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선 학생시위 탄압하는 中, 美대학 반전시위엔 '동조'
안방선 학생시위 탄압하는 中, 美대학 반전시위엔 '동조'
  • 황철환
  • 승인 2024.05.04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생들 열정 장하다" 중국내 소셜미디어에도 응원 봇물
WSJ "'미 주도 세계질서 흔들기'에 반전시위 도움된다 판단한 듯"

안방선 학생시위 탄압하는 中, 美대학 반전시위엔 '동조'

"대학생들 열정 장하다" 중국내 소셜미디어에도 응원 봇물

WSJ "'미 주도 세계질서 흔들기'에 반전시위 도움된다 판단한 듯"

미국 맨해튼 뉴욕대 건물 외곽에 모인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AF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자국민의 시위를 용납하지 않는 철권통치를 유지해 온 중국이 가자 전쟁으로 촉발된 미국 대학가의 반전 시위에 공감을 표하며 미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해 눈길을 끈다.

3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 대학가에서 시위대를 체포하는 경찰관들의 모습으로 보이는 영상을 게재했다.

그는 해당 영상과 함께 올린 글에서 "이런 시위가 다른 곳에서 벌어졌을 때 미국 당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중국을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의 시위 진압을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억압'이라고 비판하던 미국이 정작 자국내 시위에는 이중잣대를 들이댔다고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관련 질의에 중국은 미국 내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답하면서도 미국을 겨냥, "전 세계의 양심있는 이들이 정의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더는 귀를 막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지지한다면서 "관련국은 더는 분쟁에 무기를 들이부으면서 휴전 필요성을 말하거나, 인도적 접근에 걸림돌을 만들면서 협상을 이야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햄프셔대학에서 벌어진 반전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시위 참가자
[A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 계정에 "미국 명문대 대학생들이 왜 시위를 벌이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 때문이고, 더는 미국의 이중잣대와 이스라엘 편을 드는 버릇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란 글을 올렸다.

중국내 소셜미디어 이용자들도 "캠퍼스에서 정치적 사안을 논의하고 참여하려는 (미국) 대학생들의 열정과 행동이 장하다"는 내용의 담은 응원을 잇따라 표현하고 있다.

정작 중국은 자국 내에선 멀게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유혈진압하고, 가깝게는 2022년 '제로 코로나'(고강도 방역) 정책 유지에 반발해 '백지 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을 체포·구금하는 등 성격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시위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이 이처럼 공식 채널까지 동원해 가자 전쟁에 목소리를 내는 미국 대학생들을 응원하는 건 이런 움직임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흔들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여 온 중국은 가자지구의 참상을 고스란히 목격하면서도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하는 미국의 위선적 태도를 꼬집음으로써, 중동 지역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세계 각지의 개발도상국들을 규합해 반미연대 결성을 꾀하려 한다고 WSJ는 짚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UCLA 교정에 설치한 농성용 캠프를 철거하는 현지 경찰관들
[AF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WSJ은 "중국 정부는 한편으로는 평화를 호소하면서도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활용해 하마스를 억제하고 분쟁의 확대를 막아달라는 미국의 요청도 거부해 왔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미국 주요 대학에서 반전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지만, 미국내 중국 유학생들은 대부분 시위에 참여하지 않고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대학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 대학가 반전시위의 진앙인 컬럼비아대에 재학 중인 한 중국인 학생은 2022년 중국에서 백지시위가 벌어지던 당시에는 관련 소식을 들으려면 외국 소셜미디어를 경유해야만 했다면서 "최소한 지금은 무엇이 벌어지는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hwangch@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