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난민 학생 "기적의 언어 한국어 때문에 기쁘게 지내"
우크라이나 난민 학생 "기적의 언어 한국어 때문에 기쁘게 지내"
  • 왕길환
  • 승인 2022.12.28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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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김알리나, 카잔연방대서 열린 한국어 올림피아드 1등 영예
"전쟁으로 힘들지만, 한국어는 저에게 열정이고 희망이고 위로"

우크라이나 난민 학생 "기적의 언어 한국어 때문에 기쁘게 지내"

13살 김알리나, 카잔연방대서 열린 한국어 올림피아드 1등 영예

"전쟁으로 힘들지만, 한국어는 저에게 열정이고 희망이고 위로"

한국어로 발표하는 김알리나 양
[카잔연방대 한국어학과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지금 한국어가 없는 제 삶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한국어는 저에게 열정이고 희망이고 위로입니다."

러시아 모스크바 남쪽에 있는 보로네시에 있는 2번학교 8학년생 김알리나(13) 양의 외침이다.

김 양은 최근 타타르스탄 카잔연방대에서 열린 러시아 교육부장관배 제14회 한국어 올림피아드에서 이러한 내용의 발표로 1등을 차지했다.

이 올림피아드에는 러시아 전역과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중등학생과 대학생이 참가했다.

28일 김 양이 직접 쓴 발표 원고에 따르면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에 있는 스타하노프에서 러시아 아버지와 고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김 양은 "저는 한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람입니다. 집에서는 주로 러시아어를 사용했지만, 가끔 친척들에게 한국어와 우크라이나어를 들으며 자랐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을 듣고, 한국에 홀딱 반했다는 그는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보기도 했다.

K-팝과 K-드라마 때문에 한국을 더 알고 싶었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한국어를 배울 곳이 없었다. 어머니가 돕고 인터넷으로 한국어를 배웠으나 온라인 공부는 재미가 없었고 한국어에 대한 그의 갈망을 채워주진 못했다.

발표 순서를 기다리는 김알리나 양
[카잔연방대 한국어과 제공]

그러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김 양은 어머니 김비올레타 씨와 함께 폭격에 폐허가 된 고향을 떠나 바로네즈로 피난했다.

"우리는 전쟁을 피해 바로네즈로 왔고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집, 학교, 친구들 모두 낯설어서 슬펐습니다. 그런데 너무 힘드니까 더 한국어가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엄마가 또 도와주셨고 친척을 통해 바로네즈 한글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김 양은 바로네즈에 피난 온 것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기적이라고 했다.

전쟁을 피해 온 도시에서 한국 선생님을 만났고, '한글날'과 '김치의 날'을 기리는 행사에 참여해 비빔밥과 김치를 맛봤던 것이다.

그는 "한국어는 어렵지만 재미있다. 한국어는 지금 내 삶의 큰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로네즈에서 외로울 때마다 한국어와 한국 드라마, K-팝은 내 친구가 된다. 전쟁 때문에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기적의 언어 한국어 때문에 기쁘게 지낼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도와준 엄마와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자신의 '한국어 사랑 이야기' 발표를 마쳤다.

김 양은 바로네즈에서 카잔까지 기차로 이틀을 달려가 올림피아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했다.

1등을 차지한 그는 상장과 함께 한국 화장품을 부상으로 받았다.

1등 상장과 상품을 받고 좋아하는 김알리나 양
[카잔연방대 한국어과 제공]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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