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립대 김석원 교수 "전쟁에도 한국 배우려는 열기 높아"
우크라 국립대 김석원 교수 "전쟁에도 한국 배우려는 열기 높아"
  • 강성철
  • 승인 2022.05.18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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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지원 객원교수로 한국학 온라인 수업…"참전 제자 사망 안타까워"
고려인 존재 알리는 데도 앞장…'우크라이나의 고려인' 책 발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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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우국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김석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러시아 침공으로 피란길에 올랐지만,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석합니다. 어려워도 배움을 멈출 수 없다는 열기가 있어서 저도 뜨거운 마음으로 강의를 합니다."

우크라이나 최고 명문인 타라스 셰우첸코 키이우국립대 한국어문학과의 김석원 교수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생들의 공부 열기도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지원하는 키이우대 객원교수인 그는 지난 2월 25일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학생들이 국내외로 피란하면서 더는 학교에 남아있을 수 없던 그는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한국문학, 한국어 등 3개 강좌를 열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폴란드,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나 시골로 피신한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열자 힘든 여건에도 기뻐하는 모습에 힘이 난다"며 "전쟁 중이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에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한국학의 산증인이다.

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한 후 1992년 우크라이나로 건너가 비교문학을 전공했다. 1997년 키이우대가 한국어문학과를 설립하는 데 앞장섰고, 이듬해부터 교편을 잡았다. 대학에 한국어문학센터를 열어 '문학 한류'를 전파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일본어문학과 지망생이 한국어문학과보다 2∼3배 많았는데, 지금은 역전됐다"며 "K-팝 등 한류의 인기가 한국학, 한국문학 등 한국을 연구하려는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한국을 배우려는 열기를 심화하기 위해서는 한국 유학 경험만 한 게 없다며, 한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나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서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희망자보다 모집 인원이 적다"며 "학위 유학이 아닌 체험 연수나 교환학생 프로그램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북대, 영남대, 한양대 등과 교류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빠르면 가을학기부터 교환 유학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수업하는 김석원 키이우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러시아 침공으로 국내외 피난길에 오른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수업을 연 김석원 키이우대 한국어문학과 교수의 수업 장면. [한국국제교류재단 제공]

최근 입대해 사망한 현지인 제자 소식도 전했다.

서른세 살의 데니시 안티포프 중위로, 키이우대 한국어문학과 강사인 그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전면 침공한 다음 날 바로 자원입대했다.

징병제와 모병제를 동시에 운용하는 우크라이나에서는 대학 재학 중인 3∼4학년에 군사 관련 교육을 이수하면 졸업 때 중위로 예편이 가능하다.

학생, 교원, 공무원, 의사 등 몇몇 직업군은 전시 징병을 피할 수 있는데도 그는 자원했다.

우수한 제자였기에 강사 임명을 추천했다며 "영어와 한국어 등 외국어에 능통했고,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다루는 능력도 우수해 공수부대 드론 팀에서 활약한다고 문자를 주고받곤 했는데, 전사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고 슬퍼했다.

평소 밝은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던 제자였다고 한다. 김 교수는 "학창 시절 교환학생으로 한국에도 두 번 다녀올 정도로 한국을 사랑했고,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했는데 지한(知韓) 인사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30년 넘게 우크라이나에 사는 그는 우크라이나 거주 고려인의 존재를 알리는 데도 열심이다.

학과 개설부터 고려인 학생이 꾸준하게 입학하고 있다며 "정부 통계로는 고려인이 1만1천여 명 정도지만, 현지인과 결혼하거나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등을 더하면 실제로는 3만여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고려인 4세인 비탈리 김 미콜라이우주 주지사나 인구 80만의 자포르지 시장을 역임했던 알렉산드르 신 등을 거론하며 그는 "정치인, 학자, 군인, 배우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는 고려인들의 현황을 모아서 '우크라이나의 고려인'이란 제목으로 책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키이우대 한국어문학센터
김석원 키이우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대학에 '한국어문학센터'를 열어 '문학 한류' 전파에도 힘쓰고 있다. [김석원 제공]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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