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이주여성노동자들, 샤워실 불법촬영 발견하고 신고못하는 이유
[삶] 이주여성노동자들, 샤워실 불법촬영 발견하고 신고못하는 이유
  • 윤근영
  • 승인 2023.11.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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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성폭행 당하고, 일상적으로 욕설 들어"
"이주노동자들이 女과장 애완견에 사료사주기 경쟁"

[삶] 이주여성노동자들, 샤워실 불법촬영 발견하고 신고못하는 이유

"이주노동자 성폭행 당하고, 일상적으로 욕설 들어"

"이주노동자들이 女과장 애완견에 사료사주기 경쟁"

[※ 편집자 주=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의 인터뷰 기사는 분량이 많아 두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가 나갈 예정입니다.]

농장의 외국인노동자 화장실 모습
[김달성 목사 제공]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포천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돕고 있는 김달성 목사는 최근에 책을 냈다.

'얼어붙은 속헹'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주로 담았다.

김 목사는 지난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반인권적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당해도 신고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고용주가 고용연장에 대한 절대 군주적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주노동자 문제는 고용주뿐 아니라 국회, 정부, 지자체 등에도 책임이 적지 않다"면서 "관련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청주고,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한 뒤 서울 사당동, 봉천동 등에서 빈민, 노동자들을 위한 목회 활동을 했다. 6년 전부터는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대표로서 이주 노동자들을 돕고 있다.

김달성 목사가 내놓은 책 '얼어붙은 속헹'
[본인 제공]

-- 최근에 책 '얼어붙은 속헹'을 내게 된 계기는.

▲ 그동안 이주여성 노동자 삶을 다룬 책은 거의 없었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3년 전 경기도 포천의 채소농장 기숙사에서 숨진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속헹 씨 이야기를 담았다. 속헹씨 죽음은 이주 노동자들이 얼어 죽을 정도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알리고 싶었다. 그 상황을 모르면 그들을 오해하고 혐오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은 법,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도 말하고 싶었다. 단지 사업주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주노동자 문제가 우리 사회에 큰 짐이 될 것이다. 불안과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 재앙은 왜 생긴다는 것인가.

▲ 프랑스에서 이주민 폭동이 일어났다. 이 나라는 한국보다 이주민에 대해 훨씬 포용적 정책을 펼쳐왔는데도 이런 폭동이 발생한다. 앞으로 한국에서 이주민 비율이 10%, 15% 등으로 올라갈 텐데, 현재의 이주민 정책을 유지하면 사회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 현재 한국에 외국인노동자는 몇 명이 있나.

▲ 외국인이 250만명 정도 있고, 이중 외국인 노동자가 130만명 정도다. 이중 '불법체류 근로자'라고 하는 미등록 노동자는 42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김달성 목사

-- 책에서 성폭력 경험자가 사업장에 따라 10∼30%라고 했는데.

▲ 성폭력은 성희롱과 성폭행(강간)까지 포함한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성폭력은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말도 모르고, 한국 물정도 모르는 사람이 혈혈단신으로 와서 성폭력을 당한다.

-- 최근에 관련 사례가 있나.

▲ 최근 포천 이주노동자센터에 접수된 사건이 있다. 한 공장에서 필리핀 여성 노동자 3명이 기숙사 샤워실 천정에 있는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 이들은 사장한테 항의했고, 공장장은 자기가 그런 짓을 했다고 시인했다. 이들 여성 노동자는 경찰에 신고하려 했으나 보복당할까 봐 머뭇거리고 있는 상태다. 고용연장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가진 사장에게 밉보일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 농장주가 실제로 성폭행하는 일이 있나.

▲ 충남 채소농장에서 60대 농장주가 20대 캄보디아 여성을 6개월 동안 성폭행한 일이 있었다. 이 여성이 임신하자 농장주는 병원에 데려가 낙태 수술을 시켰다. 이 여성은 막다른 상황에 몰리자 결국 신고를 하게 됐지만 여성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이 신고하기를 꺼린다. 고용연장을 위해서는 고용주의 사인(동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기 북부 채소농장 비닐하우스 숙소 앞에서 김달성 목사
[본인 제공]

-- 성폭행은 허술한 숙소와도 관련 있나.

▲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기숙사의 80%가 불법이다. 잠금장치가 제대로 돼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성폭력에 쉽게 노출된다. 다시 말하지만 근원적으로는 고용연장 권한을 사업주에게 주는 현행 고용허가제에 원인이 있다. 사업주가 절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으니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이다.

-- 주로 사업주가 성폭행을 저지르나.

▲ 사업주의 아들, 처남 등 가족도 그런 짓을 한다. 공장장, 부장, 과장 등 관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모두가 그런 짓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부가 그런 범법행위를 한다.

-- 50대 유부남 사장이 20대 필리핀 여성에게 애인이 돼 달라고 괴롭힌 사건도 있었는데.

▲ 그 사장은 반복적으로 애인이 돼 달라고 했다. 그 여성은 거절했으나 사장은 집요하게 요구했다. 너무 괴로웠던 그녀는 사업장 변경에 사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장은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사장의 말을 녹음한 뒤 공개하겠다고 했고, 사장은 그제야 일터 이동을 위한 사인(동의)을 해줬다.

마사지 업소 내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외국인 여성 노동자가 한국에서 낙태 수술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던데.

▲ 성폭행당해 낙태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로운 나머지 불륜이 일어나면서 낙태 수술을 하기도 한다. 20대 후반의 한 남성 이주노동자가 나를 찾아온 적이 있다. 같은 농장에서 일하는 여자 친구가 임신했다고 했다. 그 여자 친구는 동남아시아에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다. 타국에서 외롭게 지내다 보니 서로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 그 여성은 낙태 수술을 받았나.

