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민들 "50도짜리 백주로 손세정…다 필요없고 의료품 좀"
중국 교민들 "50도짜리 백주로 손세정…다 필요없고 의료품 좀"
  • 김지헌
  • 승인 2020.02.07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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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 박원순 만나 지원 호소…"지하철서 마스크 안 쓰면 공안이 강제하차"

중국 교민들 "50도짜리 백주로 손세정…다 필요없고 의료품 좀"

한인회, 박원순 만나 지원 호소…"지하철서 마스크 안 쓰면 공안이 강제하차"

서울시장, 중국 현지 동포사회 의견 청취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네 번째)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중국한국인회 총연합회 회원들의 중국 현지 동포사회에 대한 의견 청취를 하고 있다. 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중국 교민들의 모임인 중국한국인회 임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구호품 지원이 급선무라고 호소했다.

박 시장은 7일 시청 시장실에서 중국한국인회 총연합회 박원우 회장 등을 만나 중국 현지 동포 사회 지원 등과 관련한 의견을 들었다.

박원우 회장은 "구호품이 가장 시급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마스크가 없어서 면 티셔츠를 잘라서 봉제해 쓰는 형편에 있고, 손 세정제가 없으니까 50도짜리 중국 백주를 대신 쓰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어 "사드 문제로 3년간 고통받았고, 작년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1년간 고생했다"며 "이제 좀 나아졌나 싶었더니 바이러스까지 오니까 폭탄을 맞은 격"이라고 토로했다.

신동환 톈진한국인회 회장은 "내일 중국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마스크를 구해서 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겨우 500개를 보냈다"며 "어제 더 주문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톈진에서는 '마스크를 들고 오지 못하면 비행기를 연기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장, 중국 현지 동포사회 의견 청취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박원우 중국한국인회 총연합회 회원과 함께 현지 동포사회에 대한 의견 청취 및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hwayoung7@yna.co.kr

총연합회 이옥경 부회장은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안 쓰면 공안들이 강제로 하차시킨다. 마스크 없이 백화점에 들어갔다가 공안이 수갑을 채운 경우도 봤다"며 "마스크가 가장 시급하다"고 거들었다.

김관식 광저우한국인회 회장은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우선 의료품이라도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며 "교민들은 목숨을 걸고 있다. 10년, 20년을 지낸 삶의 터전인데 버리고 (한국으로) 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오해가 있는 것이,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한 분들은 실질적으로 교민이 아니고 유학이나 파견 등으로 와 계시던 분들"이라며 "교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날 수 없어서 대부분 귀국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어제로 1차 잠복기가 끝났다고 했고, 오는 20일까지를 2차 잠복기로 잡았다"며 "긴급 구호 물품은 앞으로 2차 잠복기 안에 들어와야지 그 이후에 오면 크게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고 즉각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주먹 인사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열린 중국한국인회 총연합회 회원들의 중국 현지 동포사회에 대한 의견 청취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hwayoung7@yna.co.kr

구호품에 더해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신동환 회장은 "2월은 경제적 손실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대기업은 그래도 낫겠지만, 중소기업은 상당한 자금난을 겪을 것 같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신종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고개를 드는 '중국 혐오' 등의 위기를 극복하면 한중 관계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산동연합회 전용희 회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이 안 온다고 아우성치다가 이제는 중국인은 오지 말라고 하면 되느냐"며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도 교민들은 굉장히 우려한다. 그렇게 몰고 가면 중국인을 폄하하는 것이 된다"고 걱정했다.

한 참가자는 "중국인은 특성상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을 절대 잊지 않는다. 지금 의료품을 중국인들과 나눠서 쓰고 있는데 이런 것이 중국 매스컴에 아주 크게 보도가 된다"며 "저희에게 큰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의료용품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겠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 강구하겠다"며 "일부 모리배의 손에 들어가서 부당하게 전달될 가능성이 큰데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중국인들은 '설중송탄'(雪中送炭·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땔감을 보냄), 즉 어려울 때 신세를 지면 반드시 갚는다는 전통과 인식이 있다"며 "이런 기회에 노력해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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