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모국으로 여기는 고려인 아동들…훗날 큰 자산 될 것"
"한국을 모국으로 여기는 고려인 아동들…훗날 큰 자산 될 것"
  • 이상서
  • 승인 2022.02.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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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단체 '너머' 신은철 이사장 "미성년 자녀 체류 자격 부여 기뻐"
재외동포법제정 100만 서명 운동 시작…"동포들 안착 위해 필수"

"한국을 모국으로 여기는 고려인 아동들…훗날 큰 자산 될 것"

고려인단체 '너머' 신은철 이사장 "미성년 자녀 체류 자격 부여 기뻐"

재외동포법제정 100만 서명 운동 시작…"동포들 안착 위해 필수"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우리와 함께 사는 고려인 아동들은 다른 동포들보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자부해요. 이제라도 아이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인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된 것 같아 기쁩니다."

 

고려인지원단체 사단법인 '너머'의 신은철 이사장. [너머 제공]

 

고려인 지원단체 사단법인 '너머'의 신은철 이사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고려인 동포 미성년 자녀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체류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법무부는 올해부터 국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이거나, 장기 질병 치료 또는 중증 장애 등으로 부득이하게 학교 재학이 어려운 만 6세 이상 18세 이하 고려인 동포 미성년 자녀에게 재외동포(F-4) 체류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제까지 고려인 동포 자녀는 미주 동포 등의 자녀와 달리 국내에서 고교를 졸업해야 재외동포 자격을 부여받았다.

이 때문에 부모의 체류 기간이 만료되거나, 국내 보호자가 없는 경우 학업을 중단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올해부터는 부모의 체류 자격이나 기간과 상관없이 국내에서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이후 국내에서 취업도 할 수 있다.

신 이사장은 "당사자인 고려인 가족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제도권 교육에 다니는 아이들로 제한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를 그만뒀거나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여전히 체류 불안정에 시달려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들에 대해서도 눈여겨 봐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고려인 동포만의 특징을 묻자 그는 "다른 국적 동포와는 달리 귀향이 현실적으로 힘들기에 한국에서 뿌리내리고 살 의지가 강하다"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 여전히 불안정한 러시아나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정세도 이런 정서에 일조했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이나 중국 국적 동포와 비교했을 때 소수이고, 국적도 제각각인 탓에 커뮤니티 형성이나 정보 교류도 부족하다"며 "다만 경기도 안산과 인천 연수구 등 전국 곳곳에 마을을 이루고 정착하는 고려인 동포가 늘고 있는 게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1월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 고려인 동포는 7만8천여 명이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중국 동포(62만여 명)와 비교하면 12% 수준이다.

고려인 아동은 10살 정도만 되면 '애어른'이 된다고 했다. 비자 발급 절차나 국내 체류 문제 등 현실적인 장벽에 맞닥뜨리며 일찌감치 철이 들기 때문이다. 차별하는 듯한 주변 시선 탓에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들기도 한다.

서툰 한국말도 아이들이 눈치를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국내 동포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면 모두 손해"라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역할을 모국이 맡지 않으면 어디서 하겠냐"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하게 성장한다면 지구촌에 한국을 알릴 소중한 인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연해주 3.17독립선언 기념식에 참여한 고려인들. [너머 제공]

 

신 이사장에게는 최근 큰 숙제가 생겼다.

다른 동포단체와 함께 '재외동포기본법 제정 100만인 서명 운동'에 나선 것이다.

재외동포에 대한 지원 정책을 마련할 전담 기구 마련 등이 포함된 '재외동포기본법' 제정돼야 이들이 차별 없이 한국에 안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동포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제대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동포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독립운동가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품고 사는 고려인들에게 좀 더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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