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1년…고려인 후손 광주 피란 생활도 장기화
우크라이나 전쟁 1년…고려인 후손 광주 피란 생활도 장기화
  • 정회성
  • 승인 2023.02.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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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 마을, 875명 주거·교육·육아·의료 지원
대부분 10∼40대, 학교·직장 다니며 일상생활
90%는 완전한 정착 희망…무국적자 비자는 해결 과제

우크라이나 전쟁 1년…고려인 후손 광주 피란 생활도 장기화

광주 고려인 마을, 875명 주거·교육·육아·의료 지원

대부분 10∼40대, 학교·직장 다니며 일상생활

90%는 완전한 정착 희망…무국적자 비자는 해결 과제

광주 고려인마을 도움으로 우크라이나 탈출한 고려인 어린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에 가까워지면서 광주 고려인 마을에 안식처를 마련한 고려인 후손의 피란 생활도 길어지고 있다.

5일 광주 고려인 마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침공 이후 지금까지 875명이 고려인 마을 도움을 받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고려인 마을은 우크라이나 피란민 가운데 광주에 연고를 둔 고려인 후손과 그 가족에게 항공권을 지원했다.

광주 도착 후에는 주거, 교육, 구직, 육아, 의료 등 다방면으로 정착에 필요한 도움을 줬다.

개인, 단체, 기업, 기관 등 지역사회도 8억9천만원을 고려인 마을에 후원하며 힘을 보탰다.

사회복지단체의 간접 지원까지 더하면 우크라이나 피란민 지원 비용은 16억원에 이른다.

전쟁 초기에는 선의를 악용해 4명분 항공권 비용을 받아 챙겨 잠적한 우크라이나 현지인도 있었다.

고려인 마을은 이 사건을 계기로 도움이 절실한 피란민에게 온정의 손길이 끊기지 않도록 검증과 지원 방안을 보완했고, 더는 문제 없이 지원을 이어왔다.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생활은 여느 이주노동자와 비슷하다.

연령대는 10대 청소년이 178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탈출해 광주에서 어린이날 보내는 고려인 아이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10세 이하 어린이와 유아는 116명이다.

20대 117명, 30대 139명, 40대 129명 등 경제활동 주력 인구도 연령대별로 세자릿수에 달했다.

50대는 68명, 나머지는 60∼90대 또는 정확한 연령을 확인 못 한 고령층이다.

성별은 어린아이를 안고 피난길에 올랐던 여성(543명)이 남성(332명)보다 많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학교에 다니고, 어른들은 건설·산업 현장이나 농촌에서 일하며, 노인들은 마을과 쉼터에서 일과를 보낸다.

고려인 마을은 한국어가 서툰 어린이와 청소년이 학업에 적응하도록 교육청과 협의해 러시아어 통역사를 이들이 재학 중인 초등·중학교에 다수 배치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대안학교인 고려인 마을 새날학교에도 상당수 피란민 자녀가 다닌다.

일용직이긴 해도 직업을 구한 어른들은 묵묵히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일부 피란민은 일자리를 찾아서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도 했다.

고려인 마을 지원을 받아 광주로 왔던 피란민 가운데 270여 명이 수도권, 전남 등지로 이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교회 예배 참석한 우크라이나 피란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쌍의 부부는 피란민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달 귀국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 부부는 삶의 터전이었던 오데사가 우크라이나군에 수복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 곁으로 돌아갔다.

고려인 마을은 광주에 안착한 피란민 가운데 약 10%는 전쟁이 끝나면 이 부부처럼 우크라이나로 귀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나머지 90%는 완전한 한국 정착을 희망한다.

고려인 마을은 소비에트연방 해체 시기에 중앙아시아 곳곳으로 흩어졌던 무국적 고려인 후손의 국내 입국과 체류 기간 연장 문제도 정부의 도움을 받아 한시적으로 해소했다.

국적 없는 고려인 후손 10여 명이 종전 후 지금의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도록 재외동포 지위 부여 비자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이천영 고려인 마을 교회 목사는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비자를 받은 고려인 후손의 한국행을 우리는 계속해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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