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피란 1년] ⑤ 전쟁·기후변화·경제난…모국 찾는 재외동포들(完)
[고려인 피란 1년] ⑤ 전쟁·기후변화·경제난…모국 찾는 재외동포들(完)
  • 이상서
  • 승인 2023.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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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장기 거주 동포 50만명…70%는 중국 동포
"미성년 동포 아동 등 우리 사회 안착하도록 지자체·정부 머리 맞대야"

[고려인 피란 1년] ⑤ 전쟁·기후변화·경제난…모국 찾는 재외동포들(完)

국내 장기 거주 동포 50만명…70%는 중국 동포

"미성년 동포 아동 등 우리 사회 안착하도록 지자체·정부 머리 맞대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3천475명.

지난 4월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우크라이나 고려인 피란 동포의 수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지난해 3월 2천481명에서 약 1년 만에 1천명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전쟁과 불안한 국제 정세, 경제난, 기상이변 등을 이유로 한국을 찾는 동포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들의 우리 사회 정착 방안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고려인 동포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후 헝가리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 아니따 양이 지난해 3월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할머니 남루이자씨와 만나 기뻐하고 있다. 아니따 양은 광주 고려인마을 주선으로 이날 입국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국 오래 살고 싶어"…국내 체류 동포 50만 넘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한국에 장기 거주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소 신고를 한 외국국적동포는 2016년 36만8천여명, 2017년 41만1천여명, 2018년 44만1천여명, 2019년 45만9천여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했던 2020년에도 46만4천여명으로 전년 대비 1.0% 늘었다.

올해 4월에는 전년 대비 5.2% 늘어난 5만6천여명을 기록하며, 집계 후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거주 지역으로는 경기도가 21만6천여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13만9천여명, 인천 3만7천여명, 충청남도 3만여명, 충청북도 1만5천여명 등의 순이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이 35만7천여명으로, 전체의 70.7%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 9.3%(4만5천여명), 러시아 6.1%(3만여명), 우즈베키스탄 5.0%(2만5천여명), 캐나다 3.5%(1만7천여명) 등의 순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한국에 살길 희망하는 재외동포가 꾸준히 늘 것으로 내다본다.

김태환 한국이민정책학회 명예회장(명지대 법무행정학과 교수)은 "경제적으로 풍족해지고 한류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등 한국의 위상이 예전보다 크게 오르면서 귀향을 꿈꾸는 재외동포가 당분간 늘어나리라 본다"며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에서 온 고려인 동포처럼 친인척들이 살고 문화적으로도 친숙한 한국을 피란지로 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 "광주 고려인 마을처럼"…동포 정착을 위한 대책 마련해야

인권 단체와 학계 전문가들은 단순히 재외동포의 국내 유입 절차 등을 고민하는 단계를 넘어서 앞으로 이들의 우리 사회 정착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정은 한성대 국제이주협력학과 교수는 "단순히 불쌍하니까 돕자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라며 "이들이 우리 사회에 짐이 아니라 꼭 필요한 존재라고 인식을 바꿔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고려인 동포가 유입되면서 지역 인구가 늘고, 도시재생사업에도 성공한 광주 고려인 마을을 선례로 꼽았다.

 

광주 고려인마을 동포들 추석한마당 축제
지난해 9월 4일 오후 광주 광산구 월곡동 홍범도공원에서 열린 '고려인가족 추석한마당 축제'에서 고려인마을 어린이 합창단이 공연하고 있다. 이날 추석한마당 잔치에는 광주 고려인마을에 안착한 우크라이나 피란민도 참여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시에 따르면 고려인마을 등 외국인 밀집 거주지가 형성된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는 이주민 2만2천859명이 모여 살고 있다.

오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를 비롯해 지역 경제 활성화, 선주민과 이주민과 융화 등 우리 앞에 놓인 다양한 숙제를 해결하는 데 국내 체류 동포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달 5일 개청을 앞둔 재외동포청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장은 "재외동포청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피란 1주년을 맞이한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의 정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란 1년이 넘어가면서 입국 당시보다 사회적 관심이 줄어든 만큼, 여론을 환기하고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한다면, 재외동포청이 왜 설립됐는지 알릴 수 있다는 게 곽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사할린 동포 지원 정책 수립·시행 등에 관한 국가의 책무 등을 담은 '사할린 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사할린동포법)'처럼 우크라이나 동포 특별법 논의 등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을 모국으로 여기는 동포 2세에 관심 기울여야

고려인지원단체 '너머'의 신은철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입국한 고려인 동포의 경우, 성인 남성은 징집된 경우가 많아 아동·청소년이나 여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우크라이나 고려인 피란 동포 3천475명 가운데 절반은 미취학 아동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 수업 중이 고려인 동포 어린이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 있는 고려인지원단체 너머 인천상담소에 마련된 공부방에서 고려인 동포 아이들이 한글 수업을 받고 있다. [촬영 이상서]

 

신 이사장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한국어 습득"이라며 "동포 2∼3세를 대상으로 맞춤형 언어 수업 등 교육권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동시에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탓에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지자체와 정부가 의료기관과 연계해 집중 치료에 나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가 한국에 온 지 1년이 지난 지금 잘 정착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찬찬히 살펴봐야 할 때"라며 "앞으로도 고려인 동포 아동이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뿌리내린다면, 다양성이 강화된 일종의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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