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뉴질랜드' 쓴 변경숙 "솔선수범 한인 모습 심겠다"
'이상한 나라 뉴질랜드' 쓴 변경숙 "솔선수범 한인 모습 심겠다"
  • 왕길환
  • 승인 2022.10.06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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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오클랜드 한인회장 자격 '2022 세계한인회장대회' 참가
'한인들의 해결사' 자처…치안판사 활동하며 여생 봉사의 삶 각오

'이상한 나라 뉴질랜드' 쓴 변경숙 "솔선수범 한인 모습 심겠다"

전 오클랜드 한인회장 자격 '2022 세계한인회장대회' 참가

'한인들의 해결사' 자처…치안판사 활동하며 여생 봉사의 삶 각오

변경숙 전 뉴질랜드 오클랜드 한인회장
[촬영 왕길환]

(인천=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뉴질랜드인들에게 솔선수범하는 한인의 모습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변경숙(70) 전 뉴질랜드 오클랜드 한인회장이 바라는 여생의 포부다. '한인들의 해결사'를 자처하는 그는 JP(Justice of the peace·치안판사)로 활동하면서 평생 봉사의 삶을 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JP는 영국 연방 국가에 있는 제도로, 무보수 명예직이자 종신직이다. 2년에 한번씩 바뀐 제도나 법령, 공증업무 등에 대해 시험을 치르긴 하지만, 큰 문제가 없으면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JP는 뉴질랜드 동포 자녀가 한국 대학에 입학원서를 낼때 필요한 증명서를 비롯해 애완견을 데리고 호주나 한국에 입국할 때, 출생과 결혼, 이혼 등 모든 서류의 공증을 해준다. 뉴질랜드 정부는 JP에게 어떤 혜택도 주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 내 한인 JP가 몇 명 있어도 1년에 800건 이상 공증 업무를 해주는 변 전 회장만큼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는 드물다고 했다. 그는 2006년부터 JP로 활동하고 있다.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재외동포재단 주최 '2022 세계한인회장대회' 참가차 방한한 변 전 회장은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든 저를 원하는 곳이면 달려갈 각오가 돼 있다"며 "여생을 JP 활동을하며 봉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그의 남편 로이 윌슨 씨는 평생을 한국인 선원과 우리 동포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 '한국 선원들의 친구', '한국 선원들의 뉴질랜드 가이드' 등으로 불렸으며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변 전 회장은 "남편과 사별후 봉사와 재혼했다"며 "'한국인 JP'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이 크다. 내가 모범을 보여야 한인사회 위상도 올라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밤중에도 누가 나를 필요로 하면 달려가는 것이 숙명"이라고 말하는 그는 뉴질랜드와의 인연도 숙명에 가깝다.

마산 출신인 그는 중앙대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3년여간 육영재단이 발행하는 어린이·청소년 잡지인 '어깨동무', '꿈나라' 편집기자로 일했다. 그러다가 원양 어선을 타고 한국과 뉴질랜드를 오가던 한국인 선원의 연결로 남편과 만나 결혼해 뉴질랜드에 정착했다.

당시 남편은 웰링턴 우체국에서 근무하면서 그곳에 정박한 한국인 선원들의 언어 문제를 도와주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윌슨 씨와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선원이 '한국인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며 자신의 아내 친구를 소개했는데, 그가 변 씨였다.

윌슨 씨는 한국인 여성을 소개하겠다는 한국인 선원에게 "절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고 이야기 했는데, 영어와 서양문화에 서툰 그가 윌슨 씨의 이런 사양의 말을 단순한 겸손의 표현이라 생각하고 여성을 찾아 달라고 여러 차례 한국에 전보를 보냈다고 한다.

얼떨결에 윌슨 씨의 첫 편지를 받은 변 씨도 "당신이 찾는 그런 여자는 한국에 없다. 올바른 사고를 가진 한국 여성은 국제결혼을 하지 않는다"라고 의사를 밝혔는데, 영어를 대필한 사람이 잘못 써서 윌슨 씨가 '이 여성이 나에게 관심이 있구나'라고 오판했다고 한다.

몇 차례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여곡절을 겪은 그들은 1980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됐다. '뉴질랜드 남성과 한국인 여성의 결혼식'은 국제결혼이 흔하지 않은 당시로서는 희귀한 일이라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 직원이 총출동해 지켜볼 정도였다.

변경숙 저서 '키위, 그래도 나는 한국여자' 표지
[예영커뮤니케이션 제공]

이국땅 뉴질랜드에 정착한 변 씨는 남편과 함께 뉴질랜드 공공기관에서 한국인을 위한 각종 통역 봉사를 하고, 어려움에 처한 한인들을 도왔다. 그는 뉴질랜드 정부가 허가한 통역사다.

1980년대 정부 기관도 하기 힘든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등 '민간 외교관'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뉴질랜드 정부가 인정한 '다민족 문화 교육 자문가'로, 현지 교사들을 대상으로 동양의 풍습과 문화를 강의했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뉴질랜드 정부가 주는 '영국여왕 공로훈장'을 한인으로서는 처음 받았다.

2019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오클랜드 한인회장에 당선돼 여러 활동을 펼친 그는 숙명같은 결혼과 뉴질랜드 정착, 남편과의 봉사 등을 담은 책 '키위, 그래도 나는 한국 여자'를 1997년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가한 뒤 15일 출국하는 그는 집필 완료한 자서전 '이상한 나라 뉴질랜드'를 11월초 국내에서 출간할 계획이다.

책에는 1980년 5월 대졸 출신의 20대 후반 한국여성이 키 크고 눈이 파란 영국계 뉴질랜드 노총각과 국제결혼을 한 이야기에서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에서 살면서 신기하고 안타깝고 때로는 감동적인 변 씨의 50여년의 인생사를 담았다.

변 전 회장은 "앞으로도 한국과 뉴질랜드,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쉬지않고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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