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난 6살짜리와 경쟁"…언론인 만찬서 트럼프 저격
바이든 "난 6살짜리와 경쟁"…언론인 만찬서 트럼프 저격
  • 김동현
  • 승인 2024.04.28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돈' 재판 소재로 유머…"자기가 파는 성경 읽을 정도로 절실"
언론에 "트럼프 재집권시 민주주의 위태…편들라는게 아니라 심각함에 부응해달라"

바이든 "난 6살짜리와 경쟁"…언론인 만찬서 트럼프 저격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돈' 재판 소재로 유머…"자기가 파는 성경 읽을 정도로 절실"

언론에 "트럼프 재집권시 민주주의 위태…편들라는게 아니라 심각함에 부응해달라"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참석한 바이든 美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웃고 있다. 2024.4.27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언론과의 연례행사에서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 때문에 힘든 상황과 자신의 약점인 나이를 소재로 농담하며 여유만만한 모습을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연설에서 환영하는 청중에게 "너무 시끄럽게 하지는 말자. 도널드가 듣고 있다. 졸린 돈(Sleepy Don)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주부터 재판을 시작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인 것을 놀린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성인영화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Stormy Daniels)와의 과거 성추문이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주고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작년 3월 기소돼 지난 22일부터 본격 재판이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는 최근 며칠 힘든 날들을 겪었다. 폭풍 같은 날씨(stormy weather)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당사자인 스토미의 이름과 폭풍이 몰아치는 험악한 날씨를 표현할 때 쓰는 단어인 'stormy'가 같다는 데 착안한 유머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는 너무 절실한 나머지 자기가 판매하는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면서 "그는 십계명의 제1계명까지 읽었는데 '너는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구절에서 '나랑 맞지 않는 책'이라며 성경을 내려놨다"고 말했다.

소송 비용 압박을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성경을 59.99달러(약 8만원)에 팔기 시작한 사실과 누구보다 강한 트럼프의 자기애를 꼬집은 것이다.

법원에 출석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 약점인 나이를 '자학 개그' 소재로 삼았다.

그는 아내 질 바이든 여사가 오늘 만찬 연설에 대해 걱정하길래 자기가 "걱정하지 말라. 자전거 타는 것과 같다"고 말하자 여사가 '그게 바로 내가 걱정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일으킨 적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맞다. 나이가 문제다. 난 6살짜리와 경쟁하는 어른"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철없는 어린이에 비유한 발언에 청중은 폭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전국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난 항상 첫 13개 식민지(13 colonies)에서는 잘해왔다"고 말했다.

1776년 영국 치하에서 독립을 선언한 13개 식민지는 독립전쟁을 승리해 미국의 시초가 됐는데 바이든이 선거운동을 한 3개 주도 원래 식민지였다.

그는 트럼프와 자신의 공통점은 나이뿐이라면서 "내 부통령은 실제 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마저 양심상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고 공개 선언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건배하는 바이든 美대통령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2024.4.27

대통령과 언론이 가벼운 분위기에서 만나는 출입기자단 만찬은 비판에 시달려온 대통령이 언론에 '앙갚음'을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청중을 칭할 때 "언론에 계신 내 친구들, 그리고 폭스뉴스"라고 말해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방송인 폭스뉴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진보 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사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독립 언론의 질문을 피해 왔다고 지난 25일 성명까지 내고 비판한 뉴욕타임스(NYT)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뉴욕타임스가 나에 대해 '적극적이고 효과적'이라고 보도하게 만들기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면 그건 괜찮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은 1921년 시작됐으며 1924년 캘빈 쿨리지를 시작으로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헌법 1조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에 존경을 표하는 차원에서 만찬에 참석했는데 재임 기간 참석하지 않은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이들은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는데 그건 잘못됐고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론을 공격할 때 쓰는 표현이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진다고 경고하면서 "난 진심으로 여러분에게 누구 편을 들라는 게 아니라 이 순간의 심각함에 부응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 정보의 시대에 신뢰할 수 있는 믿을만한 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그것은 여러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게 내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bluekey@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