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들, 조수미 콘서트서 감동·환희…"너무나 큰 위로"
다문화가족들, 조수미 콘서트서 감동·환희…"너무나 큰 위로"
  • 성도현
  • 승인 2022.12.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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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우리가 보듬어줘야…우리 국민보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
'천원의 행복' 특별공연 470명 초청…2002 월드컵송 '챔피언스'에 환호

다문화가족들, 조수미 콘서트서 감동·환희…"너무나 큰 위로"

조수미 "우리가 보듬어줘야…우리 국민보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

'천원의 행복' 특별공연 470명 초청…2002 월드컵송 '챔피언스'에 환호

'조수미 콘서트'에 초청된 다문화가족들
세종문화회관이 사회공헌 프로젝트 '천원의 행복' 15주년을 맞아 4일 특별공연 형태로 꾸민 '조수미 콘서트'에 다문화가족 470명이 초청돼 클래식 공연을 감상할 기회를 가졌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에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며 피었나니/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어디에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이 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피었나니."(가곡 '흔들리며 피는 꽃' 중)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음성이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찾은 2천500명의 관객 사이로 퍼졌다. 객석에 있던 일부 다문화가족은 조수미와 대형 스크린에 적힌 가사를 번갈아 응시하며 눈물을 훔쳤다.

결혼이나 귀화 등으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된 다문화가족들이 모처럼 공연장을 찾아 클래식 음악의 향연에 빠졌다. 세종문화회관은 사회공헌 프로젝트 '천원의 행복' 15주년 특별공연 '조수미 콘서트'를 기획해 다문화가족 470명을 초청했다.

이금희 글로벌한문화희망봉사회 이사장은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결혼이주여성이 많다"며 "조수미가 노래한 '흔들리며 피는 꽃' 가사가 와닿아 울컥한 것 같다. 나도 옆에서 덩달아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 15년 차인 일본 출신 다키 유카리(57) 씨는 "해금 소리와 어울려 슬픔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며 "조수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큰 위로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금 연주자 나리(왼쪽)와 소프라노 조수미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통·번역사로 일하며 동대문구 다문화합창단 '행복메아리'에서 활동하는 일본 출신 소프라노 사츠코(55) 씨는 "조수미의 '아베마리아'로 태교를 할 정도로 열혈 팬"이라며 "태어난 나라가 달라도 음악이 그 경계를 넘어 진심을 전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남편 및 두 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태국 출신 10년 차 결혼이주여성 파트라타나산 수완나(37) 씨는 한국에서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조수미의 모습에서 세계 최고의 디바 머라이어 캐리를 떠올렸다"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결혼 6년 차인 멕시코 출신의 멘데스 이반(34)-진희원(29) 씨 부부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진출한 상황에서 조수미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부른 응원가 '챔피언스'를 이번에 앙코르곡으로 듣게 되니 뜻깊었다"고 말했다.

결혼이주민 이외에도 한부모가족, 유학생 등도 공연장을 찾았다.

아들과 함께 사는 몽골 출신 강미희(44) 씨는 "이런 클래식 공연은 처음 접했는데 객석이 가득 찬 공연장 모습이 놀랍고 신기했다"고 했다. 또 "가끔 힘들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어디에 살아도 사람 사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 새해가 다가오니 설레고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한국어 공부를 위해 올해 5월 유학 온 베트남 출신 레 티 응아(29) 씨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를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며 "아직 한국어도 서툴고 한국 물가가 비싸 생활하기 쉽지 않지만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천원의 행복' 15주년 특별공연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 직후 만난 조수미는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다른 나라의 문화, 언어, 태도 등을 익히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며 "예술과 음악을 통해 희망과 위안을 받는 경험은 굉장히 중요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문화가족들은 자국민보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국인들이 해외에 나가면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이 되는 것처럼 국내로 온 외국인들에게도 마음을 열고 보듬어주면 좋겠다. 한국인들은 워낙 정이 많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홍보대사인 조수미는 이번 공연 취지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무상으로 출연했다. 조수미는 100분 공연 말미에 '아베마리아'와 '챔피언스', '라데츠키 행진곡' 등 3곡을 앙코르로 선물했다.

최영선이 이끄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테너 장주훈, 뮤지컬배우 크리스 영, 해금 연주자 나리 등은 무대의 풍성함을 더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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