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니에선 '先결혼 後연애' 웹툰이 흥할까…"종교 영향 있죠"
왜 인니에선 '先결혼 後연애' 웹툰이 흥할까…"종교 영향 있죠"
  • 김경윤
  • 승인 2024.04.18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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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웹툰 PD들 "독자 취향저격 작품 찾다가 韓웹소설 각색"

왜 인니에선 '先결혼 後연애' 웹툰이 흥할까…"종교 영향 있죠"

인도네시아 웹툰 PD들 "독자 취향저격 작품 찾다가 韓웹소설 각색"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웹소설·웹툰에는 '선(先)결혼 후(後)연애'라는 키워드가 있다.

말 그대로 서로 연애 감정이 없던 남녀가 결혼으로 얽히면서 뒤늦게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 구조다. 국내 순정 만화 '궁'을 떠올리면 된다.

중매로 결혼하는 시대도 아니고 2020년대에 '선결혼 후연애'가 웬 말이냐 싶지만, 한국에서 벗어나 해외로 시각을 넓혀보면 꽤나 인기 있는 키워드다.

특히 동남아시아 웹툰 선도국인 인도네시아에서 그렇다.

한국 웹소설 원작 인도네시아 웹툰 '아워 시크릿 매리지'
[네이버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18일 네이버웹툰 인도네시아어 서비스를 담당하는 PD 2명에게 서면으로 현지 웹툰 트렌드와 한국 웹소설 원작 웹툰을 제작하게 된 과정에 관해 물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르는 정통 현대 로맨스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로맨스판타지와 달리 허황한 요소를 쏙 빼고, 그야말로 현실에서 남녀 주인공이 서로 아웅다웅하면서 감정을 쌓아가는 형태다.

이 같은 현실적인 로맨스 웹툰 가운데서도 남녀 주인공 간의 결혼이 전제돼 있으면 현지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쉽다.

기나 피아니 웹툰 PD는 "인도네시아에서 대다수의 사람은 이슬람교의 종교적 가르침을 강하게 고수하고 결혼의 신성성을 믿는다"며 "생활 전반에 스며든 종교적 가르침의 영향으로 결혼 전의 연애 관계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결혼 후연애'는 인도네시아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창작자가 남녀 간의 로맨스를 풀어낼 수 있는 최적의 장치"라고 단언했다.

이미 결혼 후의 로맨스를 그려낸 웹툰들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으로 2018년 현지에서 연재된 '허니허니 웨딩'이 큰 인기를 모았고, 결혼한 주인공들이 사랑하게 되는 내용의 '세레나'도 인도네시아에서 인기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적당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삼각관계와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다.

피아니 PD는 "인도네시아 독자들은 로맨스를 읽을 때 위로와 스릴을 기대한다"며 "매력적인 남성 주인공이 등장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삼각관계를 흥미로워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 인도네시아어 서비스에서 연재되는 웹툰 '세레나'
[네이버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현지 독자들의 취향에 맞는 웹툰을 선보이기 위해 PD들은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이미 한국에서 연재 중인 로맨스 웹툰 가운데서는 판타지 요소가 있는 작품이 많았다.

또 인도네시아 현지 웹소설을 웹툰화 해보려고도 했지만, 마땅한 작품이 없었다.

이에 아예 한국 웹소설을 직접 각색해서 인도네시아 웹툰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지난 2월 한국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연애보다 결혼'을 바탕으로 한 인도네시아 웹툰 '아워 시크릿 매리지'가 탄생했다.

해외 작가가 한국 웹소설을 직접 웹툰으로 각색해 현지 독자에게 선보인 첫 사례다.

이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른바 '노블코믹스'라고 불리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웹툰 제작 방식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너무 생소했기 때문에 각색 작가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피아니 PD는 "라인웹툰에서 주간 연재 경험이 있는 작가를 중심으로 수소문했다"며 "각색 작가 후보자들에게 웹소설을 주고 초반 에피소드의 스크립트와 스토리보드 제작을 요청한 뒤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테스트도 했다"고 돌이켰다.

원작의 이야기 속도나 기존 인도네시아 웹툰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요즘 웹툰 트렌드에 맞춰 템포를 높여 각색했다.

디타 하니파 PD는 "인도네시아 웹툰 작가들은 독자들이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하도록 인물 사이의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지는 다소 느린 속도의 이야기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글로벌 웹툰 트렌드에 맞춰 이야기 전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아워 시크릿 매리지'는 인도네시아 작가들이 각색과 그림을 맡았지만 원작 웹소설 그대로 한국식 이름과 배경, 문화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 특징이다.

하니바 PD는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1화에 등장하는 한국의 장례식 등이 실제와 맞는지 한국 팀과 꾸준히 의상, 장소, 설정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검수 작업을 했다"며 "또 자장면을 먹는 장면에서 곰탕집처럼 생긴 배경을 써도 되는지도 확인하는 과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이 현지에서 인기 7위, 요일 연재작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인도네시아 외 동남아 시장에도 수출하게 됐다. 현재 태국어, 번체 중국어 연재가 확정된 상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이 서로 연결되고 콘텐츠를 주고받아야 진정한 하나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웹툰 시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며 향후에 '아워 시크릿 매리지'와 비슷한 사례를 더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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