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문제, 흑백 논리 안돼…각자의 삶 들여다 봐줬으면"
"이주민 문제, 흑백 논리 안돼…각자의 삶 들여다 봐줬으면"
  • 성도현
  • 승인 2023.01.12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극 '라이더' 미등록 이주아동·불법체류자 엄마 역 조혜안·이은정

"이주민 문제, 흑백 논리 안돼…각자의 삶 들여다 봐줬으면"

연극 '라이더' 미등록 이주아동·불법체류자 엄마 역 조혜안·이은정

연극 '라이더' 출연 배우 조혜안(왼쪽)과 이은정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극단 비밀기지의 신작 연극 '라이더'에 출연하는 배우 조혜안('밀리' 역)과 이은정(엄마 역)이 11일 서울 종로구 선돌극장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2

raphael@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이주민을 보호하는 울타리의 영역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이주민 문제는 '맞다, 틀리다'나 '합법, 불법' 같은 흑백 논리로는 안 돼요. 각자의 삶을 들여다 봐줬으면 좋겠어요."

극단 비밀기지의 신작 연극 '라이더'에서 미등록(불법체류) 이주아동 '밀리' 역을 맡은 배우 조혜안(29)은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종로구 선돌극장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밀리의 엄마로 분한 배우 이은정(48)은 "이주민을 무조건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포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12일 개막하는 '라이더'에서 딸과 엄마로 호흡을 맞춘다.

'라이더'는 청소년 노동과 미등록 이주아동, 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안전한 사회 울타리나 학교를 벗어난 소외된 사람들의 노동과 가족의 아픔을 다루는데, 이주민 이야기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막바지 리허설 중에 만난 두 사람은 "미등록 이주민은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일 수 있지만 불쌍하게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일부 장면은 대사를 줄여 관객들이 극 속에서 판단하도록 여지를 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15년 이상 산 고등학생 밀리는 사실상 한국인이다. 미등록 상태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강제로 추방되지 않는다. 이주민 문제로 동급생 '호영'과 종종 말다툼하면서도 당당함을 유지한다.

밀리와 함께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는 본국보다 한국이 낫다는 믿음 하나로 버틴다. 딸이 성인이 되면 자신처럼 체포될까 봐 늘 걱정하며 사는 것을 원치 않아 본국으로 돌아가자고 권유했다가 거절당하고 사이가 틀어지기도 한다.

극단 비밀기지의 신작 연극 '라이더' 출연 배우들
[비밀기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혜안은 "아이들은 청소년기를 겪으며 화를 많이 내고, 내가 누구인지 처음 궁금해한다"며 "미등록이라는 배경이 더 큰 밀리는 청소년기에 해야 할 고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이은정은 "밀리가 혼자 남기로 하고 엄마를 불법체류자로 경찰에 신고한 건 엄마가 밝은 곳에서 원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라면서도 "딸과 함께 있고 싶어하는 엄마한테는 슬픈 결말이 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번 연극에 참여하기 전에는 이주민의 삶에 대해 잘 몰랐다고 말하면서도 일상생활 속에서 이주민들과 만난 경험이 꽤 있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조혜안은 "대학교 시절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조선족 이모한테 일을 배웠다"며 "다른 종업원보다 돈을 적게 받고 일하길래 도와주려고 신고할까 생각했는데 아마 불법체류자였을 수도 있다"고 회상했다.

이은정은 "3년 전에 건설 현장에서 잠깐 일한 적이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꽤 많았는데 일하는 시간 외에 외출이나 외식을 전혀 하지 않고 돈을 벌어야 하는 모습 속에서 타향살이의 고단함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이들은 "'라이더'는 동시대에 우리가 살면서 우연히 또는 반드시 마주치는 존재들을 오랫동안 응시하는 작품"이라며 "어른들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민낯을 내보이고 부끄러운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극단 비밀기지 신작 연극 '라이더'
[비밀기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phael@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