모국어를 활용해 화재 예방 활동, 외국인 신고 시 통역, 외국인을 위한 소방시설 사용법에 대한 동영상 제작·보급 등의 역할을 한다.

2022년 통계 기준 서울, 부산, 광주, 울산 등 전국 6개 시도에 12개 다문화전문 의용소방대가 구성돼 261명이 활동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다문화인이 사는 안산에서 다문화전문 의용소방대가 최근에서야 구성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안산 다문화전문 의용소방대는 안산소방서가 모집을 통해 선발한 10개국 17명의 대원으로 구성됐다.

모국이나 한국에서 소방 관련 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안산에 사는 동료 다문화인이 화재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마음 하나로 의용소방대에 지원했다.

이들에게 부여된 첫 번째 임무는 다음 주부터 이달 말까지 외국인 최다 거주지인 원곡동과 선부2동에서 외국인 가정에 소화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전체 대원 가운데 자원한 8명이 이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날 안산소방서에서 사전교육이 진행됐다.

의용소방대를 이끄는 김하준 대장(파키스탄)은 의용소방대원복 오른쪽 어깨에 달린 태극기를 바라보며 "몸에 태극기를 달아서 자부심과 사명감이 크게 느껴진다. 다문화 안전도시를 만드는데 저와 대원이 한마음으로 뭉쳐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베트남에서 이주해 12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는 최소정 씨는 "아이가 집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 먹을 때 불이 난 적이 있는데 너무 놀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랐다"면서 "주변 다문화 이웃들에게 화재 안전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서 의용소방대에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안산 '다문화전문 의용소방대' 발대식
[안산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산 원곡동에서 20여년째 베트남 식당을 운영하는 의용소방대 부대장 이미현 씨도 최소정 씨처럼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대피하고 화재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문화인에게 많이 홍보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안산소방서는 다문화전문 의용소방대원들에게 다문화인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도 맡기고 소방 안전관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도 지원할 예정이다.

안산소방서 이정용 서장은 "소방 안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안산시 관내 다문화인들에게 의용소방대원들이 모국어로 화재예방법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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