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에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고려인 피란민들
전쟁 장기화에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고려인 피란민들
  • 정회성
  • 승인 2023.10.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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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에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고려인 피란민들

우크라이나 피란민 (CG)
[연합뉴스TV 제공]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지내온 우크라이나 피란민 일부가 전쟁의 장기화 국면에 삶의 터전이 있는 본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15일 광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피란민 박에릭(72) 씨가 최근 우크라이나의 고향 마을을 찾아 지난 1년 6개월 동안 머문 고려인마을을 떠났다.

박씨는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죽어도 고향에서 죽겠다'는 뜻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갔다.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의 고향 마을이 수복됐다는 소식도 박씨의 결심을 굳히게 했다.

전쟁이 나자 박씨는 아내와 함께 폴란드를 거쳐 지난해 4월 광주 고려인마을에 도착했다. 부부는 이후 극심한 향수병에 시달렸다.

박씨의 아내는 우크라이나와 한 걸음이라도 가까운 독일에 사는 큰딸을 찾아서 남편보다 먼저 출국했다.

독일의 큰딸 집에 머무는 박씨의 아내도 남편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박씨 부부를 포함한 피란민 7명이 최근 잇달아 우크라이나 귀향길에 오른 것으로 파악했다.

고려인마을이 모든 피란민의 사정을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귀향한 이들의 수는 더 많을 수 있다.

박씨 부부보다 먼저 우크라이나로 떠난 고려인들은 일손이 귀한 현지 농촌에서 생활 터전을 어느 정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인마을은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올해 7월까지 우크라이나 피란민 가운데 광주에 연고를 둔 동포나 그 가족 등 876명의 한국행을 도왔다.

이들의 국내 생활은 여느 이주노동자와 비슷하지만, 드넓은 농토와 한적한 농촌 생활을 그리워하며 피란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고려인이 적지 않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안정을 위해 쉼터를 운영하고 협동농장도 운영하고 있지만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고 말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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