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홀딱 빠진 코이카 봉사단원 "삶의 방식 바꿔줬다"
라오스에 홀딱 빠진 코이카 봉사단원 "삶의 방식 바꿔줬다"
  • 왕길환
  • 승인 2022.06.08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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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갔다 코로나로 귀국했던 한성규 씨, 다시 현지로
루앙프라방 교육대서 IT강사 활동…해외봉사 경험담은 책 출간 예정

라오스에 홀딱 빠진 코이카 봉사단원 "삶의 방식 바꿔줬다"

봉사활동 갔다 코로나로 귀국했던 한성규 씨, 다시 현지로

루앙프라방 교육대서 IT강사 활동…해외봉사 경험담은 책 출간 예정

 

 

라오스에 봉사활동 가는 한성규 코이카단원
[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해외봉사 경험은 그야말로 삶의 방식을 바꿔준 '특별한 탈선로(脫線路)'였습니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원 한성규(40) 씨는 봉사라는 '탈선'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또 다른 삶을 마주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씨는 불혹을 앞둔 나이인 2019년 11월 라오스 루앙프라방 교육대에서 IT 부문 영상미디어를 가르치는 해외봉사 활동을 나갔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귀국했다.

이후 2020년 9월부터 지금까지 원격 강의를 통해 60여 명의 대학생을 비대면으로 가르쳤고, 봉사를 향한 열정을 이어가기 위해 오는 23일 다시 라오스로 출국한다.

한 씨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선하고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배우겠다는 열기를 보여준 학생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며 "영상편집 등 기법을 잘 가르쳐 그들이 IT 전문가가 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오스에서 강의를 마치고 학생들과 기념촬영하는 한성규 씨(사진 앞줄 왼쪽 2번째)
[본인 제공]

 

봉사활동을 위해 처음 라오스 땅을 밟은 후 아직 만 3년이 못 된 짧은 인연이지만, 그는 라오스에 홀딱 빠졌다고 한다.

"라오스 사람들은 친절하고, 여유가 있고, 경제적으로는 가난하지만 행복지수는 우리나라보다 더 높아요. 사고가 나도, 심지어 병이 나 아파도 '뻐뺏냥'(괜찮다)이라고 말합니다. 남을 용서하고 자기의 잘못까지 용서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것보다 더 깊은 이유가 있다. 그동안 출세 지향적으로 살아온 삶의 방식이 봉사활동을 통해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 중심에 라오스 청년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라오스를 "삶의 방향성을 찾은, 내게로 돌아가는 특별한 탈선로"라고 규정한다. 그런 나라에 다시 갈 수 있어 흥분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얘기다.

"지금도 오후만 되면 라오스의 하늘을 물들이던 노을이 떠오르고, 밤에는 라오스의 밤하늘을 수놓던 수많은 별이 내 가슴에 들어와 박힙니다."

울산 출신인 그는 대학 졸업 후 미군 부대에서 정훈장교로 3년간 복무했고, 이후 중국 유학을 떠났다. 다시 뉴질랜드에 이주해 재경직 공무원으로 현지 국세청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7.8 규모의 지진을 겪었으면서 갑작스럽게 직장 동료의 죽음과 마주했고, 아비규환의 도시를 목격했다.

한순간 벌어진 자연재해에 그는 귀국할 수밖에 없었고, 오랜 시간 방황하다 늦은 나이에 해외봉사를 결심했다.

 

영상 강의를 하는 장면
[한성규 해외봉사단원 제공]

 

그는 한때 소설가를 꿈꾸던 문학도이기도 했다. 실력도 출중해 '디지털 문학상'(2012년), '울산 문학 신인상'과 '황순원 소나기 마을 스마트 소설 대상'(2020년) 등을 수상했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길은 현실에서 녹록지 않았고, 다시 삶의 경쟁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한 씨는 해외 봉사를 '나'와 '타인'을 돌아보는 과정이라고 했다.

긴장과 설레는 마음으로 향한 라오스에서 '느긋함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모든 것이 빠른 한국 문화와 라오스 문화의 차이를 느꼈다. 현지 문화에 익숙해질 즈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장기간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온전히 자신과 타인을 바라볼 수도 있었다.

코이카의 지침에 따라 일시 귀국한 후에도 비대면 봉사활동(E-volunteering)을 신청해 봉사활동을 이어가며 아쉬움을 달랬다. 'E-volunteering'은 화상강의를 직접 촬영해 전달해주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강의를 준비해 라오스 코이카 사무소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서울 양재교육원에서 수업 영상을 촬영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비대면 강의를 하며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현지에 있는 동료 교수님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는 그는 남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키워준 라오스에 하루빨리 가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한 씨는 그동안의 해외봉사 경험을 담은 책 '내 생의 가장 특별한 탈선'(코이카刊)을 출국 전 출간할 예정이다.

 

라오스 루앙푸르방 교육대 학생들
[한성규 해외봉사단원 제공]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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