▲ 산부인과에 가서 낙태 수술을 받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병원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낙태 수술이 한 달에 3∼4건 정도 있다고 한다. 7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병원은 수술비로 현찰만 받는다고 했다.

--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나.

▲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가족 동반 입국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인, 자녀들과 함께 한국에서 일정 기간 생활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자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사건들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 외국인 여성 노동자가 성매매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 이들은 거의 모두가 관광비자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취업비자가 아니다. 성매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돈을 쉽게 벌기 때문이다. 한 태국인 여성은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마사지업소에서 일했다. 그러다 보니 몸에 병이 났다. 근육통, 근육마비, 위장병 등이 무더기로 생겼다. 나는 그런 일은 그만하고 제조업체에서 일하라고 권했다. 그는 월급이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물었고, 나는 월 200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자기는 1주에 그 정도를 벌었다고 했다. 그 여성은 마사지업소에 다시 들어갔다.

캄보디아 농촌 주거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국에 오는 이주 노동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 몹시 가난한 삶을 살다 온 사람들이 많다. 캄보디아 출신의 한 노동자는 고향에서 5∼6명의 식구가 쌀죽을 만들어 하루에 1∼2끼만 먹었다고 한다. 반찬은 간장 한 종지 외에는 없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산다고 한다. 이들은 고생스럽지만 한국에서 돈을 벌어 고국으로 돌아간 뒤 땅도 사고, 집도 짓고, 자영업을 하고 싶어 한다.

-- 외국인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어느 정도인가.

▲ 채소농장에서 일하면 처음에는 월 150만원 정도 받는다. 2∼3년이 지나면 180만원 정도로 올라간다. 한 달에 두 번 쉬고,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일한다.

-- 고용주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욕도 많이 한다고 하던데.

▲ 한 양말공장에서는 50대 여사장이 욕설을 입에 달고 살았다. 병신새끼, 개새끼 등 욕설은 다양했다. 일이 서툴다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일을 빨리빨리 하라고 욕을 했다. 한국인 중년 여성 근로자들도 이런 욕을 하는데 합세했다.

김달성 목사

-- 정부 기관 등에서도 직원들이 이주노동자들한테 거의 반말한다고 하던데.

▲ 내가 그들과 같이 가도 그들에게 반말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그것은 경제인종차별주의라고 본다. 피부가 우리보다 검다는 이유로, 한국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것이다. 백인들한테 그렇게 못 할 것이다.

-- 책에서 한 이주노동자가 여자 과장의 애완견에게 사료를 사줘야 했다고 했는데.

▲ 포장지를 만드는 공장에 여자 과장이 있었다. 사장의 처제인 그는 매일 애완견 두 마리를 데리고 출근했는데, 이주민 노동자들이 사료 사주기 경쟁을 했다. 그들은 연장 근로를 해서라도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얼른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토요일, 일요일, 밤에 근무하는 것도 싫어하지 않는다. 연장근로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이 여자 과장이 갖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이 과장 애완견에게 사료를 사다 주는 촌극이 빚어졌다.

속헹씨가 거주했던 기숙사
[김달성 목사 제공]

-- 속헹씨 사건은 어떻게 알게 됐나.

▲ 사건은 2020년 12월20일 일요일에 일어났다.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속헹씨는 취업비자가 만료돼 출국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있었다. 비행기표도 끊어 놓은 상태였다. 당시 SNS상에는 포천에서 한 여성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돌았다. 주변에 확인해봤더니 아는 사람이 없었다. 포천경찰서 외사과에 문의했더니 아는 바가 없다는 답변이었다. 다음날 경기도 안산의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센터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에게 이주노동자의 사망 소식을 아는지 묻는 전화였다. 나는 소문은 들었으나 확인을 못 하고 있으니 김 대표가 그곳 커뮤니티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다음 날 새벽에 김 대표로부터 문자가 왔다. 채소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외국인노동자 5명이 불법 가건물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속헹씨 혼자 숙소에서 잠을 자다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사망 이틀 전부터 난방을 위한 전기 스위치가 작동되지 않아 4명의 동료는 다른 친구네 집으로 갔다고 했다.

-- 사망원인은 무엇이었나.

▲ 부검 구두 소견은 간질환에 의한 합병증이었다. 사인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이 유족과 협의를 마쳤다면서 시신을 신속하게 화장했기 때문이다.

-- 속헹씨 사건은 산재인가.

▲ 사망 당일 최저 기온은 영하 15도였다. 사망 2∼3일 전부터 숙소에는 난방이 되지 않았다. 우리 이주노동자기숙사대책위원회는 캄보디아에 있는 속헹씨 가족에게 연락해 산재를 신청토록 했다. 결국 농업 이주노동자 기숙사 사망사건으로는 처음으로 산재로 인정받았다. 열악한 노동환경, 주거환경이 그의 죽음에 영향을 줬다고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간질환 합병증은 작은 사인이고, 열악한 주거환경은 큰 사인이었다.

김달성 목사

-- 정부와 정치권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 외국인노동자가 오는 것은 사람이 오는 것이다. 단지 인력으로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5∼10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에 우리와 살면서 힘들게 일한다. 그들을 일회용품처럼 보거나 취급하지 말고 사람으로 보기 바란다. 이런 관점에서 법과 제도와 정책을 새로 만들었으면 한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우리 국민들의 인권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들 마음에는 외국인노동자를 무시하고 홀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주노동자는 우리 곁에서 이웃 주민으로 살고 있다. 그들이 없이는 상추쌈도, 육류도 먹기 힘든 상황이 됐다. 아파트 건설도 어렵다. 우리가 포용적으로 이들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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