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하노이 한베가족협회 부회장 "2세는 양국 발전 자산"
이건 하노이 한베가족협회 부회장 "2세는 양국 발전 자산"
  • 왕길환
  • 승인 2023.04.27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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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내 한베 자녀 1만3천여명…하나유치원 설립 등 교육 사업에 매진
한국 내 베트남 다문화 가정과도 교류…"2세들 베트남 알기 운동 펼칠 것"

이건 하노이 한베가족협회 부회장 "2세는 양국 발전 자산"

베트남 내 한베 자녀 1만3천여명…하나유치원 설립 등 교육 사업에 매진

한국 내 베트남 다문화 가정과도 교류…"2세들 베트남 알기 운동 펼칠 것"

 

 

이건 하노이 한베가족협회 부회장
[촬영 왕길환]

 

 

(하노이=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한-베트남 자녀는 양국 발전의 자산이고, 우리는 그들을 꼭 자산이 되도록 만들 것입니다."

이건(54) 하노이 한베가족협회 부회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과 베트남인이 결혼해 베트남에서 가정을 꾸린 가구는 북부 지역에 2천200가구, 남부 지역에 4천가구가 넘는다. 그 자녀 수는 적어도 1만3천명을 넘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베가족협회는 하노이와 호찌민 2곳에 결성돼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과 LG, 그 협력업체들이 대거 입주한 베트남 북부 산업단지의 경우 한국인들이 지속해 유입돼 한-베트남 가족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노이 한인회 이사이기도 한 이 부회장은 26∼28일 아시아한인회·한상총연합회가 하노이 그랜드 프라자호텔에서 개최하는 정기총회 및 단합대회에 참가자를 위한 공항 픽업 봉사활동을 담당했다.

이 대회에는 아시아 지역 22개국 72개 도시에서 한인회장과 한상(韓商) 150여 명이 참가했다.

 

하노이 한베가족협회 창립10주년 행사 장면
[하노이 한베가족협회 제공]

 

한-베트남가족협회는 2008년 '행복한 한-베 가정'이라는 목표 아래 설립됐다. 친목 도모는 물론 양국 문화와 언어의 이해, 고충을 함께 풀어나가 보자는 생각으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같은 처지의 인사들이 의기투합했다.

그는 "초창기에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베 가정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협회의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자라나는 2세들을 위한 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하노이 한인 밀집 거주지역인 미딩에 개원한 '하나유치원' 설립은 그 일환이다.

이 유치원은 협회가 자녀를 제대로 가르쳐 보자며 시작한 '한국어 공부방' 프로젝트의 결실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하나유치원을 건립하기 위해 매년 바자회를 열어 기금을 모았고, 2020년 유치원 대지를 마련하고 나서 2년 만에 협회 소속 유치원을 정식으로 열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특정 국적에 치우진 교육 형태가 아닌 아이들의 베트남 사회 적응과 한국인의 정체성 확립을 함께 고민하는 교육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아이들의 교육만큼은 후원 여부와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수익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베트남 아내'의 고향 특산품 판매와 꽃 배달 서비스 등이다.

 

한인 밀집 지역인 미딩에 개원한 하나유치원 모습
[하노이 한베가족협회 제공]

 

협회는 한국으로 시집간 '베트남 신부'들을 위한 다문화 가족들과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오는 6월 7∼16일 협회와 충청북도가 진행하는 '다문화가족(베트남) 친정 부모 초청 사업'이 그것이다.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친정 부모와 만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과 베트남 간의 우호를 증진하고, 다문화 가족의 한국 생활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한다는 목적으로 진행한다.

올해는 충북 도내 다문화 가족 10가구의 부모가 한국을 찾아 그리운 딸과 손자, 손녀를 만난다.

베트남 기자와 국영 TV PD도 동행하는 이 방문단을 이 부회장이 인솔한다.

이 방문 사업의 첫 단추는 이 부회장이 2008년 뀄다. 당시 친정 부모 26명이 충청북도에 시집간 딸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380여 명이 방한했다.

2019년 발생한 코로나19로 방문 사업이 중단됐다가 올해 3년 만에 재개된다.

이 부회장은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족들이 모처럼 만나 부둥켜안고 울며 그리움을 풀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에 시집간 신부들이 가정 폭력에 시달린다는 베트남 내 부정적인 여론을 씻어내겠다는 차원도 있다. 그래서 방문단에는 반드시 방송과 신문 기자들을 동행한다.

이 부회장은 "곧 한국에서 태어난 베트남 2세들이 어머니의 고향을 제대로 알게 하는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한베 다문화가족 2세 베트남 알기 운동'(한베 자녀 2세 베트남 방문) 사업이다. 향후 2세들이 양국 발전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국내 지자체가 선발한 초등 5∼6학년생과 중학 1∼2학년생을 선발해 외갓집을 방문하고, 문화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협회는 이러한 계획을 지난 1월16일 하노이를 방문한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당시 김 의장은 '한-베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국가 차원에서도 큰 자원인바 이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측과 협의해 실효적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26년째 베트남에 거주하는 그는 하노이에서 신월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하노이종합대 역사학과에 재학 중 베트남 여성을 만나 결혼했으며 4남매를 두고 있다.

 

'베트남 신부' 친정 부모를 초청해 위로하는 장면
[하노이 한베가족협회 제공]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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