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계약 탓 3년 일해도 퇴직금 못받아"…이주노동자의 호소
"쪼개기 계약 탓 3년 일해도 퇴직금 못받아"…이주노동자의 호소
  • 이상서
  • 승인 2022.01.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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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 이주여성 노동자 간담회 내용 공개
이주여성 80.6% "직장서 내국인 직원보다 차별받고 있다"

"쪼개기 계약 탓 3년 일해도 퇴직금 못받아"…이주노동자의 호소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 이주여성 노동자 간담회 내용 공개

이주여성 80.6% "직장서 내국인 직원보다 차별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베트남 출신 귀화인 A씨는 3년 넘게 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로 일했다. 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 구성원이 한국 사회에 안착하도록 입과 귀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자부심도 느꼈다.

공공기관 이주여성노동자 평등임금 촉구 행진
지난해 9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 및 이주노동자들이 '공공기관 이주여성노동자 평등임금' 기자회견을 마친 뒤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A 씨는 "11개월을 일하고 입·퇴사를 반복하는 쪼개기 계약으로 인해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며 "육아휴직도 쓸 수 없었던 탓에 아이를 낳고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후에도 경찰서와 병원, 출입국사무소, 은행 등에서 통역사로 생업을 이어갔지만,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라는 신분 탓에 항상 고용 불안정에 시달렸다.

A씨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힘든 이주여성은 어려운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가진 재능과 잠재력을 사회에서 펼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근로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정의당 제20대 대선 젠더인권선대위·노동당당 선대위·공공운수노조·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은 이처럼 이주여성 노동자가 직장에서 겪은 부당한 사례를 증언하고, 그 개선 방향을 제안한 간담회 내용을 6일 공개했다.

20여년 전 한국에 정착한 이주여성 B씨는 "10년 넘게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 코치와 통·번역사 등으로 일해왔지만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했고, 경력에 따른 임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명절수당이나 가족수당은 물론이고, 추가업무 수당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월급에서 4대 보험료가 공제되지만, 정작 육아휴직 등 근로기준법으로 보장된 권리는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선주민 종사자는 자신의 권리를 누리는데, 우리는 왜 그럴 수 없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C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도움과 상담을 요청하는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업무량이 증가했다"며 "이러한 현실이 2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근로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주여성노동자 임금차별 철폐하라'
지난해 9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공공기관 이주여성노동자 평등임금'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 및 이주노동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년 12월 이주노동희망센터가 가족센터와 다누리콜센터, 외국인상담센터 등에서 일하는 이주여성 4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0.6%가 현 직장에서 내국인 직원보다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차별 내용(복수 응답)으로는 급여가 86.8%로 가장 많았고, 승진 기회(41.6%)와 경력 인정(38.2%)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전원이 결혼이민자로 구성된 통·번역 지원사와 이중언어 코치 직종은 내국인 위주인 행정직 분야와는 달리 호봉 기준표가 없고, '최저임금 이상'이라고만 명시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75.9%가 호봉 적용이 안 된다고 답했고, 모르겠다고 답한 이도 10%가 넘었다. 호봉 적용을 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13.6%에 그쳤다.

강 의원은 "통·번역사와 이중언어 코치로 근무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는 이주민과 선주민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하면서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여성가족부에 이 같은 실태를 전달하고,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겠다"고 밝혔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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