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개발협력] ②韓, 팬데믹 지원 선제적 대응 두각
[포스트 코로나 개발협력] ②韓, 팬데믹 지원 선제적 대응 두각
  • 왕길환
  • 승인 2022.09.01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BC 프로그램' 가동해 68개국서 6천524만명에 1억7천만달러 지원
발빠른 디지털 전환으로 정보기술 분야 ODA 1위…'남남·삼각협력'도 주도
정부 "ODA 세계 10위로 확대해 글로벌 중추 국가 실현"

[포스트 코로나 개발협력] ②韓, 팬데믹 지원 선제적 대응 두각

'ABC 프로그램' 가동해 68개국서 6천524만명에 1억7천만달러 지원

발빠른 디지털 전환으로 정보기술 분야 ODA 1위…'남남·삼각협력'도 주도

정부 "ODA 세계 10위로 확대해 글로벌 중추 국가 실현"

 

 

'k-워크스루' 진단부스 시연 장면
2020년 9월 18일 코이카와 코트디부아르 한국대사관이 현지 아비장에 위치한 국립공중위생연구소에서 개최한 워크스루 시연 장면.[코이카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중동·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68개국에서 317건의 사업을 통해 6천524만 명에게 1억7천200만 달러(약 2천320억원)를 지원했다."

1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2021 ABC 팩트 시트'에서 밝힌 내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한국이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지원한 국제개발협력(ODA) 성과다.

'ABC'는 보건 취약국 지원(Action on fragility), 감염병 관리역량 강화(Building capacity), 글로벌 연대 강화(Comprehensive Cooperation)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한 개발협력을 통한 코로나19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이다.

 

◇ 韓, 팬데믹 맞아 개도국 선도적 지원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개발도상국 등에 대한 선제적 지원에 나섰다. 전 세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라고 판단해서다.

보건 취약국에는 식량과 생필품, 백신 등 취약계층의 인도적 수요를 긴급 지원했다. 개도국의 현지 역학조사관을 양성하고, 진단과 치료 시설을 확충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에 240만 도스의 백신을 지원했으며, 아프리카 5개국에 25개 백신 센터를 구축하는 등 예방역량 강화에 힘을 쏟았다. 코이카가 양성한 역학조사관 1천246명이 투입돼 22만 명을 검역했다.

국내 감염병 연구 경험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고, 세계시민 연대 강화에도 앞장섰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K-혁신기술' 확산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펼쳤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관계자는 "2024년까지 ABC 프로그램을 단계별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올해부터는 '회복' 단계 사업으로 전환해 감염병 예방과 탐지·진단·치료 등 보건의료 역량 강화를 중점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발빠른 디지털 전환…한국, ICT ODA 분야 1위 성과

 

페루 의료진과 원격협진 하는 장면
코이카는 페루 취약계층의 건강 개선을 위해 페루 의료 디지털 플랫폼 구축 사업을 2026년까지 추진하고 있다. [코이카 제공]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신속하고 선도적인 코로나19 대응 협력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는 우리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이를 적극적으로 개발협력 분야에 도입한 경험 덕분이었다.

유엔은 2015년 9월 총회에서 ICT 분야가 '지속가능개발 목표(SDGs)' 이행을 위한 주요 수단이라며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코이카는 양질의 정확한 데이터를 ODA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정보 데이터의 질을 개선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발 빠르게 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립·실행했다.

개도국 등에 대한 ICT 기술 전수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개도국이 스스로 ICT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쏟았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한국은 'ICT ODA 분야' 1위 공여국에 올랐다. 같은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동료 평가에서도 과학기술 분야 전문성을 활용한 노력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한국의 발 빠른 디지털 전환은 코로나19 발생 후 다른 공여국들보다 앞서 ODA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기반이 됐다.

디지털 기반의 ODA 사업을 확산하고, 사업관리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한 결과 투명하고 체계적인 사업 전개도 가능해졌다. 이는 '원조 투명성 지수'(ATI)가 개선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영국의 원조 투명성 글로벌 캠페인 민간기관인 'Publish What You Fund'가 발표한 2022년 ATI 평가에서 코이카는 2년 연속 '상위'(Good) 등급을 획득했다. 원조해주는 나라를 기준으로 할 때 미국, 독일에 이어 '톱 3'에 올랐다.

