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아닌데 코로나19 보균자로 보는 시선 괴로워 격리 선택"
"확진자 아닌데 코로나19 보균자로 보는 시선 괴로워 격리 선택"
  • 강성철
  • 승인 2020.03.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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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생활시설로 개방한 코이카 연수센터에 자가격리자 첫 입소

"확진자 아닌데 코로나19 보균자로 보는 시선 괴로워 격리 선택"

임시 생활시설로 개방한 코이카 연수센터에 자가격리자 첫 입소

코로나19 자가격리 시설로 제공된 코이카 연수센터
코이카는 경기도 성남시 소재 연수센터를 자가격리를 통보받은 성남시 거주 취약계층을 위한 임시 생활 시설로 제공하고 있다. [코이카 제공]

(성남=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자가격리를 통보받았을 뿐인데 전염병 보균자 보듯 해 당황스럽고 갈 곳도 없어 난감했는데 전용 시설에 입소하게 돼 다행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 의심으로 자가격리를 통보받고 경기도 성남시 코이카 본부 소재 연수센터에 입실한 방 모(63)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가격리자라는 말에 살던 고시원에서도 나가라고 해 막막했는데 숙소가 생겨 안심"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코이카는 코로나19로 자가 격리해야 할 성남시 취약계층을 위해 현재 비어있는 연수센터 객실을 임시 생활시설로 제공하고 있다.

방 씨는 성남시의 권유를 받아 이날 오후에 첫 입실자로 연수센터 숙소에 들어갔다. 그와의 인터뷰는 대면 접촉 없이 관리본부에서 내선 전화로 진행됐다.

위장이 안 좋아 2일 성남시내 병원을 찾았던 그는 나흘 뒤인 6일 비슷한 시간대에 확진자가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져 6일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조치를 통보받았다.

곧 직장에 알려 출근할 필요는 없어졌지만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았다. 따로 사는 아들 집에 가려 해도 며느리가 임신한 상황이라 어렵고, 호텔 등 다른 숙박업소는 자가격리자를 수용하려 하질 않았다. 더욱이 비용도 부담됐다.

방 씨는 "고시원보다 훨씬 넓고 편의 시설도 다 구비돼 불편함이 없다"며 "확진 판정을 받을까 싶은 두려움은 있지만 격리기간을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밝게 말했다.

연수센터는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이끌 공무원·연구 인력을 초청해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지은 시설로 1인 1실 형태다. 각 객실은 침대·TV·냉장고·욕실 등을 갖추고 있다.

성남시는 입실자에게 수건·칫솔 등 개인위생 용품, 손 소독제, 살균제, 체온계 등을 제공한다. 격리 해제 시까지 개별 룸 이탈을 금지하며 식사와 간식 등을 제공한다.

입실자는 오전·오후 2차례 발열과 기침·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 여부를 검사받는다.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즉각 병원으로 이송되고 방역이 실시돼 2차 피해를 막는다.

성남시는 자가격리 대상자 가운데 주거 환경이 어려운 사람을 우선적으로 입실시킬 계획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공무원과 의료진이 연수센터에 상주하며 3교대로 입실자 케어와 상태 파악·조치를 할 것"이라며 "최대 14일간 의료진 판단으로 이상이 없으면 퇴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16일까지 입실 예정인 방 씨는 "내 몸 건강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를 남에게 전염시켜 피해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지키게 돼 감사하다"며 "가족도 안심이라며 잘 버텨내라고 응원하고 있어 기운을 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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