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국경통제·항공편 취소 탓에 한인들 오도 가도 못해"
"폴란드 국경통제·항공편 취소 탓에 한인들 오도 가도 못해"
  • 왕길환
  • 승인 2020.03.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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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한인연합회장 "마스크 구입 어렵고, 병원가기 힘들어"

"폴란드 국경통제·항공편 취소 탓에 한인들 오도 가도 못해"

남종석 한인연합회장 "마스크 구입 어렵고, 병원가기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폴란드에서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한인 사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남종석 폴란드 한인연합회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마스크 구매 뿐 만 아니라 병원 가기도 힘들다"며 "특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국경 통제와 항공편 운항 취소 등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는 지난주부터 국경을 봉쇄하고 휴교와 공공시설 운영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확진자 수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20일 현재 411명이지만 검사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고, 대부분 국민이 공공장소에서 아직도 마스크를 쓰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 감염됐는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남 회장은 "정부가 폴란드 마스크 공장을 통제하고 유럽연합(EU)으로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실제 약국과 마트에서는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며 "인터넷에서 소량을 구매할 수 있지만, 가격이 1만5천∼4만5천원으로,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전했다.

폴란드에는 바르샤바와 브로츠와프와 카토비체, 크라코프 등에 5천500여명의 한인이 거주한다.

증상이 있거나 몸이 안 좋아 진료소와 보건소, 병원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남 회장은 "의료환경이 열악한 데다가 언어소통이 원활치 않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며 "심지어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가를 내고 먼저 도망가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인회는 언어소통이 어려운 한인들을 위해 바르샤바(3명)와 카토비체, 브로츠와프, 크라코프에 각 1명의 통역 지원 전화 봉사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식당, 식품점, 여행업 등에 종사하는 한인들이 영업을 하지 못해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물류 업체는 국경통제로 인한 배송 지연 등으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폴란드 자동차 분야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많은 자동차 부품 공장은 슬로바키아 기아자동차 공장과 체코의 현대자동차 공장에 보통 하루 4∼6차례 납품했는데 지금은 1∼2차례밖에 못하는 실정이다.

함부르크, 로테르담, 브레머하펜 등 서유럽항구에서 많은 부품이 공급돼야 하지만 독일과 폴란드 국경에 정체가 심해 현재 대기 트럭들이 50km에 달할 정도라고 남 회장은 말했다.

폴란드 내 인종차별도 눈에 띈다. 그는 "레스토랑에 갔는데 동양인은 왼쪽, 현지인은 오른쪽으로 나누어 자리를 배정했다"며 "지방에서는 베트남, 필리핀, 중국인들이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 회장은 1997년 SK상사 바르샤바 지사장으로 나갔다가 현지에 정착해 2003년 무역회사 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통상위원회 총괄 담당 부회장을 맡고 있다.

남종석 폴란드 한인연합회장
[본인 제공]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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