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전태풍·이승준 같은 다문화 농구스타 되고 싶어요"
"제2 전태풍·이승준 같은 다문화 농구스타 되고 싶어요"
  • 이상서
  • 승인 2022.07.11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구발전연구소, 코로나로 중단됐던 '글로벌 프렌즈 농구단' 재개
선주민 자녀도 참여…"어릴 때부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과 어울려야"

"제2 전태풍·이승준 같은 다문화 농구스타 되고 싶어요"

한국농구발전연구소, 코로나로 중단됐던 '글로벌 프렌즈 농구단' 재개

선주민 자녀도 참여…"어릴 때부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과 어울려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중국 출신 장만(38) 씨는 약 10년 전 한국인 남편을 만나 줄곧 서울에서 살고 있다. 8년 전에 딸을 낳았고, 한국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줄곧 노력한 덕분에 제법 적응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장 씨에게 자녀 교육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큰 숙제였다.

장 씨는 11일 연합뉴스에 "한국의 자녀 교육에서 엄마의 역할이 큰데, 제가 한국어가 서툴고 정보도 부족한 탓에 한계를 종종 느꼈다"며 "그러던 중 다문화 아동을 위한 농구단이 운영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학교에서 친구 사귀기 어려워하던 딸 아이도 이곳에 와서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며 "나 역시 다른 엄마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고 웃었다.

서울 용산청소년센터에서 열린 다문화 어린이 농구단인 '글로벌 프렌즈'에 참여한 어린이들. [촬영 이상서]

이날 서울 용산청소년센터에는 중국과 일본, 미국,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다양한 출신의 다문화 어린이 20여 명과 학부모 10여 명 등으로 북적였다.

한국농구발전연구소(소장 천수길)가 운영하는 다문화 어린이 농구단인 '글로벌 프렌즈' 연습을 위해 참석한 이들이다.

농구단은 한국에 사는 다문화 자녀와 이주 배경 청소년의 우리 사회 적응을 돕고, 스포츠를 매개체로 리더십과 협동심 등을 심어주기 위해 2012년 창단됐다.

이제까지 10여 개국 출신 다문화 자녀 300여 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운영이 중단됐고, 후원마저 끊기며 존폐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다행히 올해 초부터 아동의류업체인 '파스텔 세상'의 후원을 받아 약 2년 만에 연습이 재개됐다.

연습에 참여한 장 씨의 딸인 김루라(9) 양은 "슛 연습이나 드리블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더 즐겁다"고 말했다.

김 양은 "캐릭터 디자이너가 꿈이었는데, 나중에 농구를 소재로 한 인물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다문화 어린이는 "훗날 전태풍이나 이승준 같은 다문화 농구 스타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학부모들도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아이들의 모습이 반가운 모습이다.

일본 오사카가 고향인 카다야마 유키(43) 씨는 2012년 한국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출신의 남편을 만나 10년 전 아들 나지르 카림 군을 낳았다.

그는 "활동량이 많은 아이라 심심한 걸 못 참곤 했는데, 여기 와서 친구도 만나고 농구도 배우니까 좋아한다"며 "굳이 운동선수를 목표로 삼지 않더라도 이번 경험이 성장하는 데 좋은 영향을 주리라 본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청소년센터에서 열린 다문화 어린이 농구단인 '글로벌 프렌즈'에 참여한 어린이들. [촬영 이상서]

멤버 중에는 선주민 자녀도 있다.

7살인 아들과 함께 체육관을 찾은 이강문(42) 씨는 "지금 거주하는 용산구 특성상 다양한 국적의 주민들이 많다"며 "어릴 때부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과 어울리고 뛰놀다 보면 이들을 향한 편견도 사라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천수길 소장은 "언어가 서툴거나 한국 생활 문화가 낯선 다문화 아이들에게 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은 꼭 필요하다"며 "이번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주눅 들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에 대한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다문화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사회 각계각층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서울 용산청소년센터에서 열린 다문화 어린이 농구단인 '글로벌 프렌즈'에 참여한 어린이들. [촬영 이상서]

shlamazel@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