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이주노동자 산재…근본 원인은 사업장 이동 제한"
"잇따른 이주노동자 산재…근본 원인은 사업장 이동 제한"
  • 이상서
  • 승인 2022.02.18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헌재 결정 비판 토론회서 이주노동단체 등 주장
"안전하게, 인간답게 일할 권리는 국적 상관없이 보장받아야"

"잇따른 이주노동자 산재…근본 원인은 사업장 이동 제한"

헌재 결정 비판 토론회서 이주노동단체 등 주장

"안전하게, 인간답게 일할 권리는 국적 상관없이 보장받아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사고가 잇따르는 근본적인 원인은 고용허가제에서 규정한 사업장 이동 제한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진아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대리인단 변호사는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한 합헌 결정 비판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로 시행 18년째를 맞은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 취업 기간인 3년 동안 3회까지 사업장을 옮기며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고용주의 근로계약 해지 등 일부 사유가 있을 때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강제노동에 떠밀린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외로운 이주노동자의 목소리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 변호사는 "최근 헌법재판소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에 대한 위헌 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헌법소원 청구를 기각·각하했다"며 "우리 경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이주노동자'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헌재는 사용자의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원활한 사업장 운영, 이주노동자의 장기근무 유도 필요성 등을 근거로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현행 고용허가제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는 "이는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인간의 기본권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며 "선주민을 위해 이주민이 희생하라는 요구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민이 일하는 작업장 중 상당수가 영세하거나 고위험 노동 업종에 속한 탓에 이들의 산재 사고 비율도 선주민보다 높다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중대재해 분석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자 668명 중 이주노동자는 75명으로 11.2%를 차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 전체 임금 근로자(2천99만2천여 명) 가운데 외국인(81만1천여 명)의 비중은 3.8%에 불과하다.

정 변호사는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과 안전한 작업환경을 요구할 권리를 박탈당한 것"이라며 "고용허가제에서 명시한 사업장 이동 횟수의 제한은 부당한 대우를 참고 견디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인간은 기계가 아니며, 경제 발전도 인간을 위한 것"이라며 "누구나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진하는 이주노동자들
이주노동자평등연대 관계자와 이주노동자들이 지난해 11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전태일 열사 51주기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별 금지와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헌재의 이번 결정은 이주민의 노동권을 짓밟는 현 제도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며 "앞으로 유엔 등 국제인권기구들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피할 수 없으리라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와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이종민 파주 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 소장,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등이 참여해 고용허가제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shlamazel@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