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한국어 확산 기여 日 신경호 교수 "차세대 문화교류 소중"
20년 한국어 확산 기여 日 신경호 교수 "차세대 문화교류 소중"
  • 왕길환
  • 승인 2022.09.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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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호 일본 고쿠시칸대 교수
[신경호 교수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일본 도쿄에 있는 고쿠시칸(國士舘) 대학은 일본인 청년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산실이 됐습니다."

104년 역사의 고쿠시칸대는 2002년 한국이 일본과 월드컵을 공동으로 개최한 해에 '21세기아시아학부'를 설립했고,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신경호 교수를 발탁해 채용했다. 신 교수는 그해 이 학부에 '한국어 강좌'를 개설했다.

신 교수는 29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20년 동안 고쿠시칸대 7개 학부 학생 1만여 명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웠다"며 "지금, 여전히 한국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현재 이 대학에서는 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타이어, 러시아어 등 7개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는 단연 으뜸이다.

신 교수는 "21세기아시아학부생 400명 중 현재 186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나머지 학생이 6개 언어를 수강하고 있다"며 "7개 학부 전체로는 500명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이 대학 재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이유는 역시 한류 영향 때문이다.

그는 "부모 옆에서 '겨울연가'를 보던 아이가 자라 대학생이 됐고, 자연스럽게 K-드라마와 K-팝에 열광하는 것"이라며 "이들은 거부감없이 한국 문화를 수용할 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배워 더 구체적으로 알고, 따라 하고 싶어 한다"고전했다.

고쿠시칸대 한국 연수생들을 인솔한 신경호 교수(앞줄 청색 자킷)
[신경호 교수 제공]

그는 한국어 강좌 개설과 함께 일본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해 문화와 견문을 넓히게 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2002년부터 고쿠시칸대 학생들을 한국에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연수프로그램으로 고려대에 보낸 학생만 2천400명이 넘는다. 항공료와 체류비 등은 모두 자비 부담이지만한국을 방문하려는 학생들의 수는 꾸준하게 유지돼 왔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한 2020년과 2021년에만 화상 강의로 대체됐을 뿐이다.

올해는 67명의 학생이 고려대에서 한 달 동안 교류하고 돌아갔다. 10명의 학생이 코로나에 걸렸지만, 모두 안전하게 귀국했다.

대학생들은 독립기념관, 판문점, 민속촌 등을 돌아보며 한국의 문화와 현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려대뿐만 아니라 전남대, 안동대, 한양대, 동의대 각 지역 학생들과도 교류하고 있어요. 각 250∼400명 보내고 있습니다. 일본 학생들이 한국을 제대로 알고, 배울 수 있도록 마련한 활동입니다."

신 교수가 대학생 교류를 추진하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고, 양국의 우호 발전을 위해서다.

상대 문화를 직접 수용하고 학습하면서 교류하다 보면 21세기, 22세기에는 상호 협력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과거의 아픈 상처를 덜어낼 수 있는 길, 서로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길이 바로 교류에 있다고믿고 있다.

신 교수는 "과거와 현재 기성세대의 불신과 정치 셈법이 미래 세대에게 이어져서는 안 된다. 청소년과 청년 교류는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며 "문화교류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중앙 정부와 중앙의 지도자가 할 수 없다면 지방 정부가 나서서 교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16일 '2·8 한일미래회' 회장에 취임한 신경호 교수
[신경호 교수 제공]

그는 지난 4월 사단법인 '2·8 한일미래회' 제3대 회장에 취임했다. 이 단체는 1919년 조선 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을 기념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일어난 2·8 독립선언은 3·1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신 교수는 취임 후 7월 2일 와세다대 니혼바시 캠퍼스에서 2·8 독립운동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난 3일에는 채리티 컴피티션을 통해 마련한 기금을 재일한국유학생연합회에 전달했다.

오는 11월 5일 니혼바시 캠퍼스에서 메타버스,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내년 2월 8일을 맞아 윤동주 시인의 조카인 가수 윤형주의 공연 등 전야제와 K-팝 댄스 공연, 심포지엄, 도자기 전시회 등 '2·8 한일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신 교수는 군대 입대하지 않아도 되는 영주권자인 아들 삼형제를 모두 해병대에 자원해 입대하도록 했다. 지난 21일 막내아들의 제대를 끝으로 삼형제는 군 복무를 마쳤다.

세 아들은 모두 동경한국학교를 졸업했고, 늦둥이 막내딸도 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다.

신 교수는 "자식들이 국가관이 뚜렷한 한국인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군대에 갈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 출신인 신 교수는 1983년 일본에 유학을 떠났고, 1988년 일본대학 법학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후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도쿄에 있는 수림외어전문학교 이사장 겸 학교장을 맡고 있다. 1988년 개교한 이 전문대는 일본 정부가 '조선어'가 아닌 '한국어'로 인가한 첫 학교다.

신 교수는 유학 당시 이 전문대 설립자인 재일동포 김희수(2012년 작고) 전 이사장을 만났다. 고인은 국내 중앙대를 인수해 운영한 교육자다.

신 교수는 서울 홍릉 인근에 있는 수림문화재단의 상임 이사를 맡았으며,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2013년 '수림문학상'을 제정해 문학 발전에 기여하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수림문화재단 상임이사인 신경호 고쿠시칸대 교수
[신경호 교수 제공]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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