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제거장치 성능 미달로 14개 원전 중대사고 규제 못 지켜"
"수소제거장치 성능 미달로 14개 원전 중대사고 규제 못 지켜"
  • 조승한
  • 승인 2024.05.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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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공익제보 따른 세라컴 PAR 성능 검증 결과 보고
수소 제거율 한수원 규격 미달…"원자로 정지 등 긴급조치는 불필요"
한수원 "14개 원전 7월까지 PAR 추가 설치…2026년까지 교체"

"수소제거장치 성능 미달로 14개 원전 중대사고 규제 못 지켜"

원안위, 공익제보 따른 세라컴 PAR 성능 검증 결과 보고

수소 제거율 한수원 규격 미달…"원자로 정지 등 긴급조치는 불필요"

한수원 "14개 원전 7월까지 PAR 추가 설치…2026년까지 교체"

제194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안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국내 18개 가동 원전에 설치된 피동 촉매형 수소 재결합기(PAR) 성능이 떨어져 14개 원전에서는 중대사고 시 수소 농도를 10% 아래로 유지해야 하는 규제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PAR는 원자로 건물 내에서 중대사고 등으로 수소가 발생했을 때,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해 촉매인 백금으로 수소를 산소와 결합해 물로 만들면서 수소 농도를 낮추는 기기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로 정지 등 긴급 안전조치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한국수력원자력에 우선 14개 원전에 PAR를 추가 설치하고 장기적으로는 이 장비가 설치된 모든 원전에 교체 등을 통해 설치 당시 인허가 받은 수소 제거 성능을 다시 갖출 것을 요구했다.

원안위는 9일 제189회 위원회 회의를 열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공익 신고에 따른 PAR 수소 제거율 실험 결과'와 결과 검토안을 보고받고 조치를 결정했다.

◇ "수소 8% 실험에서도 한수원 구매규격 미달…측정 위치 차이"

이번 실험은 앞서 2021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국내 PAR 제작사 세라컴의 PAR 수소 제거율이 한수원 구매규격에 못 미친다는 공익제보가 들어오면서 이를 검증하기 위해 진행됐다.

그 결과 중대 사고를 가정한 수치인 수소 농도 8%에서 세라컴 PAR의 성능을 실험했더니 성능이 한수원이 구매를 할 때 요구했던 규격에 미치지 못했으며, 이 장비를 설치한 원전들도 중대사고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원자력연이 한국원자력기술(KNT)의 실험 장치를 이용해 수소 농도 8%에서 세라컴 PAR의 수소 제거율을 분석한 결과 수소 제거율은 초당 0.309~0.328g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수원이 구매 당시 제시했던 규격인 초당 0.5g에 못 미치는 수치다.

앞서 원안위가 지난해 3월 설계기준 사고 가정 수소 농도 4%에서 PAR 성능을 검증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세라컴 PAR가 한수원 구매규격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가 세라컴이 한수원에 PAR를 납품할 당시 제시한 수소 제거율과 차이가 난 이유로는 수소를 계측하는 위치에 따라 결과가 차이가 나기 때문으로 원자력연은 분석했다.

4% 농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PAR 하단 측면에서 수소 제거율을 재면 초당 0.220~0.258g으로 구매요건을 만족하지만, 측정 위치를 중앙으로 25cm만 이동해도 0.110~0.126g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KINS는 세라컴 PAR의 저항이 커 유속이 느려 수소 혼합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측정 위치별로 차이가 난 것으로 분석하며, 여러 군데 수소 농도를 재측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14개 원전 수소 농도 최댓값 10% 초과…긴급 조치까지는 필요 없어

실험에서 확인한 수소 제거율을 대입해 국내 원전 18기의 수소 농도 최댓값을 분석한 결과 14개 원전에서 원전 격납건물의 평균 수소 농도를 설계기준 사고 기준 1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는 중대사고 규제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중간 결과에서는 한수원 구매 규격을 만족하지 못했음에도 설계기준 사고 규제기준인 4% 미만은 만족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중대사고 규제 기준은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한울 1, 2호기에서는 수소 농도 최댓값이 13.61%로 나타났고,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는 10.3%, 한빛 3·4·5·6호기와 한울 3·4·5·6호기는 10.1%로 계산됐다.

고리 2호기는 8.82%, 월성 2·3·4호기는 8.74%로 규제요건을 만족했다.

다만 KINS는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중대사고 시나리오를 토대로 검토한 결과 당장 원자로 정지 등 긴급한 안전조치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수소농도가 10%를 넘는 중대사고 발생빈도는 원전마다 1조~10조 년에 한 번 일어나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PAR 이외에도 전기식 수소 재결합기, 송풍기 등으로 수소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런 중대 사고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 때 노심 용융물이 수소와 함께 방출되는데, 이때 수소가 연소하면서 원전 내 수소 농도가 10% 내로 유지되는 만큼 원자로 안전에 큰 문제는 없다고 KINS는 분석했다.

PAR의 또 다른 문제로 지목됐던 불티가 날린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불티가 다른 물질에 붙어 직접 불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KINS는 설명했다.

◇ 한수원, 7월까지 PAR 추가 설치·2026년까지 교체…"규정 어기지는 않아"

원안위는 규제요건 미달이 확인된 원전 14기의 수소 제어 성능을 복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또 규제요건을 만족하는 원전 4기도 인허가 문서와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원안위는 당초 7월까지 PAR를 추가 설치해 규제 요건을 만족하도록 하고, 2026년까지 PAR 교체 등을 통해 수소 제어 성능을 처음 설치 때 인허가받은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요구하려 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김균태 위원이 한수원이 관련 조치를 시행할 예정인데 원안위에서도 이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위원들 간 논의 끝에 조치를 요구하는 대신 성능을 복구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다만 한수원은 원안위가 기존에 제시했던 PAR 추가 설치와 장기적 교체 등을 수용하고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불일치 품목보고서를 발행하고 7월까지 분석을 통해 각 원자로당 규제요건을 만족하는 추가 PAR를 설치해 임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한수원이 PAR를 연구하던 과정에서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한수원 중앙연구원이 당시 독일 타이(THAI) 실험시설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과거 사례 등을 분석해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성능 불일치를 발견하면 48시간 내 원안위에 보고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지는 않았다고 봤다.

다만 THAI 실험에서 수소 제거율이 낮게 나온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후속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이런 경우 후속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개발(R&D) 관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R&D 지침과 관련해서는 규정 개선을 준비하고 있으며, 세라컴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을 거쳐 관련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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