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고궁 무료입장 '외국인 어린이' 제외 논란
어린이날 고궁 무료입장 '외국인 어린이' 제외 논란
  • 이상서
  • 승인 2022.04.27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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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어린이는 무료지만, 외국인은 6세 넘으면 '유료'
대통령 취임일엔 '모두 무료'…"어린이날보다 대통령 취임일이 더 중요하나"

어린이날 고궁 무료입장 '외국인 어린이' 제외 논란

내국인 어린이는 무료지만, 외국인은 6세 넘으면 '유료'

대통령 취임일엔 '모두 무료'…"어린이날보다 대통령 취임일이 더 중요하나"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닐 텐데 굳이 외국인이라고 배제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것도 어린이날인데…"

서울에 사는 최모(51) 씨는 27일 소셜미디어(SNS)에서 문화재청이 공지한 '5월 궁능 무료·특별 개방' 안내문을 보고 못내 입맛이 썼다.

내달 5일 어린이날에 '어린이 동반 보호자 2인 무료입장'이라고 명기했지만, '외국인 어린이 제외'라는 주석이 달렸기 때문이다.

그는 "다문화나 중도입국, 이주배경 등 다양한 환경에서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에게 국적으로 굳이 '구분 짓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어린이날 문화 행사 혜택에서 외국인 어린이를 배제한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문화재청 제공]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의 이 같은 공지가 확산하면서 '아쉬운 결정'이라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 시민은 페이스북에 문화재청 게시물과 함께 "어린이날에 어린이는 무료로 입장하게 해준다면서 '외국인 어린이는 제외'라고 한다"며 "입장하는 모든 어린이를 대상으로 국적 조사를 한다는 의미인지, 외모가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는 아이를 판단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논란이 커지자 문화재청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항의와 문의 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며 "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안내문에서 축약해서 표기하다 보니 오해가 생겼던 것 같다"며 "무료입장에서 제외 대상으로 둔 것은 외국인 어린이가 아니라, 이들과 동반한 외국인 어린이의 부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소에도 7∼18세 소인과 19∼65세 성인에 해당하는 외국인에게는 고궁 입장료를 받아왔다"며 "어린이날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평소처럼 외국인은 6세까지, 내국인은 24세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내달 10일 대통령 취임일을 맞아 진행되는 특별 무료 개방 때는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휴일 고궁
휴일을 맞아 지난해 4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어린이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경내를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문화재청의 해명은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행복을 도모하고자 정한 어린이날에도 6세를 넘는 어린이를 '유료'로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비판이다.

특히 올해는 1922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선포한 지 100주년 되는 해이다.

더구나 대통령 취임일에는 외국인 어린이까지 무료입장을 허용하면서, 100주년 어린이날에는 외국인 어린이(7세 이상)에 '유료'를 적용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도균 제주 한라대 특임교수는 "어린이에게 있어 대통령 취임일과 어린이날 중 어떤 것이 중요한지는 자명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어린이의 기준이나 범위가 국적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이는 명백한 차별 조치"라며 "사설 놀이공원이 아닌 국가기관에서 이처럼 차별을 둬서 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1년 우리나라가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전 세계 모든 아동이 국적이나 인종, 성별과 무관하게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했다.

오정은 한성대 이민다문화연구원장은 "일부 국가에서도 내·외국인을 차등해 박물관이나 유적지 입장료를 책정하곤 한다"며 "그러나 100주년을 맞이한 어린이날인데, 아동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의 경우 자신의 의지가 아닌, 부모나 주변 상황에 의해 국적이 주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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