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아이도 한글 배워야죠"…교육 프로그램 개발한 스타트업
"다문화 아이도 한글 배워야죠"…교육 프로그램 개발한 스타트업
  • 이상서
  • 승인 2022.04.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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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누마' 김현주 디렉터 "부모가 누구든, 어디서 태어났든 교육소외 없어야"
아프간 특별기여자들도 프로그램 이용해 한글 배워…개도국 수출도

"다문화 아이도 한글 배워야죠"…교육 프로그램 개발한 스타트업

'에누마' 김현주 디렉터 "부모가 누구든, 어디서 태어났든 교육소외 없어야"

아프간 특별기여자들도 프로그램 이용해 한글 배워…개도국 수출도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부모가 누구든, 어디에서 태어났든, 집안이 가난하든, 모든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학습에서 외면받도록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김현주 에누마코리아 임팩트 파트너십 디렉터. [에누마 제공]

 

재미 한인기업 에누마의 한국법인인 '에누마코리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초 국내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저소득가정이 집에서 한글을 배울 수 있는 '에누마 글방'을 개발했다.

자체 제작한 전용 태블릿PC를 이용해 아동 스스로 수준에 맞는 언어 학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제까지 4천여 명의 국내 아동이 에누마 글방을 이용했다. 지난해 8월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도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한국어를 배웠다.

지난해부터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에도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에누마코리아에서 관련 사업의 개발과 운영 등을 맡는 김현주 임팩트 파트너십 디렉터는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소통 문제의 해결"이라며 "일단 글을 읽고 쓸 줄 알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다른 공부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에누마는 국내 게임회사에 다니던 이수인 대표가 남편과 함께 '공부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공부할 방법'을 찾기 위해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 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주 배경 청소년의 교육권 보장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한다. 영어가 서툰 부모는 자녀의 언어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의문도 들었다.

김 디렉터는 "이 같은 고민은 자연스럽게 한국에 있는 이주 배경 아동들의 학습권 문제로 이어졌다"며 "실제로 국내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방문해서 조사했더니 언어 습득에 스트레스가 크다고 호소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전했다.

 

에누마 글방을 이용해 한글 공부하는 다문화 어린이들. [에누마 제공]

 

 

여성가족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자녀는 16만여 명이다. 1년 전인 14만7천여 명보다 9%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다문화자녀의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은 49.6%로, 국민 전체(67.6%)보다 18%포인트나 낮았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학교 공부가 어려워서'(63.6%)가 가장 많았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53.5%),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12.0%)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 교재가 많지 않다 보니 유아 대상으로 나온 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어요. 다문화 아동은 한국어가 서툴다 뿐이지, 정신 연령이 또래 친구보다 낮은 게 아니거든요. 시중 교재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죠."

무엇보다 다문화가정 특성상 집에서 학습을 돌봐줄 이가 부족한 탓에 아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관건이었다.

김 디렉터는 "수준별로 커리큘럼을 세분화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게임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게임회사 출신 대표를 둔 회사답게 흥미를 갖고 꾸준히 참여하게끔 만든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5개 언어로도 학습할 수 있도록 한 이유도 있다.

"많은 다문화 부모가 '서툰 내 한국어 발음을 듣고 아이들이 똑같이 쓰면 어떡하지' 걱정하더라고요. 이 때문에 일부러 가정에서 한국어를 안 쓰고, 이는 가족 간 대화 단절로 이어져요. 악순환이죠.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라고 봅니다."

그는 "교육 현장에서 언어 습득이 더딘 아이들이 '에누마 글방'의 도움을 받고 나서 보충수업을 듣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다문화 구성원은 늘어날 것이고 이들이 한국에 잘 안착하도록 돕는 것은 모두의 숙제"라며 "앞으로도 공교육이 해결하지 못한 사각지대를 디지털로 채울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에누마 글방의 한글학습 게임 화면 [에누마 제공]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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