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손글씨 모아 개발한 '이주하는 서체' 작품 눈길
이주민 손글씨 모아 개발한 '이주하는 서체' 작품 눈길
  • 김호천
  • 승인 2022.12.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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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작가, 마인드 붐 2022에 전시

이주민 손글씨 모아 개발한 '이주하는 서체' 작품 눈길

조혜진 작가, 마인드 붐 2022에 전시

(서울=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이주민들의 손글씨를 모아 개발한 한글 서체 작품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조혜진 작가의 '이주하는 서체' 프로젝트 작품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제공]

15일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주최 '마인드붐 2022-불소리에, 불타거나' 전시장인 서울 영등포구 양산로 96 산경물산 A46호로 들어가자 작가 9명의 다양한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편에 설치된 조그만 탁자 위에 노트북 1대와 작품 설명서가 놓여 있고, 그 앞 벽면에 한글 서체가 프린트된 A4용지들이 붙어 있다. '필사를 위한 형태'라는 조혜진 작가의 작품이다.

조각을 전공한 조 작가는 관객이 전시장에 비치된 이주민과 연결된 자료를 열람하고 '이주하는 서체'를 활용해 필사에 참여하도록 고안된 구조물이라고 소개했다.

관객이 노트북을 이용해 필사해보고, 프린터로 바로 출력해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이주하는 서체는 한글 명조체를 이주민들의 손글씨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다.

2018년 경기도 양평군다문화지원센터에서 베트남 출신의 결혼 이주 여성들과 작업하면서 시작했다.

현재까지 60여 명의 이주민이 참여했고, 600여 자를 이주민 손글씨로 대체했다.

개발된 서체는 한글을 지원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도 있다.

조 작가는 "조각이라는 게 거창할 수 있지만, 손으로 매일 쓰는 글씨 같은 것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일상적이고 누구나 만들어 내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주민들이 한글을 배우면서 계속 만들어내는 형태를 좀 더 수면 위로 올려보려고 했다"며 "한글을 연습하는 이주민들이 좀 더 능동적으로 서체를 만드는 데 참여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혜진 작가의 '이주하는 서체' 프로젝트 작품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제공]

김해다 큐레이터는 "언어는 원활한 소통을 위한 규칙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이주민과 선주민을 구별 짓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면서 "이민자와 한국의 관계를 은유하는 '이주하는 서체' 프로젝트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조 작가는 오는 18일 전시장 인근 카페 이로울리에서 대중가요를 매개로 태국 이주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태국 대중가요 음감회'도 한다.

마인드 붐 2022 전시는 29일까지 한다.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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