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두번째 추석 보내는 우크라 피란민 "평화 되찾길"
광주서 두번째 추석 보내는 우크라 피란민 "평화 되찾길"
  • 정회성
  • 승인 2023.09.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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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마을, 주민들 기부로 명절 선물 나눔…차분한 연휴

광주서 두번째 추석 보내는 우크라 피란민 "평화 되찾길"

고려인마을, 주민들 기부로 명절 선물 나눔…차분한 연휴

광주 고려인마을 추석 명절 선물 나눔
[광주 고려인마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돌아갈 집은 잃었지만 평화라도 다시 찾았으면 좋겠어요."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안 옐레나(43) 씨는 포화에 사라져버린 마을을 떠올리며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맞는 2번째 추석의 소원을 빌었다.

거동이 불편한 노부모, 장애가 있는 딸을 챙겨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안씨는 국경을 접한 폴란드를 거쳐 지난해 4월 광주 고려인마을에 왔다.

가족의 보금자리가 있던 우크라이나 남부 니콜라예프의 작은 마을은 전쟁으로 폐허가 됐다.

안씨는 "고려인마을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 가족은 이렇게 편안하게 지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에 마을 센터 일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인마을은 추석을 쇠는 문화가 없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동포들이 긴 연휴를 쓸쓸하게 보내지 않도록 이번 명절 각종 먹거리가 든 식품 상자와 이불 등 생필품을 선물하며 위로했다.

고려인마을은 전쟁 발발 첫해였던 지난해 추석에는 우크라이나 피란민과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마을 축제를 열었지만, 올해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명절을 보내기로 했다.

광주 고려인마을 추석 명절 선물 나눔
[광주 고려인마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에게 전한 추석 선물은 각자 힘이 닿는 데로 기부한 고려인마을 주민들의 후원금 630만원으로 마련했다.

추석 선물을 받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은 "덕분에 마음 따뜻한 연휴를 가족과 함께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려인마을은 전쟁 발발 이후 피란길에 오른 우크라이나 피란민 가운데 광주에 연고를 둔 동포나 그 가족의 한국행을 돕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금까지 876명에게 항공권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270여 명은 일자리나 친인척 등을 찾아 수도권, 전남 등지로 이주했다

광주 도착 후 고려인마을로부터 주거, 교육, 구직, 육아, 의료 등의 도움도 받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생활은 여느 이주노동자와 비슷하다.

신조야 광주 고려인마을 대표는 28일 "지역 사회의 후원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 피란민 동포를 도울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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