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정 느끼며, 아동권 보장 외치며…어린이마라톤 3인3색
가족 간 정 느끼며, 아동권 보장 외치며…어린이마라톤 3인3색
  • 이상서
  • 승인 2022.05.09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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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동안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사연 지닌 1만여 명 참여
"우리 아이만큼 다른 아이들도 사랑받길 바라는 소망으로 뛰어"

가족 간 정 느끼며, 아동권 보장 외치며…어린이마라톤 3인3색

사흘 동안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사연 지닌 1만여 명 참여

"우리 아이만큼 다른 아이들도 사랑받길 바라는 소망으로 뛰어"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5일부터 사흘간 전국에서 열린 '제12회 국제어린이마라톤 대회'에서는 개성 넘치는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신생아의 생존권을 위해 함께 달려주세요'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지역에서 이색적인 사연을 안고 뛴 마라토너들은 9일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 것은 물론이고, 지구촌 아동권 보장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년 연속 '런택트'(Run+Untact) 방식으로 진행됐다.

런택트 마라톤은 각자 원하는 시간과 장소, 참가자를 정해 뛴 후 온라인으로 개별 인증하는 방식이다. 전국 각지에서 1만여 명이 참여했다.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에 사는 김희진(46) 씨는 이러한 방식 덕분에 마라톤 선수로 데뷔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강릉 경포호를 경기장 삼아 완주한 김희진 씨 가족. [본인 제공]

지난 6일 오전 김 씨는 남편 강규엽(43) 씨와 장남 지환(12) 군, 막내 려환(9) 군과 함께 강릉 경포호를 경기장 삼아 완주했다.

김 씨는 "경포호를 한 바퀴 돌면 4km가 좀 넘었으니까 이번 대회에 딱 알맞은 코스였다"며 "네 식구가 함께 같은 옷을 입고 인증샷도 남겼던 좋은 날이었다"고 전했다.

김 씨 가족이 첫 출전을 결심했던 것은 '신생아의 생존권을 위해 함께 달려주세요'라는 대회 슬로건 때문이다.

김 씨는 "달리기만 해도 지구촌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며 "자녀에게도 대회 취지를 설명해줬더니 아이들도 자랑스러워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방식 덕분에 강원도 강릉 주민도 참가할 수 있었다"며 "내년에 대면 방식으로 열린다고 해도 참여를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들이 입은 티셔츠를 본 학교 친구들이 '나도 뛰고 싶어!'라고 하더라고요. 다음 대회에서도 강릉 아이들이 참여할 방법이 꼭 마련되길 바랍니다."

경기 김포에 사는 배선아(38) 씨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남편 마루쉐프스키 로버트(36) 씨와 딸 마루쉐프스키 레베카(4) 양과 함께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딸과 남편과 함께 대회에 출전한 배선아 씨. [본인 제공]

배 씨는 "2020년 남아공에서 한국으로 입국하자마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야외활동을 제대로 못 했다"며 "이번 마라톤 대회는 그간 쌓였던 답답함을 날릴 수 있었던 기회"라고 말했다.

남아공에서 살면서 종종 목격했던 아프리카의 기아 아동 문제는 한국에 와서도 배 씨의 마음속을 줄곧 무겁게 만들었다.

그는 "그때부터 이들을 위해 내가 해줄 방법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해왔다"며 "'신생아 살리기'란 대회 슬로건을 보자마자 참가를 결심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완주 후 인증샷 남긴 배선아 씨 가족. [본인 제공]

이어 "4년 전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동권 보장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며 "우리 아이만큼 다른 아이들도 사랑받고 자라길 바란다는 소망을 갖고 뛰었다"고 했다.

"완주 후에 남편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한국에 살면서 남아공에서 마주했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잊어버렸는데, 이번 기회에 되새길 수 있었다'고요.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위해 관심을 두겠습니다."

마라톤 완주 후 인증샷 남긴 이선주 씨 가족. [본인 제공]

대전 서구에 사는 이선주(42) 씨는 7년 전 아들 이연우(6) 군이 태어난 날을 잊지 못하고 있다.

과거 한 차례 유산을 겪은 후 '이젠 힘들겠구나' 싶은 마음을 가졌을 때 이 씨에게 온 아이였기 때문이다.

아들의 출생신고를 했던 날에 맞춰 세이브더칠드런에 일대일 후원을 시작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씨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느꼈던 행복이 남편(이창기 씨)과 나만의 것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이들과 나누고,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들 돌잔치 때 받은 축의금을 기부했고, 아이 이름으로 또 다른 기부도 시작했다"며 "아들이 좀 더 컸을 때 자선 활동의 의의를 설명해주고 직접 기부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이 같은 선행의 기쁨을 이해하는 것은 생각보다 빨랐다고 한다.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취지를 아들에게 설명해줬어요. 그랬더니 이번에 뛸 때마다 '이제 내가 몇 명 도와준 거야?'라고 계속 묻더라고요. 완주하고 나서 무척 뿌듯해했고요."

이 씨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마라톤 대회에 계속 참가하자고 남편과 뜻을 모았다"며 오랜만에 대면으로 열릴 내년 대회가 벌써 기대된다고 웃음을 지었다.

대전에 마련된 이벤트 부스에 참여한 이선주 씨 가족. [본인 제공]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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