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포·다문화 정책]③ "이젠 다문화2세 교육에 초점 맞춰야"
[새 동포·다문화 정책]③ "이젠 다문화2세 교육에 초점 맞춰야"
  • 이상서
  • 승인 2022.03.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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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학생 16만명…출생아 중 다문화 비중 상승에 교육 중요성도 커져
"다문화 학생과 소통 강화하고, 진학 지원할 맞춤형 체계 갖춰야"

[새 동포·다문화 정책]③ "이젠 다문화2세 교육에 초점 맞춰야"

다문화 학생 16만명…출생아 중 다문화 비중 상승에 교육 중요성도 커져

"다문화 학생과 소통 강화하고, 진학 지원할 맞춤형 체계 갖춰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최근 고등학교에 입학한 윤명호(17) 군은 중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겪었던 경험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사회 시간에 선생님께서 '명호야 중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니'라고 물어본 것이다.

 

다문화 가정 교육 (CG)
[연합뉴스TV 제공]

 

그는 "부모님은 중국 출신이지만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중국 문화도, 언어도 몰랐다"며 "급우들에게 눈치가 보였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 시흥에서 살다가 안산으로 이사한 구영찬(16) 군도 전학한 첫날만 떠올리면 여전히 당황스럽다.

그는 "전학 첫날 담임 선생님이 반 아이들한테 '이 친구는 다문화 청소년이야'라고 나를 소개했다"며 "그랬더니 급우들이 꺼림칙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 눈치가 보였다"고 했다.

이어 "다행히 먼저 다가오는 친구들 덕분에 잘 지냈지만, 당시에 당황스러웠던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다문화 아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학교와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제까지 다문화 정책이 다문화 가정의 우리 사회 정착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다문화 2세가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이들의 '교육'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다문화 학생 비중 매년 커져…"다양한 언어 오가는 게 요즘 교실 풍경"

 

[그래픽] 전체 및 다문화 학생 수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지속해서 줄면서 올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전체 학생 숫자가 사상 처음으로 6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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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기(만7∼18세)에 있는 다문화 아동·청소년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학령기 다문화 학생은 2016년 9만9천여 명을 시작으로 매년 1만 명 이상 증가해 2021년에는 역대 최다인 16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연령별로는 초등학생이 66.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학생 21.5%, 고등학생 11.6% 순이다.

전체 학생 가운데 다문화 학생의 비율도 2016년 1.7%에서 지난해 3.0%까지 올라섰다. 100명 중 3명꼴이다.

다문화 학생이 교육 현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체 출생 중 다문화 출생의 비중은 6.0%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출생아 100명 중 6명은 다문화 가정 자녀라는 뜻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다문화 출생은 2013년부터 8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 전체 출생아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전체 출생에서 다문화 출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제주(8.5%)의 다문화 출생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전남(7.9%), 전북(7.7%) 충남·경북(7.0%) 순이었다.

시흥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정 모(58) 교사는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학급당 한두 명에 불과했던 다문화 학생이 지금은 3분의 1까지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어와 베트남어, 한국어가 뒤섞여 오가는 게 요즘 교실 풍경"이라고 전했다.

이미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절반을 넘는 학교들도 생겼다.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2020년 다문화 학생 비율이 70%를 넘은 학교가 5곳에 달했다. 가장 높은 학교는 그 비율이 96.1%에 달했다.

 

◇ "공부 어려워서, 어울리지 못해서"…진학 포기하는 다문화 학생들

 

'다문화가족 투표 참여하세요'
다문화 유권자가 모의 투표 체험 중인 모습. [경남도선관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다문화 학생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내국인과 비교해 학업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다문화자녀의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은 49.6%로, 국민 전체(67.6%)보다 18%포인트나 낮았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학교 공부가 어려워서'(63.6%)가 가장 많았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53.5%),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12.0%), '외모가 다르기 때문'(10.3%), '교사의 차별대우 때문'(7.3%) 등이 뒤를 이었다.

다문화가족 청소년 가운데 '최근 1년간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힌 비율은 9.2%에 달했다.

특히 다문화 자녀가 겪는 학교폭력 피해율은 8.2%로, 전체 학생(1.1%)보다 8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다문화 부모가 학령기 자녀 양육의 어려운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학업과 진로 정보 부족'(47.1%)이었다. '교육비·용돈 부담'(40.9%), '자녀와의 대화 부족'(16.3%), '학부모 활동의 어려움'(14.9%) 등이 뒤를 이었다.

 

◇ 다문화 학생과 소통 끌어내고, 교사 등에 '다문화 인식 교육' 강화해야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건강가정ㆍ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린 '이주민과 함께하는 동지 팥죽 나눔' 행사에서 팥죽을 포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대 대선을 승리로 이끈 국민의힘은 대선 기간 펴낸 '제20대 대선 정책공약집'을 통해 다문화 가족 영유아와 아동에 대한 교육과 돌봄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문화 아이들에게 체계적인 이중언어 교육 환경과 돌봄을 지원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강화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학교 폭력으로부터 다문화 아이들을 보호할 것과 다문화 수용성 제고, 맞춤형 진로 지도 등을 약속했다.

양육을 위한 조부모 비자 발급 개선과 출생 미등록 아동을 위한 지원 등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학령기에 들어선 다문화 자녀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이들의 공교육 이탈을 막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데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인실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한국다문화교육원 원장)는 "이제까지 다문화 정책은 한국에 들어온 결혼이주민 1세대의 정착에 맞춰왔다"며 "우리 사회 뿌리를 내린 이들이 많아지는 만큼 2세대를 위한 맞춤형 교육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태어난 다문화 자녀의 경우 한국어가 서툰 부모의 특성 탓에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고, 급우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들이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 창구가 절실하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교육이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장혜승 한국교육개발원(KEDI) 연구원은 "교육부와 각 지역 다문화지원센터가 함께 (비대면 수업에 취약한) 다문화 가정의 학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기관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중복 지원을 막고, 효율적인 실행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 경기도 다문화 학생에게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지원
(서울=연합뉴스) KT와 KT노동조합이 경기도 다문화가정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및 한국문화 적응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KT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해 수업에 참여하는 다문화 초등학생들. 2022.1.20


[K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는 "다문화 자녀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 일반 학생들 대상으로 다문화 수용 교육과 통합 실천 방안 등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장인실 교수도 "교직 이수 과정을 밟고 있는 예비 교사가 교직 이수 과정에서 다문화 관련 교육을 필수로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문화'라는 명칭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공존을 뜻하던 초기 취지와는 달리, 선주민과 이주민을 구분 짓는 용어로 변질한 만큼 대안적 용어를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정은 한성대 이민다문화연구원장은 "다문화라는 용어는 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확고하게 하는 의미로 변질한 탓에 단어 자체만으로 아이들이 상처받는 경우가 생긴다"며 "더는 이들을 시혜성 지원 대상으로 볼 게 아니라, 이중언어 사용 등 이들의 고유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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