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고향땅 참사 도와야"…이주민들 지원 쇄도
[튀르키예 강진] "고향땅 참사 도와야"…이주민들 지원 쇄도
  • 윤종석
  • 승인 2023.02.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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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등지의 튀르키예·시리아 출신 주민 구호품 기부 줄이어

[튀르키예 강진] "고향땅 참사 도와야"…이주민들 지원 쇄도

독일 등지의 튀르키예·시리아 출신 주민 구호품 기부 줄이어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으로 1만6천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유럽 중에서도 이들 나라 출신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독일도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독일에는 민족에 기반한 공식 인구 데이터가 없지만 튀르키예 출신이 300만~700만명가량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700만명은 독일 인구의 약 8%에 해당한다.

독일 베를린의 구호물품 정리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한 호텔 로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튀르키예로 보낼 구호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금지.

또한 시리아 출신 주민은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이 그간 난민 포용 정책에 앞장선 덕에 이주민이 많은데, 이렇다 보니 독일 사회는 유럽 어느 나라보다 이번 강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독일 최대 통신회사 도이체 텔레콤은 일주일간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대한 국제전화 요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전화요금 걱정 없이 고향의 친지들과 충분히 통화하며 안부를 챙기라는 취지다.

베를린 시청은 조기를 내걸었고 독일 의회는 8일 공식 일정에 지진 희생자를 위한 묵념 시간을 배치했다.

튀르키예·시리아계 주민들은 조국에 구호품을 보내기 위해 잠시 생업을 접었다.

파티마 오즈트라크 씨도 그런 경우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그녀는 가게 문을 닫고 베를린 시내에 있는 튀르키예 음악학교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지진 피해지역에 보낼 유아식과 기저귀 등 구호 물품을 접수했다.

학교 내 리허설룸은 구호품을 포장하는 작업장으로 변신했다. 봉사자들은 영하의 날씨에 얼어붙은 손을 비벼가며 구호 상자를 정리하고 트럭에 싣는 일을 반복했다.

오즈트라크 씨는 "최근 한숨도 못 잤다"면서 "항상 고향의 지진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향에 있는 여동생으로부터 주변 건물들이 마구 무너져 내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너무 겁이 났다"고도 했다.

베를린 지역의 튀르키예 지진 피해 구호품 모집 속도가 워낙 빨라 봉사자들은 물류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으며, 일부 접수처에선 기부 물품을 돌려보내야 할 정도였다고 WP는 전했다.

시리아 출신들도 마찬가지다.

베를린에 거주하며 시리아 난민 캠프에 있는 보호아동 40여명에게 원격으로 아랍어와 영어를 가르치는 요스라 알아흐마드 씨는 그녀의 학생들을 위해 모금을 준비 중이다.

알아흐마드 씨는 지진 직후 아이들의 생사를 알 수 없어 노심초사했다. 10시간여 만에 전화를 받은 그는 9명이 다쳤지만 모두 살아남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묵념하는 독일 의회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의회당에서 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참사 피해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바다 건너 호주에서도 튀르키예 출신들이 조국에 보낼 구호 물품 보내기에 여념이 없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멜버른에선 봉사자 수십 명이 할랄 방식 정육점 주차장에 모여 컨테이너 3개에 텐트와 이불, 침낭 등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컨테이너들은 9일 멜버른 항에서 출발해 며칠 내에 튀르키예 지진 피해지역에 당도할 예정이다.

봉사단원인 카시에 쿠루 씨는 "여기 있는 모두가 지진 피해지역 주민 한두 명은 알고 있다"라며 자신의 친구는 호주에 살다가 가지안테프로 돌아갔는데, 이번 지진으로 직접 지은 집을 잃는 처지가 됐다고 전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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