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전환 쿠팡, C커머스 공세에 '휘청'…2년째 흑자 어려워지나
적자전환 쿠팡, C커머스 공세에 '휘청'…2년째 흑자 어려워지나
  • 전성훈
  • 승인 2024.05.08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자·지출 확대 영향…수익 확보→투자로 태세 전환
다시 '계획된 적자' 전망도…재무·성장에 부담 우려

적자전환 쿠팡, C커머스 공세에 '휘청'…2년째 흑자 어려워지나

투자·지출 확대 영향…수익 확보→투자로 태세 전환

다시 '계획된 적자' 전망도…재무·성장에 부담 우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로켓배송을 무기로 국내 유통업계 최강자로 올라선 쿠팡이 중국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세 속에 휘청이고 있다.

2022년 말부터 영업이익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하던 실적이 올해 1분기에 고꾸라지면서 2년 연속 흑자 계획에도 비상등이 켜진 모양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C-커머스의 파상적인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주요 업체의 투자 또는 지출 확대 전략이 재무 건전성 확보와 장기 성장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쿠팡은 1분기 영업이익이 4천만달러(약 53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 감소했다고 8일 밝혔다.

2022년 3분기 사상 첫 분기 흑자 달성 이후 이어진 영업이익 확대 행진이 멈춘 것이다.

이 여파로 당기순손익도 2천400만달러(약 31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9천85만달러·약 1천160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8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쿠팡은 상품·물류 투자 비용이 반영되면서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6천억원 넘는 영업이익 달성한 쿠팡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쿠팡이 지난해 6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은 지난해 6천174억원(4억7천300만달러·연평균 환율 1,305.41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28일(한국시각) 공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2024.2.28 ksm7976@yna.co.kr

지난 3월 쿠팡은 3년간 신규 풀필먼트(통합물류)센터 확보와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2010년 창립 이래 10년간 물류센터 구축 등에 6조원을 투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쿠팡은 2022년 3분기 첫 분기 흑자 전환 이후 매 분기 1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둬 수익 구조가 사실상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 역시 '계획된 적자'를 마치고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굵직한 투자가 마무리돼 지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1천만명이 넘는 고정 활성 이용 고객을 확보한 만큼 이익 축적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와 같은 이른바 C-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이런 낙관적인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두 업체가 중국산 초저가 제품을 내세워 고객을 빠른 속도로 유인하자 쿠팡 내부에서 '이대로 안주하면 안 된다'는 경고음과 위기의식이 커졌고 결국 경영 좌표를 수익 확보에서 투자 확대로 전환했다.

6천억원 넘는 영업이익 달성한 쿠팡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쿠팡이 지난해 6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은 지난해 6천174억원(4억7천300만달러·연평균 환율 1,305.41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28일(한국시각) 공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2024.2.28 ksm7976@yna.co.kr

실제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기준으로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이용자 수는 1천362만명으로 쿠팡(3천45만명)의 45% 수준까지 따라붙었다.

쿠팡의 전략 선회 배경은 이날 실적 발표 후 김범석 의장의 발언에서도 엿보인다.

김 의장은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은 업계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과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빠르게 다른 쇼핑 옵션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면서 "최고의 상품과 가격, 서비스로 매번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산 제품 구매·판매액을 지난해 130억달러(약 17조원)에서 올해 160억달러(약 22조원) 이상으로 대폭 늘리고 무료배송·반품, 할인쿠폰 제공 등 와우 멤버십 혜택 규모도 지난해 30억달러(약 4조원)에서 올해 40억달러(약 5조5천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기업)에 대응하기 위한 이런 '쩐의 전쟁'이 쿠팡의 중장기 성장 전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과 핀둬둬(PDD)홀딩스는 10억명 이상의 중국 시장 고객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매출 170조원과 영업이익 23조3천억원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지난해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1조원과 6천174억원 수준이다. 단순 비교해도 알리익스프레스 매출과 영업이익은 쿠팡의 5.5배, 37.7배에 각각 이른다. 2013∼2023년 10년간 누적 순이익만 152조원이다. 여기에 시가총액은 530조원으로 쿠팡(56조원)의 10배에 육박한다.

'알리익스프레스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한국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2.6 mjkang@yna.co.kr

핀둬둬홀딩스도 지난해 매출 46조원과 영업이익 11조원을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269조원으로 쿠팡과 비교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와 물량 경쟁이 장기화하면 아직 기초 체력이 약한 쿠팡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지난달 고객 비판을 감수하면서 와우멤버십 월 회비를 4천990원에서 7천890원으로 대폭 인상한 것도 미래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C-커머스 공세에 '강대강'으로 대응하기로 했다면 양측 대결은 한두 해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 비춰 쿠팡이 '계획된 적자' 시대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이는 비단 쿠팡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한국 시장점유율 확대를 저지하고자 물량 공세에 나서는 양상이어서 수익 기반 악화 우려가 크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무기한 프로모션인 '천억페스타'를 시작하자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인 G마켓이 연중 최대 쇼핑 축제라는 빅스마일데이(7∼20일)에 1천억원을 투입해 맞대응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일 프로모션에 1천억원 안팎의 거액을 쏟아붓는 것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신선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컬리 역시 지난해 내내 몰두한 비용 절감 작업에서 벗어나 올해부터 패션과 퀵커머스(주문 1∼2시간 이내 배송)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다시 투자 기조로 전환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한국 시장 진출로 국내 이커머스 경영 전략이 내실 다지기에서 투자 확대를 통한 시장 수성으로 돌아서는 추세"라며 "이런 분위기는 C-커머스가 건재하는 한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lucho@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