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포 휩싸인 이탈리아 한인사회…엑소더스 움직임(종합2보)
코로나19 공포 휩싸인 이탈리아 한인사회…엑소더스 움직임(종합2보)
  • 전성훈
  • 승인 2020.03.17 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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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사회 임시항공편 수요조사…21 또는 22일 한국행 특별기 띄울듯
코로나19 공포·건강 우려 증폭…"가족 건강 심각한 위기감 느껴"

코로나19 공포 휩싸인 이탈리아 한인사회…엑소더스 움직임(종합2보)

교민사회 임시항공편 수요조사…21 또는 22일 한국행 특별기 띄울듯

코로나19 공포·건강 우려 증폭…"가족 건강 심각한 위기감 느껴"

이탈리아 응급의료시설 병상에 누워있는 코로나19 환자들
(브레시아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의 한 병원에 세워진 응급의료시설에서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환자들이 병상에 누워 있다. leekm@yna.co.kr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현지 한인사회도 뒤숭숭하다.

많은 교민이 생업으로 삼는 관광업쪽 일감이 사실상 끊긴 가운데 현 상황을 피해 한국으로 일시 귀국하려는 집단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지 한인사회에 따르면 로마와 밀라노 소재 이탈리아한인회는 15일(현지시간)부터 한국으로 가는 대한항공 임시 항공편 운항을 위한 수요조사에 들어갔다.

17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조사는 이탈리아에 체류하는 한인 중 조속한 귀국을 희망하는 대략적인 인원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임시 항공편 운항 방안은 대한항공 측이 상업적 운항이 가능할 정도의 인원(최소 200명 이상)이 모이면 특별기를 띄울 수 있다는 의사를 한인회에 전달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탑승 의향이 있다는 뜻을 전달한 인원은 230여명 규모로 집계됐다. 특별기가 운항 가능한 최소한의 인원은 확보한 셈이다. 특별기는 오는 21일이나 22일 로마 또는 밀라노를 떠나 인천으로 향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충격에 황량한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
[베네치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항공편을 이용해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방법은 프랑스 파리 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것이다.

파리-인천 노선은 매일 한차례, 프랑크푸르트-인천은 주 5회 운항이 유지되고 있으나, 프랑스와 독일 역시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어 언제 하늘길이 끊길지 예측하기 어렵다. 파리나 프랑크푸르트까지 이동하는 과정의 위험 부담도 크다.

이탈리아 로마·밀라노·베네치아와 인천 간 정규 직항노선은 이달 초 완전히 끊긴 상태다.

전체 5천명 규모인 현지 한인사회는 코로나19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 상황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날 현재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만7천980명, 누적 사망자 수는 2천158명에 이른다. 누적 확진자와 누적 사망자 모두 전 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하루 기준 신규 확진·사망자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교민들을 더 큰 공포로 몰아넣는 것은 현지 의료 사정이다.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 의료시스템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프랑스-이탈리아 국경에서 '코로나19' 검문하는 군인들
(망통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군인들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망통과 접한 국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차량들에 대한 검문을 실시하고 있다. jsmoon@yna.co.kr

현지 TV에선 병원 집기류를 치운 공간에 간이 침상을 배치한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장면도 나오고 있어 교민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병실과 의료진, 의료장비 등의 부족으로 지병을 가진 일정 나이 이상의 고령자는 치료 우선순위에서 제외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시 항공편 수요조사는 이러한 암울한 현지 상황에 대한 교민들의 우려와 공포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많은 교민이 관광업에 종사하는 수도 로마의 경우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사실상 일감이 끊겨 형편이 점점 어려워지는 교민들도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조사를 제안한 한 교민은 "가족 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협 또는 위기감을 느끼는 교민들로부터 특별기 운항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간이진료소 텐트에서 나오는 이탈리아 의료진
[브레시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임시 항공편은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는 전세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한인회의 수요조사 업무를 지원하는 주밀라노총영사관 측은 "기본적으로 민간 차원에서 제안·주도하는 일"이라며 "항공편 운항 여부와 운항시 운임 등도 대한항공 차체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라고 밝혔다.

운임의 경우 탑승 인원이 300명 안팎이면 대략 1인당 1천100유로(약 150만원) 정도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탈리아 교민·유학생들을 위해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은 아직 본격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주 비공식 언론 브리핑에서 이탈리아 상황과 관련해 "항공·교통편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 전세기 투입은 현지 상황을 더 지켜보면서 검토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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