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개발협력]③"韓,선진-개도국 잇는 중추국가 역할"
[포스트코로나 개발협력]③"韓,선진-개도국 잇는 중추국가 역할"
  • 왕길환
  • 승인 2022.09.02 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ODA 국제회의'에서 향후 한국 역할에 기대 쏠려
"최빈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나아간 경험 바탕으로 협력 이끌 수 있어"
신흥공여국 ODA 기관장들 "한국의 발전과 개발협력 경험 공유해달라"

[포스트코로나 개발협력]③"韓,선진-개도국 잇는 중추국가 역할"

'서울 ODA 국제회의'에서 향후 한국 역할에 기대 쏠려

"최빈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나아간 경험 바탕으로 협력 이끌 수 있어"

신흥공여국 ODA 기관장들 "한국의 발전과 개발협력 경험 공유해달라"

 

 

외교부·코이카, 제15회 서울 ODA 국제회의 성료
(서울=연합뉴스) 외교부와 코이카가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글로벌 개발 파트너십을 위한 지평 확대'를 주제로 '제15회 서울 ODA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2022.9.1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전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가 간 분쟁으로 야기된 난민 증가와 세계경제 위축 등으로 전례 없는 총체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샤오쥔 그레이스 왕 유엔 남남협력사무소(UNOSSC) 소장 직무대리는 "공적개발원조를 포함하는 국제개발협력(ODA)도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서울 ODA 국제회의'에서 국제기구 수장들과 각국 ODA 기관장들은 이러한 우려를 쏟아냈다.

샤오쥔 그레이스 왕 소장 직무대리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일부 회원국은 ODA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다"며 "선진 공여국들의 지원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ODA만으로는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과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 ODA 국제회의서 개회사 하는 손혁상 코이카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1일 외교부와 코이카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제15회 서울 ODA 국제회의'에서 손혁상 코이카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2.9.1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그는 '남남협력'과 '삼각협력'이 이 같은 상황을 헤쳐나가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태국, 카자흐스탄, 이집트, 아제르바이잔 등 신흥 공여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제3국의 발전에 기여할 때라고 강조했다.

UNOSSC는 남남 및 삼각협력을 홍보하고 조정·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개발계획(UNDP) 산하 기구다.

남남협력은 선발 개도국이 후발 개도국을 지원하는 형태의 ODA로,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남반구에 있어 남남협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삼각협력은 이미 형성된 남남협력에 하나 이상의 전통 공여국 또는 국제기구가 참여, 재정·기술 등을 지원해 남남협력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UNOSSC는 인도네시아가 개발한 고효율 태양광 램프 적정기술을 이웃 국가인 동티모르에 전수한 '한-인도네시아-동티모르 태양광 에너지 접근성 향상 사업' 등 한국의 삼각협력 사업을 모범 사례로 전파하기도 했다.

샤오쥔 그레이스 왕 소장 직무대리는는 "이제 삼각협력이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불과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해 OECD DAC 회원국이 된 한국이 신흥 공여국을 이끌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 국제기구 책임자들, 한국의 '중추 국가' 역할에 기대

 

제15회 서울 ODA 국제회의 토론 장면
[왕길환 촬영]

 