안지희 코이카 데이터 혁신팀장은 "코이카는 개도국의 디지털 역량 개발을 직접 지원할 뿐만 아니라, 공공행정과 교육 분야 서비스 등의 디지털화를 통해 협력대상국의 서비스 접근성과 투명성, 효율성을 높여 궁극적인 SDGs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새로운 파트너십 '남남·삼각협력'에도 적극 나서

 

한국형 음압 캐리어
한국 정부가 에콰도르 정부에 지원한 한국형 음압 캐리어.[코이카 제공]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남남·삼각협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개발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성과를 거뒀다.

전통적인 개발협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로 대표되는 북반구 선진국이 남반구 개도국을 지원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감염병이나 기후변화, 지정학적 위험 등의 초국가적 위기는 이 같은 전통적인 ODA 방식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김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초국가적 위기가 등장하면 글로벌 공공재 공급을 위한 ODA보다는 자국의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가 먼저 취해지기 때문에 전통적 ODA로 책정됐던 예산이 자국민을 위한 예산으로 변경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전통적 ODA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신흥 공여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남협력', '삼각협력' 등 새로운 형태의 개발협력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신흥 공여국은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태국, 카자흐스탄, 이집트, 아제르바이잔 등 각 지역 내에서 영향력이 큰 개도국이 원조 공여국 대열에 새로 참여한 것을 말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면서 개발협력 분야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선발 개도국이 후발 개도국을 지원하는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을 주도하고 있다. 개도국이 주축인 남반구 내부에서 개발협력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흥 공여국이 OECD DAC가 제시하는 전통적인 개발협력 기준 등을 따르기에는 아직 역량이나 경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가장 먼저 바뀐 우리나라가 개입할 공간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신흥 공여국 등에 제공해 남남협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코이카는 신흥 공여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제3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삼각협력' 원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각협력은 남남협력에 하나 이상의 전통적 공여국 또는 국제기구가 참여해 재정과 기술 등을 지원함으로써 이를 보완하는 방식을 말한다.

코이카는 남남·삼각협력을 통해 개발 주체를 다원화하고, 포용적 파트너십을 확대해 전통 공여국과 신흥 공여국, 수혜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전자정부 모델을 먼저 도입한 나이지리아의 경험과 교훈을 카메룬에 적용했다. 인도네시아가 개발한 고효율 태양광 램프 기술을 이웃 국가인 동티모르에 전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7월에는 유엔 남남협력사무소(UNOSSC)의 '7월의 파트너'로 선정됐다. 남남·삼각협력에 관한 세계적인 지식 공유의 장에서 한국이 우수 사례로 조명받았다는 뜻이다.

 

◇ 정부 "ODA 확대로 '글로벌 중추 국가' 실현"

 

유엔 남남협력사무소(UNOSSC)의 '7월의 파트너' 선정 소식을 알린 홈페이지 화면
[코이카 제공]

 

코로나19 팬데믹과 불황으로 OECD DAC 회원국들이 ODA 규모를 줄이거나 현상 유지를 하는 데 비해 한국이 그 규모를 계속해서 확장하는 것도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 실현이라는 비전 아래 지속가능발전 목표와 글로벌 가치를 실현하고, 개방적·포용적 국제질서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데 동참하고자 ODA 규모 확대를 천명했다.

주요 10개국(G10) 위상에 걸맞게 공적 재원의 양적 확충과 민관 재원 융합 등을 통해 총 ODA 규모를 세계 10위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ODA 총규모는 28억6천만 달러(약 3조8천억원)로, OECD DAC 29개 회원국 중 15위였다.

윤 대통령은 내년 ODA 예산 증액을 기획재정부에 지시하면서 ODA를 통해 글로벌 중추 국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ODA 예산은 올해보다 14.2% 증가한 4조5천31억원에 달한다. 앞서 정부는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 계획'에서 이를 2030년까지 6조2천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코이카는 '통합적 접근', '디지털화',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키워드를 ODA 사업에 반영하면서 수혜국 수요와 여건에 맞춰 우리의 발전 경험을 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개도국 발전에 실질적 임팩트가 있는 지원을 펼쳐 이를 '한국형 ODA 브랜드'로 정립한다는 포부다.

손혁상 코이카 이사장은 "ODA 규모 확대와 함께 영향력과 실효성 있는 ODA를 펼쳐 수혜국이 원하는 임팩트 있는 사업을 펼쳐야 우리의 원조 위상을 높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대상국 주민들의 교육, 경제, 보건, 젠더 등 기본적인 실제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이카, 카자흐스탄 국제개발단(KazAID)과 MOU 체결 장면
손혁상 코이카 이사장(오른쪽)이 다스탄 옐로울케노프 KazAID 이사장과 MOU에 서명한 뒤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코이카 제공]

 

ghwang@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