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의 날' 제정 앞장 민병수 변호사 별세…향년 90세
'미주 한인의 날' 제정 앞장 민병수 변호사 별세…향년 90세
  • 왕길환
  • 승인 2023.06.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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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법적 권익옹호 나서…미주 한인사회 '민권운동의 대부'로 불려

 

'미주 한인의 날' 제정 앞장 민병수 변호사 별세…향년 90세

한인 법적 권익옹호 나서…미주 한인사회 '민권운동의 대부'로 불려

 

 

향년 90세로 별세한 미주 한인사회 '맏형' 민병수 변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연방 정부가 매년 1월 13일을 '미주 한인의 날'로 제정하는데 앞장선 민병수 변호사가 지난 1일(현지시간)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동포 신문과 방송들이 5일 전했다.

1월13일은 1903년 한인 102명이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날을 뜻한다. 2003년 LA시와 카운티, 이듬해 캘리포니아주, 2005년 연방 정부가 잇따라 이 날을 '미주한인의 날'로 제정했다.

지병으로 별세한 고인은 미주한인재단 회장을 맡아 미주 한인의 날 제정에 앞장섰고, 결의안을 직접 작성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의회와 LA시, LA카운티 의회에서 이 결의안이 낭독되고 있다.

고인은 이민 선조들의 이름을 딴 3개의 공립학교 탄생에도 역할을 했다. 옥스퍼드와 2가에 신축된 '찰스 H. 김 초등학교', 윌셔와 샤토가에 세워진 '김영옥 중학교', 버몬트와 버질 애비뉴에 세운 '닥터 새미리 매그닛 초등학교' 등이다.

찰스 H. 김 초등학교는 독립운동가 김호(1884-1968.본명 김정진,미국명 찰스 호 김) 선생의 이름을 땄고, 김영옥 중학교는 세계 2차대전과 한국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전쟁 영웅 김영옥 대령의 이름을 붙였다.

새미리 매그닛 초등학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의사인 새미 리 박사의 이름이 들어갔다.

고인은 한국인의 이름이 들어간 공립학교를 미국에 만든다는 것은 80∼100년간 한국과 한국인을 알리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민 변호사는 우리나라 초대 교통부 장관이며 LA 초대 총영사였던 민희식(1895~1980년) 선생의 3남 2녀 중 차남이다. 중3 때인 1948년 미국에 이민해 글렌데일 법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975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한인으로는 3번째 변호사가 됐다.

한미변호사협회(KABA)를 창설해 회장을 맡은 그는 LA폭동이 발생한 1992년 말 KABA 산하에 한인법률권익재단을 만든 후 피해 업주들을 대리해 집단 소송을 제기했고, LA시가 피해업소당 2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도록 이끌어냈다.

이후 한인청소년센터(KYCC) 이사, 한미연합회(KAC) 이사장, 한인장학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한인 이민사 보존과 발굴, 후세들에게 역사를 심어주기 위해 앞장섰고, 한인사회의 권익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민주당 대통령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안구 암으로 한쪽 눈을 적출한 후에도 한인들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 세미나를 펼치는 등 한인 커뮤니티에 애정을 쏟았던 그를 한인사회에서는 '한인사회 민권운동의 대부', '맏형'이라고 불렀다.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 및 공로상을 비롯해 재미동포 첫 대한민국 법률대상, 세계한인검사협회 주최 평생공로상, 남가주한인변호사협회 주최 개척자상 등을 수상했다.

LA 한인회는 "민병수 변호사는 봉사가 무엇인지 몸소 후손들에게 가르쳐 준 우리시대 큰 스승이셨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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