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H사건' 장용호 전 YH무역 사장 별세
'YH사건' 장용호 전 YH무역 사장 별세
  • 이충원
  • 승인 2023.09.2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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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사건' 장용호 전 YH무역 사장 별세

[뉴욕한인회 제공]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조준형 특파원 = 1970년대 말 유신 정권 붕괴의 단초가 된 'YH 사건'의 배경인 YH무역의 장용호 전 사장이 16일 밤(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뉴욕한인회측이 전했다. 향년 95세. 1969년 1월∼1970년 1월 제8대 뉴욕한인회장을 지낸 고인의 유족이 부고를 알려왔다고 한인회측은 설명했다.

1928년(호적상 1929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2년 12월부터 뉴욕의 코트라(KOTRA) 한국무역관에서 근무하다 미국 가발 시장 성장세에 착안해 1965년 서울 왕십리에 YH무역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처음엔 종업원 10명의 소규모 공장이었지만, 1970년 4천명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970년 1천만 달러를 수출해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당시 YH무역은 국내 기업 수출 순위 15위였다. 개인의 종합소득세 납부 실적도 1971년 8위, 1972년 7위에 오를 만큼 부를 축적했고, 1972년 뉴욕 맨해튼 32번가의 빌딩을 매입하기도 했다.

1969년 뉴욕한인회장에 당선됐고, 뉴욕에 거주하며 'YH무역 뉴욕지사장' 직함으로 활동했다.

1978년 제2차 석유 파동 이후 가발 수출이 감소하자 회사측은 1979년 4월과 8월 두차례에 걸쳐 폐업 공고를 냈고, 8월9일 회사 기숙사를 폐쇄했다.

1979년 신민당사에서 농성하는 YH무역 여성 노동자들
[자료사진]

이런 와중에 YH무역 여성 노동자 187명이 8월9일 새벽 마포에 있던 야당인 신민당 4층 강당에서 "정상화 아니면 죽음이다"라고 쓴 머리띠를 두른 채 농성에 들어갔다. 경찰이 8월11일 새벽 강제 진압 과정에서 김경숙(1958∼1979) YH 노조 상무집행위원이 숨졌고, 김영삼 신민당 총재를 강제로 끌어낸 뒤 국회의원과 기자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

당시 정권은 같은해 9월12일 김 총재의 뉴욕타임스(NYT)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아 국회의원직 제명을 강행했고, 이후 부마항쟁으로 이어져 정권 붕괴를 자초했다.

뉴욕한인회측은 "고인은 1968년에 개정된 한인회칙에 따라 선출된 뉴욕한인회 최초의 직선제 회장이었고, 유학생이 아닌 첫 사업가 출신의 회장이었다"고 추모했다. 장례 일정은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chungwon@yna.co.kr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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