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대학 한국어 객원교수에 북한학 박사가 왜?
외국 대학 한국어 객원교수에 북한학 박사가 왜?
  • 김호천
  • 승인 2023.07.14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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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어 비전공자 대거 파견 관련 경찰 조사

외국 대학 한국어 객원교수에 북한학 박사가 왜?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어 비전공자 대거 파견 관련 경찰 조사

KF의 한국어 비전공자 객원교수 선발 사례
(서울=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김상희 의원실이 14일 공개한 한국국제교류재단(KF) 객원교수 파견 사업 현황 중 학위 기준으로 비전공자를 한국어 객원교수로 선발한 사례. 2023.7.14 khc@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한국어 비전공자들을 해외 대학에 한국어객원교수로 대거 파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김상희 의원실이 공개한 KF 객원교수 파견 사업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까지 47개국 88개 대학에 102명의 한국어 객원교수를 파견했다.

그런데 학위 기준 전공을 보면 이들 파견자의 3분의 1 정도가 한국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전공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사 학위 기준으로는 북한학, 노어학, 산스크리트어학, 헝가리문학, 페르시아아어문학, 우크라이나문학, 불가리아어, 아랍문학, 현대문학, 문예창작학, 교육학, 사회학 등의 전공자들이 한국어 객원교수로 파견됐다.

또 러시아지역학 석사, 경영학 석사, 언어학 석사, 한국문화학 석사, 교육공학 석사, 글로벌한국학 석사 등 한국어와 관련 없는 석사 학위자들도 한국어 객원교수로 선발됐다.

이들은 모두 KF 공모 요강의 세 가지 일반적인 자격요건 중 어느 한 가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자격요건은 ▲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석사 또는 박사 학위 소지자 ▲ 국어국문학, 국어교육학 박사학위 소지자 ▲ 국어국문학, 국어교육학 석사학위 소지자인 경우 대학 이상의 정규 교육 기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강의 경력 3년 이상인 자이다.

이와 관련, 2020년 공모에서 탈락한 A 씨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채용비리신고센터에 신고했고, 권익위는 감사원과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다.

KF 본부가 있는 제주도 서귀포경찰서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또 추가로 신고된 60여건의 KF 한국어 객원교수 파견사업과 관련해서는 제주경찰청에 사건을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서울에 있는 모 대학 국어교육과 B 교수는 "일반적으로 선발 공모를 할 때 일반적인 자격요건이라고 하면 그 자격에 해당하지 않으면 신청하지 말라는 의미이고, 일반적인 자격요건 외에 추가로 특별한 조건을 더 둔다면 일반 자격에 해당하면서 특별 조건에도 맞는 사람을 선발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KF가 일반적인 자격요건을 명시하고도 '초청대학 측이 요청한 선발기준에 따라 객원교수를 선정한다'는 이중 메시지를 넣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일반적인 자격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을 선발한다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F 측은 "객원교수 선발 시 응시자의 전공, 학위만이 아니라 해외 대학이 요구한 응시자의 강의 경력, 언어와 현지어 등 강의 언어 구사 능력 등 대학 측의 선호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발한다"고 해명했다.

KF 측은 선발 방식에 대해 1차 외부 서면평가, 2차 심층면접을 거쳐 2명의 후보자를 대학에 추천하면 대학이 최종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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