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묻힌 조부 찾아 기뻐"…창원대박물관 이민자 무덤 조사
"하와이 묻힌 조부 찾아 기뻐"…창원대박물관 이민자 무덤 조사
  • 정종호
  • 승인 2023.10.2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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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하와이로 이민 간 조부 평생 찾은 80대 도와달라 요청 들어줘
창원대박물관, 독립운동 숨은 주역 추정 고인 독립유공자 등록 추진

"하와이 묻힌 조부 찾아 기뻐"…창원대박물관 이민자 무덤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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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 빅아일랜드에 있는 윤원식(윤계상) 선생 묘비
[창원대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팔십 평생 할아버지 묘소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어요. 그런데 창원대박물관 덕분에 이제 찾을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

울산 중구에 거주하는 윤동균(80) 씨는 지난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윤씨는 1905년 하와이로 이민 간 조부 윤원식 선생의 흔적을 평생 찾았다.

조부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윤씨지만, 어릴 적 아버지를 통해 들은 하와이로 이민 간 할아버지 이야기를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았다.

그는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외교부와 국가보훈처 등에도 문의했으나 별다른 소식은 얻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이젠 그만하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창원대학교박물관이 하와이 한인 초기 이민자 무덤을 조사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윤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연락했다.

박물관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하와이 현지 조사를 통해 1세대 한인 이민자들의 묘비를 탁본하면서 관련 자료를 수집해 500여 개의 한인 무덤을 확인했다.

하와이 1세대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잊혀 가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시작된 조사였다.

박물관은 윤씨가 전달한 족보 내용을 토대로 윤원식 선생의 자(字)가 '계상'임을 파악하고, 고향·사망 일자·당시 신문 기록 등을 교차 검토했다.

그리고 1922년 사망한 윤계상이 윤씨가 찾던 조부와 동일인임을 확인해 하와이 빅아일랜드 한 커피농장 묘지에 묻힌 윤원식 선생을 찾았다.

박물관의 하와이 한인 초기 이민자 무덤 조사가 알려진 이후 고인과 유족이 처음으로 연결된 사례다.

박물관에 따르면 윤원식 선생은 1905년 5월 8일, 38세의 나이에 처자식을 두고 홀로 하와이행 배에 올랐다.

조사를 진행한 김주용 창원대박물관 학예실장은 "윤원식(윤계상) 선생은 독립운동단체인 대한인국민회 하와이지방총회의 총부회장을 역임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독립유공자로 등록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물관 조사에 따르면 1902년 12월부터 1905년까지 7천400여 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하와이로 이주했다.

하와이에 도착한 이들 대부분은 사탕수수밭에서 힘들게 일하며 고달픈 이국 생활을 이어갔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이들은 조국 독립을 위해 한인회와 군대를 조직하고, 독립 의연금 모금에 나서는 등 독립운동의 숨은 주역이 되기도 했다.

홍승현 창원대박물관장은 "하와이 한인 초기 이민자 무덤은 한국 이민사와 독립운동사 연구에 중요한 사료"라며 "이 묘비들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대박물관 방문한 윤동균 씨와 그 가족들
[창원대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jh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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