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소주 조'로 불리는 한인 경제인 "코로나 위기가 기회돼"
태국서 '소주 조'로 불리는 한인 경제인 "코로나 위기가 기회돼"
  • 왕길환
  • 승인 2022.03.30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병선 난다트레이드 대표, 주류·식음료 등 150개 韓제품 유통
작년 100억원 매출 올려…"직원들과 태국어로 소통, 철저한 현지화 중요"

태국서 '소주 조'로 불리는 한인 경제인 "코로나 위기가 기회돼"

조병선 난다트레이드 대표, 주류·식음료 등 150개 韓제품 유통

작년 100억원 매출 올려…"직원들과 태국어로 소통, 철저한 현지화 중요"

조병선 태국 난다트레이드 대표
[왕길환 촬영]

(화성=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제게 더없는 기회가 됐습니다."

태국 내 주요 편의점에서 '소주 조'로 불리는 조병선 난다트레이드 대표는 팬데믹 상황에서 그야말로 회사 이름처럼 날았다.

30일 경기도 화성시 신텍스에서 열리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주최 '제23차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에 참가한 조 대표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경기가 회복되면 성장세는 더 가속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도 방콕에 사무실을 둔 난다트레이드는 주류, 식음료 등 150여 개 한국 제품을 수입해 태국 내 로컬 편의점과 대형 마트 테스코 로터스, 탑스 등 1만여 개 매장에 납품한다.

특히 과일소주는 연간 100만 병 정도를 판매한다.

태국 국민들도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마트 이용자가 늘었고, 한국 제품도 불티나게 팔렸다고 조 대표는 전했다.

소주와 과일소주, 김, 떡볶이류, 고추장, 어육소시지가 가장 많이 판매됐다고 한다. 과일소주의 인기가 높아지자 태국 주류회사는 자체 브랜드로 비슷한 소주를 만들었을 정도다.

"도수가 낮고, 과일 향이 들어가 먹기 편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어요. 그러나 내면에는 한국인 흉내를 내고 싶은 욕망이 깔려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태국인들 상당수는 넷플릭스에서 '이태원 클라쓰', '빈센조' 등을 시청했거든요."

난다트레이드는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도 50명으로 늘어났다. 특이한 것은 한국인 직원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현지인이라는 점이다.

조 대표는 "온라인 유통·판매회사인 '난다이커머스', 수입 전문업체 '굿나래' 등 2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며 "하반기에는 물류회사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6년 조그마한 창고에서 시작한 그의 사업 성공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다. 그는 직원들과 태국어로 회의하고 소통한다.

"떠듬거리면서도 태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현지화를 위해서예요.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존중해 주는 겁니다. 제가 사장이어도 태국에서는 약자입니다. 최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앞으로 태국에서 번 돈을 이 나라에 환원하는 여러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태국 현지 직원들과 함께한 조병선 난다트레이드 대표(앞줄 왼쪽부터 4번째)
[조병선 대표 제공]

대구 출신인 조 대표는 중국 톈진(天津)사범대를 졸업하고, 물류회사인 오성글로벌 주재원으로 칭다오(靑島)에서 근무하다가 2016년 태국으로 건너왔다.

처음에는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식당을 개업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다 국내에서 과일소주가 유행하자 주류 유통업으로 다시 한번 태국 시장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대구에 있는 주류회사 금복주로부터 태국 독점 수입권을 획득해 난다트레이드를 설립했고, 2년 만에 20억원의 매출을 올린 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는 한류 붐과 태국 사람들의 기호를 꼼꼼히 분석해 수입 아이템을 선정했다. 가령, 쌈장의 경우 사각형 통 대신 튜브형을 공급했다. 진주햄에는 태국 전용 소시지를 생산해 달라고 요구해 수입했다.

물론 욕심을 내 '위드 소주'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다 소비자 기호에 맞지 않아 실패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

그는 초창기 무모할 정도로 용감했다고 한다. 무작정 택시에 과일소주와 소주 20박스를 싣고 한인타운으로 달려가 식당에 1박스씩 판매했다. '참이슬'이나 '처음처럼'이 아닌 대구 지역 소주를 판매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월드옥타 회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판매처를 늘려나갔다.

10박스 팔고 자동차를 렌트하고, 100박스 팔아 사무실을 내는 등 열심히 살았다고 술회했다.

월드옥타와 인연은 세금 낼 돈이 없어 윤두섭 전 방콕지회장을 무턱대고 찾아갔다가 맺어졌다. 무역을 배우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차세대 창업 무역스쿨에 들어갔다.

그는 현재 월드옥타 특별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상임이사로도 선임됐다.

해외 진출을 꾀하는 후배들에게 그는 '너무 완벽한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조언한다. 무역업을 하러 자신이 태국에 가지 않았듯 그때그때 변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태국 전 국민이 우리 회사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인근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해 한국 제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미얀마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지에 스낵류와 라면류 공장을 차려 생산한 뒤 태국과 동남아 시장에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ghwang@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