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불행만 확인하는 입양 사례 많아…죄책감 느꼈다"
"외로움과 불행만 확인하는 입양 사례 많아…죄책감 느꼈다"
  • 성도현
  • 승인 2022.11.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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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 작·연출 박상현, 고독사 입양인 실화 각색
"다문화 논란, 현실적 문제 해결될 때 정서적 교감도 가능할 수 있어"

"외로움과 불행만 확인하는 입양 사례 많아…죄책감 느꼈다"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 작·연출 박상현, 고독사 입양인 실화 각색

"다문화 논란, 현실적 문제 해결될 때 정서적 교감도 가능할 수 있어"

입양인·다문화 주제 연극 올린 박상현 한예종 교수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의 작 및 연출을 맡은 박상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1.2

raphael@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국외 입양인들이 성장해 모국을 찾고 친부모를 만나려는 마음은 당연합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외로움과 불행만 확인하는 사례가 더 많아요. 그걸 보며 어떤 죄책감을 느꼈어요."

극작가 겸 연출가인 박상현(61)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를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올린 배경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들이 있듯이 슬픈 것과 잘못한 것들도 있다"며 "그 모든 게 다 우리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큰 품으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극은 '사리아에서 있었던 일', '해방촌에서', '노량진-흔적', '오슬로에서 온 남자', '의정부부대찌개' 등 5개의 작은 이야기가 순서대로 전개된다.

각각 독립된 이야기지만, 공동체 안에 속하지 못하고 경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하나의 주제로 모인다. 해외 입양인, 다문화 가족, 성 소수자 등이 주인공들이다.

연극에서 가장 사실과 가까운 이야기는 표제작 '오슬로에서 온 남자'다. 노르웨이에서 온 남성 욘 크리스텐센이 사망한 후 지인들이 그를 기리는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뿌리를 찾고자 고국에서 5년간 친부모를 찾아 헤매다 2017년 12월 고독사한 노르웨이 국적 입양인 얀 소르코크(당시 43세·한국 이름 채성욱)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 등으로 건강이 나빠진 채씨는 고시원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았다.

'오슬로에서 온 남자' 공연 장면
[K아트플래닛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 교수가 입양이란 주제에 관심을 가진 건 20년 전부터다.

2002년 발표한 그의 희곡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에도 국내 입양을 하려는 부부가 등장한다. "한 해에 버려지는 아이가 1만 명이 넘는대요. 그중 반 이상이 외국으로 입양되고요"라는 대사도 나온다.

그는 "영유아가 어떻게 자기 의지대로 입양을 갔겠나"라며 "산업화 과정 속에서 우리가 감당하고 책임져야 했던 일인데 그러지 못했다. 부모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의정부부대찌개'는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여성 '띠하'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공장과 식당 등을 전전하며 일하던 '띠하'는 한 한국인 가족을 만나 정을 나누고 삶의 의지를 다진다.

박 교수는 "한국에 오는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민 등을 우리가 구성원으로 오롯이 품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여러 음식 재료가 섞여 특유의 맛을 내는 부대찌개라는 소재를 통해 다문화 시대의 어울림에 관해 조명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 작·연출 박상현 한예종 교수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의 작 및 연출을 맡은 박상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1.2

raphael@yna.co.kr

10여 년 전 한예종 교학부처장 시절 다수의 외국인 유학생들과 소통했다는 그는 다문화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찬반 논란에 관한 의견도 밝혔다.

박 교수는 "우리 사회가 값싼 노동력 등 때문에 외국인을 필요로 하는 건 사실"이라며 "처우 개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제도 보완 등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 비로소 정서적인 교감도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명왕성에서' 이후 3년 반 만에 이번 작품을 내놓았다.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등장시켜 사랑과 상처, 부끄러움, 그리움 등의 감정을 무대 위에 풀어놓는다.

박 교수와 2011년 '연변엄마'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배우 강애심은 '오슬로에서 온 남자'와 '노량진-흔적'에 출연한다. 공연은 13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 관람료는 전석 3만원.

'오슬로에서 온 남자' 포스터
[K아트플래닛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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