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학대' 친부와 살다가 프랑스 입양된 한인 남매
'알코올 중독·학대' 친부와 살다가 프랑스 입양된 한인 남매
  • 성도현
  • 승인 2023.06.25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0년 1월 3일생 윤민숙씨 "항상 잃어버린 정체성 생각했어요"

'알코올 중독·학대' 친부와 살다가 프랑스 입양된 한인 남매

1980년 1월 3일생 윤민숙씨 "항상 잃어버린 정체성 생각했어요"

 

 

어릴 적 윤민숙(왼쪽) 씨와 오빠 윤민철 씨의 모습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항상 잃어버린 정체성을 생각했어요. 오빠에게는 평범하게 자란다는 게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저는 친부에 대한 기억이 덜했기 때문에 오빠보다는 나은 상황에서 성장할 수 있었을 거예요."

프랑스 입양 한인 사브리나 듀몬트(한국명 윤민숙·43) 씨는 25일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에 보낸 뿌리 찾기 사연을 통해 그간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꺼내지 못한 어린 시절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두 살 터울인 오빠 민철(45) 씨와는 어릴 적 부산의 한 바닷가에 있는 작은 주택에서 친부와 함께 살았다.

윤씨는 1980년 1월 3일생이며, 오빠는 1978년 2월 10일생이다.

윤씨는 친부를 키가 작고 야윈 체격에 뒤로 넘긴 검은 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사람으로 기억했다. 친부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어 목발을 짚고 다녔고, 심한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였다고 했다.

윤씨는 "친부는 난폭하고 사나웠고, 때때로 오빠와 엄마를 학대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번은 친부가 친모를 문밖으로 내쫓고 다시는 우리와 만나지 못하게 한 적이 있다"며 "친부는 친모가 집 근처 바닷가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것을 알고 불을 낼 작정으로 오빠에게 휘발유 통을 갖고 오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친모를 슬쩍 다시 볼 수 있었던 건 우리 방 창문으로 선물을 두고 가려고 왔을 때"라고 설명했다.

 

현재 윤민숙(왼쪽) 씨와 오빠 윤민철 씨의 모습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윤씨는 어느 날 친부가 집에서 어떤 남자와 다투다가 흉기로 공격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윤씨 남매는 함께 도망갔고, 이후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친부를 만났는데 그다음 기억은 흐릿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불행한 순간들 가운데도 좋았던 추억들이 몇 가지 있다"며 "오빠와 해변에서 조개껍데기를 주우며 많은 시간을 보냈고, 조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어부들을 맞으러 가곤 했다"고 전했다.

또 "오빠는 제 오른쪽 뺨의 귀 높이에 난 상처를 기억한다고 말했다"며 "원래 크게 부풀어 오른 동그란 물집이 하나 있었는데 친부가 어떤 곳으로 우리를 데려갔고, 한 남자가 물집을 치료해줬다"고 소개했다.

윤씨 남매는 위탁가정 세 군데를 거친 뒤 1985년 10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끔찍했던 기억이지만 한편으로는 늘 친가족을 그리워했던 윤씨는 2013년 2월 한국을 찾아 뿌리 찾기에 나서아직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했지만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윤씨는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니, 새롭게 출발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데 대해 무척 감사한 마음"이라며 "사랑스러운 두 자녀의 엄마이자 훌륭한 한 남자의 아내라는 게 새삼 축복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아이들, 양부의 꾸준한 지지 속에 친모나 다른 친척들을 찾기 위해 한국 경찰서에 유전자 정보를 등록하는 절차를 밟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raphael@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