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평화가 깃들길"…광주 고려인마을 우크라 피란민의 염원
"다시 평화가 깃들길"…광주 고려인마을 우크라 피란민의 염원
  • 정회성
  • 승인 2023.02.23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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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난민으로 보낸 1년, 두고 온 가족 걱정으로 보낸 하루하루
고려인마을, 피란민 875명 지원…"돌아갈 곳 없다" 대부분 정착 원해

"다시 평화가 깃들길"…광주 고려인마을 우크라 피란민의 염원

전쟁 난민으로 보낸 1년, 두고 온 가족 걱정으로 보낸 하루하루

고려인마을, 피란민 875명 지원…"돌아갈 곳 없다" 대부분 정착 원해

방안 벽면에 우크라이나 국기 걸어두고 전쟁 종식 기원하는 이 나탈리아 씨
[연합뉴스 사진]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전쟁이 빨리 끝나서 우리 가족이 다시 모였으면 좋겠습니다."

광주 고려인마을에 안식처를 마련한 '전쟁 난민' 이 나탈리아(38) 씨는 우크라이나에 남겨둔 부모님과 동생을 떠올리며 지난 1년을 돌이켰다.

여느 피란민처럼 어린 자녀만 챙겨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이씨는 폴란드를 거쳐 지난해 4월 18일 광주 고려인마을 도움을 받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전쟁 발발 전 이주노동자로서 광주에 정착한 남편을 통해 고려인마을과 인연을 맺은 덕분이었다.

소비에트연방 해체 시기 중앙아시아 곳곳으로 흩어졌던 무국적 고려인 후손이기도 한 이씨는 애환 서린 유랑민의 삶을 7살 딸, 고교 학업을 중단한 아들과 함께 경험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이씨는 농장 일을 했던 부모를 따라 타지키스탄에 잠시 머물렀다가, 지금 자신의 딸과 같은 나이였던 유년 시절 우크라이나로 이주했다.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꼬박 1년째 맞는 날을 하루 앞둔 23일 이씨처럼 광주 고려인마을에 안착한 고려인 후손의 피란 생활도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려인 마을의 작은 방 벽면에 커다란 우크라이나 국기를 걸어놓은 이씨와 그 가족은 제2의 모국인 우크라이나에 다시 평화가 깃들기를 매일 염원하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교회 예배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씨는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다. 이들의 고생이 끝나도록 하루빨리 전쟁도 멈추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이씨처럼 광주에 연고를 둔 동포와 그 가족에게 항공권, 임시 거처, 교육과 구직, 육아, 의료 등을 지원해왔다.

개인·단체·기업 등 지역사회도 8억9천만원을 고려인 마을에 후원했고, 사회복지재단의 간접 도움까지 더하면 우크라이나 피란민 지원 비용은 16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875명이 고려인마을 도움을 받아 광주에 왔다.

피란민 가운데 약 10%는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나, 김 레브(68) 씨처럼 대다수는 안식처를 찾은 이곳에서 완전한 정착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 협동농장서 채소를 경작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김 레브 씨
[연합뉴스 사진]

광주 고려인마을 협동농장에서 채소를 기르고 닭을 키워 식당에 납품하는 김씨는 "떠나온 마을이 쑥대밭이 돼 이제는 돌아갈 집도 없다"며 "한국에 적응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조야 광주 고려인마을 대표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고려인 후손 피란민을 우리는 계속해서 도울 것"이라며 "정부와 지역사회도 더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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