마티아스 코먼 OECD 사무총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글로벌 위기 속에 한국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한국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나라이자 성공적인 공여국으로 자리매김했다"며 "특히 한국은 OECD DAC의 소중한 회원국으로서 개도국과 경험을 공유하고, 개도국과 선진국의 견해를 좁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수드 아메드 글로벌개발연구소(CGD) 소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급변하는 ODA 지형 속에서 전염병, 전쟁, 재해 등 다양한 위기들이 그동안 국제사회의 빈곤 감소 성과 등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상호 협력을 통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독특한 발전 경험이 있는 한국은 신흥 공여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역할이 아주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르미다 살시아 알리샤바나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팬데믹 등의 위기에서 각국이 직면한 도전은 한 국가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며 삼각협력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불평등과 환경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국가적, 지역적, 지구적 차원에서 변혁적인 정책을 요구한다"며 "개도국이 직면한 개발 문제는 거대하고 복잡하게 발생하고 있어 한 국가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조를 받던 나라가 자국만의 ODA 프로그램을 만들어 개도국을 돕는 신흥 공여국의 출현은 '북남 협력'을 보완하기 위한 파트너십과 지식 공유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역할 강조하는 국제기구 ODA 전문가들
사진 위부터 마티아스 코먼 OECD 사무총장, 마수드 CGD 소장, 아르미다 살시아 알리샤바나 UNESCAP 사무총장.[코이카 제공]

 

그러면서 역내 협력과 파트너십 결성에 일찌감치 나선 한국의 삼각협력 사업은 앞으로 지속해서 강화하고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극빈곤층으로 내몰린 사람이 9천300만 명, 기후위기 등으로 발생하는 빈곤층은 2030년까지 1억3천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오량 쉬 유엔 사무차장보 겸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보는 토론에서 "이는 특정 국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기존 공여국과 개발도상국의 협력 관계에 중진국의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는 삼각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최빈국에서 공여국으로 나아간 경험을 바탕으로 공여국과 개발도상국 간 협력 관계를 이끄는 '중추 국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신흥공여국들, 한국에 '발전·개발협력 경험 공유' 희망

 

한국 원조로 건립한 몽골 국립진료센터
(울란바토르=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한국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울란바토르에 지어진 진단치료센터.


2022.8.28 transil@yna.co.kr

 

인도네시아, 태국, 튀르키예, 카자흐스탄 등 신흥 공여국의 ODA 기관장들은 한국의 발전과 ODA 경험을 공유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토르마르블랑 룸반토빙 인도네시아 국제개발청(Indonesian AID) 청장은 "인도네시아는 수혜국 경험을 바탕으로 공여국으로서도 국제사회의 '지속가능개발 목표' 달성을 지원하면서 농업, 보건의료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을 통해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지식과 정보를 나눴으면 한다"고 밝혔다.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는 국제사회가 2015년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향후 15년간의 개발협력 목표다. 지구촌이 오는 2030년까지 실현해야 할 빈곤 종식, 기아 퇴치, 성평등 등의 목표를 담았다.

왓따나윗 가자세니 태국 국제협력청(TICA) 부청장은 분쟁과 취약성, 불확실성, 복잡성 등 국제사회에 산재한 문제 속에 SDGs 달성을 위한 TICA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한국과의 삼각협력을 기대했다.

라만 누얼둔 튀르키예 개발협력조정청(TIKA) 부청장도 상호이익이 되는 ODA를 위해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세계 기근 및 극빈층 현황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WFP, 세계보건기구(WHO)의 '2022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현황'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굶주린 인구는 7억200만~8억2천800만명으로 추정됐다.


bjbi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다스탄 옐로우케노프 카자흐스탄 원조기관(KazAID) 이사장은 "카자흐스탄은 현지 개발협력 파트너들과의 협력에 중점을 두면서 경험과 지식이 많은 한국으로부터 배우고, 삼각협력을 통해서도 경험과 교훈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최근 KazAID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전통 공여국인 미국도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의 역할을 맡을 것을 요청했다.

히스 코스그로브 미국국제개발처(USAID) 한일 담당 대표는 "한국은 과거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현재 신뢰할 수 있는 개발협력 파트너국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글로벌 중추 국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난제의 해결을 위한 혁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라그하이두르 엘린 아르나도티르 OECD 개발센터장은 "복잡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대규모 협력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개발 관점들을 통합해 혁신을 추구하고, 개발 난제를 국가 차원의 필요에 맞춰 해결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통 공여국과 신흥 공여국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을 모색하고, 개발 효과와 이윤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ghwang@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