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자치주 70년] ②"'네트워크 공동체'로 미래 창출하자"
[조선족자치주 70년] ②"'네트워크 공동체'로 미래 창출하자"
  • 강성철
  • 승인 2022.09.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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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하는 차세대에 조선족 주말학교 등으로 '뿌리 의식' 고취
각국 조선족, 경제단체 중심으로 인재 육성·민족문화 공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해 하나로 묶는 노력 필요"

[조선족자치주 70년] ②"'네트워크 공동체'로 미래 창출하자"

현지화하는 차세대에 조선족 주말학교 등으로 '뿌리 의식' 고취

각국 조선족, 경제단체 중심으로 인재 육성·민족문화 공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해 하나로 묶는 노력 필요"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중국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가 3일 창립 70주년을 맞은 가운데 조선족 사회는 여러 도전에 맞서 조선족의 앞날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조선족 사회에서는 차세대가 정체성을 잃고 현지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조선족자치주와 조선족 학교가 있는 동북 3성과 달리 조선족이 진출한 중국 내륙도시나 한국, 일본 등에서는 민족 문화를 가르치고 전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사는 조선족을 하나로 묶기 위해 '네트워크 공동체' 구축에 힘쓰고 있다. 주말학교를 곳곳에 설립해 우리 말과 문화를 전하고, 조선족 사회 대표 단체를 결성해 인재 육성에 앞장서면서 다양한 행사를 열어 소통과 교류에 힘쓰고 있다.

황유복 베이징 중앙민족대학 교수는 "중국 조선족 사회는 고유의 문화 영토이던 조선족 마을의 공동화·해체와 이에 따른 민족학교 폐쇄 등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며 "민족공동체 존망과 직결되는 전통 가치관 보존을 위해 민족언어·문화 교육과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하나로 묶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 차세대 현지화 맞서 '조선족' 정체성 유지 힘써

현재 조선족 사회의 가장 큰 고민은 현지화하는 차세대의 정체성 유지 문제이다.

중국 내륙이나 연해 도시에 거주하는 조선족 자녀의 경우 한족 학교에 다니며 한족 사회에서 성장하다 보니 우리말과 문화를 모른 채 성장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에 있는 조선족 자녀의 경우 중국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중 수교 초창기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현지 정착을 도운 것이 조선족이었다. 중국말과 문화에도 능통한 '멀티형 인재'였다. 그렇기에 조선족은 개혁개방의 물결과 한중수교의 영향 속에서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빠르게 부를 축적하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외로 진출한 조선족의 자녀들은 거주국이나 지역에 동화되는 현지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가위 민속축제에서 합동 차례 지내는 재한 조선족들
재한 조선족 사회는 매년 추석 전후로 민속축제를 연다.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합동 차례를 지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홍철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회장은 "8만여 명에 이르는 재일 조선족 사회의 가장 큰 고민은 차세대에 '조선족'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는 일"이라며 "조선족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한중 양국 언어와 문화에 능통하다는 것이었는데, 일본에서 나고 자란 조선족 차세대는 일본어밖에 못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중국 내에서도 동북 3성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조선족 정규학교가 없기에 차세대 교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중국에서는 '한족(漢族)화', 한국에서는 '한국화', 일본에서는 '일본화'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중국과 각국의 조선족 사회는 조선족 주말학교를 운영하면서 차세대에 우리말과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베이징, 광저우(廣州), 칭다오(靑島), 톈진(天津) 등 중국 내륙·연해 도시와 서울 영등포구, 일본 도쿄 등에 주말학교가 들어섰다. 현지 학교에 다니는 조선족 자녀들이 주말을 이용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 조선족 역사 등을 배운다.

황유복 교수는 "조선족 민족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이 민족문화의 공유"라며 "우리말과 문화를 전하는 일을 학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내외 조선족 사회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글로벌화한 조선족, 네트워크 구축으로 미래 만들어야"

 

베이징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경제인 교류회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베이징 주재 한국 기업인들과 조선족 기업인 90여 명이 26일 오후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경제인 교류회'에서 만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2.8.26 jhcho@yna.co.kr

 

최근에는 조선족 문화를 차세대에 전하고 결속을 다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다양한 조선족 단체가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중국 전역에 32개 지부를 둔 조선족기업가협회와 중국 대도시와 한국, 일본 등 세계 66개국 138개 도시에 지회를 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중국 내 조선족 여성 봉사단체로 주요 도시마다 있는 애심조선족여성네트워크 등이 있다.

경제단체들은 기업가 육성을 위한 '무역사관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선족 차세대 인재를 키우는 장학사업도 펼치고 있다.

나아가 조선족 집거지마다 있는 노인협회, 체육·문화 동호인 단체 등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조선족 사회의 내부 결속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 단체 등은 매년 민속축제 또는 운동회를 개최한다. 칭다오에서 해마다 열리는 조선민족축제에는 5만여 명이 참여하며, 서울에서 추석 전후에 열리는 재한 조선족 민족문화 축제에도 2만∼3만여 명이 몰린다.

김성학 중국동포연합중앙회 회장은 "베이징, 서울, 도쿄 등에서 열리는 축제에는 항상 조선족자치주 관계자를 초청해 자치주의 역사를 소개하고, 조선족 특유의 문화, 예술, 음식 등을 소개하는 한마당을 꾸민다"며 "이는 어느 곳에 살아도 조선족의 뿌리가 어디인지 차세대에 전하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거주 조선족 대표하는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8만여 명에 달하는 재일 조선족 사회를 대표할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가 지난 2019년 도쿄에서 발족했다.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현재 조선족의 최대 거주지는 중국 옌볜이 아니라 한국이므로 지리적 위치를 중심으로 구분하는 조선족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거주지의 글로벌화로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리상철 일본 류코쿠대 교수는 "한중 수교는 조선족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행을 택하게 하는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며 "동북 3성을 활동무대로 살아온 조선족이 이제는 중국 연해 도시와 한국, 일본 등 '글로벌 조선족'으로 거듭난 상황이므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선족은 동북 3성을 벗어나면서 현지화해 소멸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주지에서 빠르게 공동체를 형성해왔다. 베이징의 왕징거리, 칭다오의 청양지구, 선양의 서탑거리, 서울 대림동 등은 조선족이 모래알처럼 흩어지지 않고 새롭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우길 선문대 교수는 "한중일 3국에 자리 잡은 조선족은 다양한 분야에서 주류 사회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다"며 "이들은 3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차세대 육성에 한국 정부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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