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여전히 필요…'보호출산 제도'로 보완해야"
"베이비박스 여전히 필요…'보호출산 제도'로 보완해야"
  • 강성철
  • 승인 2022.06.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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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리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장, 영화 브로커 논란에 "생명 구하는 게 우선"
"미혼모의 익명성도 보장하고, 입양인의 친부모 알권리도 보장해야"

"베이비박스 여전히 필요…'보호출산 제도'로 보완해야"

정애리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장, 영화 브로커 논란에 "생명 구하는 게 우선"

"미혼모의 익명성도 보장하고, 입양인의 친부모 알권리도 보장해야"

 

 

정애리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회장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미혼모가 아이를 남에게 맡기는 것을 조장하거나, 그로 인한 죄책감을 덜어주는 게 베이비박스이므로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신생아 유기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생명을 구하는 게 우선이죠."

'해외 입양한인의 대모'로 불리는 정애리(62)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회장은 8일 개봉한 영화 '브로커'로 베이비박스 찬반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해 "모든 것을 떠나서 당장 생명의 위협을 받는 신생아를 구하는 일이므로 어쩔 수 없더라도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24년간 모국 체험 캠프 개설, 게스트하우스 운영, 장학사업, 친가족 상봉 통역 서비스, 입양인의 모국 취업·창업 안내 등을 해오며 입양인 3만여 명의 모국 방문이나 생활을 도왔다.

'브로커'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이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출연한 배우 송강호가 올해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영화 속 중요 소재로 등장하는 베이비박스는 2009년 서울의 한 교회가 추운 겨울 교회 앞에 버려진 신생아를 발견하고는 유기된 아이의 동사를 방지하기 위해 2009년 설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 서울, 경기, 부산 등 3곳의 종교 시설이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화장실이나 야산, 쓰레기장 등에 신생아를 버려 사망 후 발견되는 사례에 비해 베이비박스는 친부모가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찾아오는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베이비박스를 찾는 친부모의 경우 아이를 맡기려는 이유가 극심한 경제난, 거주지가 없음, 한 부모로 남겨졌거나 가족의 부재, 정상적 혼인 관계가 아닌 상황이거나 원치 않는 임신에 의한 출산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친부모가 합법적으로 입양을 보낼 수 없게 된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1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아이를 입양 보내기 위해서는 출생신고부터 하도록 규정했다.

정 회장은 "해외로 보내진 입양인들이 성장해 친부모를 찾으려고 해도 입양 관련 기록이 전혀 없어 뿌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 못 하는 사례가 많다"며 "입양인의 친부모 알권리 보장을 위해 출생신고를 하도록 법 개정을 했는데, 그런데도 불법 유기로 인한 영유아 사망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영화 '브로커'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과거 고아원(보육원)이 곳곳에 있던 시절에도 아이를 버리는 일이 많았는데, 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시설에 아이를 맡기려면 보호자가 한 사람도 없어야 하는 게 원칙이었다. 친부모나 친인척이 연락처라도 남겨서 아이를 놓고 가면 되돌려보냈다.

그러다 보니 친부모가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고 고아원이나 경찰서 또는 남의 집 대문 앞에 아이를 버리고 가곤 했다. 그렇게 해서 성장한 아이가 나중에 친부모를 찾으려고 해도 알 길이 전혀 없었다.

정 회장은 양육이 어렵거나 출생한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친부모의 사정을 감안하고, 동시에 나중에 친부모를 찾으려는 입양인의 알권리도 보장하기 위해서 '보호출산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호출산 제도는 출생신고는 안 하지만, 미혼모의 인적사항 등 최소한의 정보를 기록으로 남겨 나중에 입양인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를 말한다.

이어 "현재 독일, 체코, 폴란드, 일본,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 정부 또는 민간 병원이 베이비박스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며 "양육이 어려운 여건에 놓은 친부모를 돕고 아이도 지키는 일이므로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보완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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