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이탈리아서 자전 에세이 펴낸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
고국 이탈리아서 자전 에세이 펴낸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
  • 신창용
  • 승인 2023.08.11 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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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한국인들의 아름다움 전하고 싶어서"…주교황청 한국대사관서 출판기념회
"코로나19 때가 가장 고비…건강 허락할 때까지 '안나의 집' 운영"

고국 이탈리아서 자전 에세이 펴낸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

"한국과 한국인들의 아름다움 전하고 싶어서"…주교황청 한국대사관서 출판기념회

"코로나19 때가 가장 고비…건강 허락할 때까지 '안나의 집' 운영"

김하종 신부 자전 에세이 '사랑의 요리사' 출판기념회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에서 김하종 신부의 자전 에세이 '사랑의 요리사' 출판기념회가 열린 가운데 김 신부가 책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2023.08.10 changyong@yna.co.kr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경기도 성남의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 중인 김하종 신부(66)는 이탈리아인이다.

김 신부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봉사의 삶을 선택했다. 본명은 빈체초 보르도로, 한국 이름인 하종은 '하느님의 종'이라는 뜻이다. "봉사하러 와서, 봉사자로서 살고 싶어서 하느님의 종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신부가 최근 자전 에세이 '사랑의 요리사'(Chef Per Amore)를 고국 이탈리아에서 펴냈다.

책 출간을 맞아 모국을 찾은 김 신부는 10일(현지시간) 로마에 있는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한국과 한국인들이 아름다워서 그 아름다움을 이 책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1987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90년 오블라티 선교수도회에서 한국에 파견한 최초의 선교사로서 한국에 왔다. 1992년 경기도 성남에서 빈민 사목을, 1993년부터 독거노인 점심 급식소를 운영했다.

IMF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노숙인을 돕기 위해 1998년 '안나의 집'을 열었다.

김 신부는 한국에 와서 이름까지 김하종으로 개명하고 시신과 장기기증 서약까지 했다. 한국에 뼈를 묻을 각오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는 김 신부의 진심은 금세 느껴졌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이탈리아인들이 꽤 많이 참석했지만 김 신부는 이탈리아인보다 한국인이 더 따뜻하고 배려가 넘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닫혀 있고 딱딱하고 배려가 없다"며 "그런데 '안나의 집'은 일반 신자들의 도움만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의 마음은 따뜻하고 배려가 넘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탈리아에서 책을 출간한 이유도 한국과 한국인들의 아름다움을 이탈리아인들에게 알려주고, 마치 한국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김하종 신부 자전 에세이 '사랑의 요리사' 출판기념회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에서 김하종 신부의 자전 에세이 '사랑의 요리사' 출판기념회가 열린 가운데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8.10 changyong@yna.co.kr

그는 26년째 '안나의 집'을 운영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기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하루에 40∼45명의 자원봉사자가 '안나의 집'을 찾아왔다.

김 신부는 "위험을 무릅쓰고 많은 자원봉사자가 오는 걸 보고 너무나 아름답다고 느꼈다"며 "이제는 토요일에는 미리 등록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원봉사자들이 많다. 한국인은 이웃에 대한 배려,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동정심이 있다"고 말했다.

'안아 주고 나눠주고 의지하는 집'이라는 뜻의 '안나의 집'은 노숙인 급식소와 기숙사, 자활 센터, 가출한 아이들을 돌보는 청소년 쉼터로 이뤄져 있다.

김 신부는 "노숙인, 독거노인, 가출 청소년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활한 예수님의 아픈 상처"라며 "나는 부활한 예수님의 아픈 상처를 모시는 것이다. 내게는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김 신부는 '안나의 집'에서 직접 요리도 한다. 이 책에는 "여름철에는 주방 온도가 40도에 달해 나는 두 시간마다 한 개씩 땀에 젖은 셔츠를 갈아입어야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김 신부는 '이탈리아인인데 어디에서 한국 음식 요리법을 배웠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사람들을 먹여야 하는데 요리할 줄 몰라서 자원봉사자들에게 배웠다"고 소개했다.

그는 "세네갈에서 1년 정도 살았는데, 그때 선교사분이 '네가 그들을 사랑하면 음식이 맛있을 거고, 그렇지 않으면 음식이 역겨울 것'이라고 하셨다"며 "사랑이 내게 요리하는 걸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언제까지 '안나의 집'을 운영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라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김 신부는 2021년 만해대상 실천대상, 2019년 국민 추천을 거쳐 국민훈장 동백상을 받았다. 이에 앞서 포니정혁신상(2018년), 올해의 이민자상(2015년), 호암상(2014년) 등도 수상했다.

지난해 8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안나의 집'에서 배식·설거지 봉사 활동을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하종 신부 자전 에세이 '사랑의 요리사' 출판기념회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에서 김하종 신부의 자전 에세이 '사랑의 요리사' 출판기념회가 열린 가운데 김 신부가 책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2023.08.10 changyong@yna.co.kr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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