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집권 반년…"굶주린 아프간 아동 100만명 일터로 내몰려"
탈레반 집권 반년…"굶주린 아프간 아동 100만명 일터로 내몰려"
  • 이상서
  • 승인 2022.02.1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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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영양실조 아동 곱절 이상 늘어…인도적 지원 시급"

탈레반 집권 반년…"굶주린 아프간 아동 100만명 일터로 내몰려"

세이브더칠드런 "영양실조 아동 곱절 이상 늘어…인도적 지원 시급"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아프가니스탄 발크 지역의 피난민촌에 사는 라일라(12) 양은 일당 10센트(약 120원)를 벌기 위해 15살인 그의 언니와 함께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아프간에서 발생한 내전으로 아버지가 사망하고 난 뒤 라일라는 집안 경제를 이끄는 실질적인 가장이 됐다.

그는 14일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과의 인터뷰에서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까지 일해야 한다"며 "일당으로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한 식량 등을 산다"고 말했다.

라일라의 어머니인 슈고파(36)는 "어린아이가 벌써 궂은일을 해야 한다는 게 슬프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며 "온 가족이 일하고 있지만,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먹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손 흔드는 아프간 어린이
지난해 8월 26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이 공항을 나가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이브더칠드런이 최근 1천400여 아프간 가정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집권한 후 가계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은 82%에 달했다.

이 중 34.8%가 모든 수입이 끊겼다. 26.6%는 수입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아프간 아동 1천400만 명 가운데 100만여 명이 일터로 내몰렸다고 세이브더칠드런은 추산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진료소를 찾은 위급한 영양실조 어린이 환자가 곱절 이상 증가하는 등 아프간은 절망적인 상황"이라며 "각국 정부는 이제라도 긴급 지원을 시작해 더 심각한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제까지 아프간 아동 76만3천여 명에게 현금, 식료품 등 인도적 지원을 진행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도 지난해 말까지 총 8억3천여만 원을 지원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슬람 강경 수니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재집권에 성공한 후 6개월 동안 아프간 경제는 급속하게 무너졌다.

공공부문 예산의 75%가량을 맡아온 '재정 기둥'인 해외 원조가 끊기고, 아프간 정부의 해외 자산 90억 달러(약 10조8천억원)가 동결되면서 물가가 폭등하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다.

앞서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간 전체 인구 중 60%에 해당하는 2천400만 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 숫자로 본 탈레반 집권 이후 현실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이슬람 강경 수니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지 6개월이 됐다.

20년 만에 아프간을 다시 통치하게 된 탈레반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입각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bj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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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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